메르스 한 달, 대구시 대책을 점검한다

평화뉴스
  • 입력 2015.06.2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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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재식 / "전염병과 전쟁 선포해 놓고 의료관광 홍보...매뉴얼도, 소통도 없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는 정부 초기대응 실패와 허술한 방역체계 등 정부의 무능력과 늑장대응, 리더십 부재 등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5월 20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난 6월 22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신규 확진자가 3명이 더 늘어 총 감염자수는 175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확산은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2차 유행의 진앙지인 삼성서울병원 응급요원인 137번 환자(55)에 의한 추가 감염자가 처음 확인되면서 '3차 유행'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대구는 지난 15일 첫 확진환자(154번) 발생 후 추가 확진환자가 없으며 잠복기를 감안하면 이번 주가 고비이고, 경북은 첫 확진환자가 완치되어 퇴원해 지역에서 발생한 환자는 없다. 그러나 14번 슈퍼 전파자와 별도로 6월 초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한 지역민들이 하루에도 몇 명씩 나오고 있고, 154번 환자의 잠복기 등을 감안하면 결코 안심할 수 없어 지역 보건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병원 내 감염 주원인, 지역사회 전파 우려 낮아

감염경로를 정확히 알 수 없는 2~3명을 제외하면 메르스 확진 환자는 병원 내에서 감염되었다. 확진환자는 물론 의심자까지 포함하면 메르스 관련 모니터링 숫자는 1만명이 넘는다. 평택 성모병원과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3차 유행이 다시 도래하고 14번 환자처럼 슈퍼 전파자가 생긴다면 이제는 걷잡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확진환자가 줄고 퇴원하는 환자가 늘면서 그 숫자가 줄어들고 있어 지역사회 대유행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소수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는 장기전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메르스 관련 브리핑 중인 권영진 시장(2015.6.22.대구시청 브리핑룸)과 대구시 메르스종합대책본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메르스 관련 브리핑 중인 권영진 시장(2015.6.22.대구시청 브리핑룸)과 대구시 메르스종합대책본부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첫 확진환자에 대한 대구시의 대응

정부의 초기대응은 그야말로 우왕좌왕이었다. 부실대응, 늑장대응, 삼성서울병원 봐주기 등으로 정부의 초기대응은 실패했고, 메르스는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정부 실패에 대한 교훈을 얻어서인지 지난 15일 대구에서 첫 확진환자가 발생하자마자 대구시는 대구시장을 대책본부장으로 격상시켰다. 곧이어 권영진 시장은 공무원인 확진환자와의 전화 통화를 공개해 지역민들의 충격과 분노는 극에 달했다.

시장과의 전화 통화가 1시간 가까이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통제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확진환자의 이 말은 시장을 통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되었다. 그리고 잠복기 기간을 포함 6월3일부터 15일까지 식당, 어린이집 등 154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모든 동선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동선 실명 공개에 대해 시민여론은 전파가 되지 않는 잠복기까지 공개한 것은 과잉정보공개였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대체로 잘했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곧 허술한 방역체계와 사후 관리가 도마 위에 오르자 권영진 시장은 22일 공익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동선 공개로 심각한 피해를 본 상인에게 공개 사과하고 대명시장을 둘러보면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시 대응에 대한 의문점. 전염병과 전쟁하면서 의료관광 홍보?

메르스 최초 확진환자는 5월20일 평택에서 발생했고, 대구는 25일이 지난 6월15일 첫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25일의 시간은 대구시로 본다면, 지역방역체계를 다시 한 번 더 점검하고 확진환자 발생 시 대책본부와 각 부서 간 역할분담, 정보공개의 범위, 시민의 성숙한 역할과 협조를 당부할 수 있는 시민과의 소통을 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대구시는 언론과의 소통은 적극적이었지만, 시민과의 소통은 없이 확진자 발생 이후 우왕좌왕했다.

감염예방 출입통제 중인 경북대병원 직원(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감염예방 출입통제 중인 경북대병원 직원(2015.6.1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염병 예방관리는 감염 등 전문가만의 영역이라기보다 사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일사분란한 지휘체계를 구축하고 방역기관의 정보 독점을 어디까지 시민과 소통하고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침해할 것인가를 신속하게 의사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시는 이런 매뉴얼이 없었고 준비하지도 안했다. 그저 허술한 중앙정부 매뉴얼만 따라했고, 문제가 생기면 중앙 매뉴얼 탓으로 돌렸다.

확진환자가 발생하자 권영진 시장은 메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면 당연히 대책본부의 기능을 확대 재편하여 각 부서별 역할을 다시 한 번 더 확대 점검하고 전체 상황을 공유하면서 일사분란한 지휘체계가 더욱 필요했다. 그런데 어떤 부서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오리무중이었다. 일례로, 전염병 발생으로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는 와중에 첨단의료산업국은 방문을 취소한 중국 의료관광객에게 시장이 직접 서한문을 발생하는 해프닝을 벌였다. 아무리 메르스로 인해 지역경제가 침체되었다고 해도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해 놓고 의료관광 오라고 하니 이것이 제정신인가?

또 한 사례로 154번 확진환자의 동선을 다 공개했으면, 부서별로 사후대책을 수립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시장이 책임지겠다는 말까지 했으면 각 부서별로 방역조치와 대책을 수립하여 빈틈없이 실행에 옮겼어야 하는데 확진환자가 다녀간 식당은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은 채 공개만 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한마디로 대구방역대책본부는 대구시장과 보건복지국장만 보일 뿐, 다른 부서에서는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대책본부에 소통전문가 없어, 공포바이러스 차단은?

세계화 시대에 전염병 또한 국경이 없다. 그럼에도 대구시는 확진환자 발생 전까지 청정지역이라고 홍보했다. 경북은 확진환자가 퇴원하자마자 청정지역을 회복했다고 했다. 원자력 클러스트를 조성하는 경북도가 청정지역이라고 하니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주장이다.

방진복을 입고 환자를 이송하는 질병관리본부 직원(2015.6.17.경북대병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방진복을 입고 환자를 이송하는 질병관리본부 직원(2015.6.17.경북대병원)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실, 신종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너무나 당연하다. 전염병에 대해 잘 모르고, 치료약도 없으며,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보면서 공포감을 안 느낄 국민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정보공개는 어디까지 하고 철저한 예방과 관리를 위해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하느냐에 따라 불안은 더 증폭될 수도 있고 해소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지만, 대구시 방역대책본부 내에서는 소통전문가가 없었다.

시장이 직접 나서 154번 확진자와의 전화통화 내용을 직접 전하고, SNS 대응팀을 만들어 확진자의 개인 신상 유포나 인신공격성 글, 허위 사실 등을 올리는 행위에 대응하는 한편 동선을 실명 공개하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일련의 과정으로 보면, 확진자 발생 후 허겁지겁 대응하는데에만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시의 메르스 방지대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시의 메르스 방지대책을 비판하는 시민단체 활동가(2015.6.19)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월호 참사와 닮은 쌍둥이, 이제는 되풀이해서는 안 돼...

세월호 참사가 1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와 메르스는 너무나 닮았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지 못했고, 국가는 신뢰는 잃었다. 해양경찰과 질병관리본부, 해양수산부와 보건복지부, 그 중심에 서 있는 청와대, 쌍둥이처럼 너무나 닮았다. 언제까지 되풀이해야 할 지 답답하지만, 대안을 찾아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의료를 돈벌이로만 보는 시각에서 탈피하지 않는 이상 진정 대안은 없어 보인다.
 
2014년 말 기준으로 건강보험 흑자 13조원(정부부담금 7조를 합치면 20조원)이면 대안을 찾고도 남는 돈이 금고에 쌓여 있다. 이자만으로도 폐원한 진주의료원 몇 개를 더 지을 수 있다. 의지만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대구시 또한 지역방역체계를 제대로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텐데, 전염병과 전쟁 중에 의료관광 오라는 식으로 개념조차 없어 앞이 깜깜하다.






[기고]
은재식 /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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