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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10대 청소년 알바, 최저임금은 받을까요?
알바 절반이 "최저임금 미만", 체불에 폭언까지...실태조사ㆍ노동권 교육도 미흡
2015년 08월 26일 (수) 11:06:01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pnnews@pn.or.kr

"사장님한테 말하기 좀 그래서...그냥 주는 대로 받아요"


25일 대구서부공업고등학교 3학년 배모(18)군은 지난 7월부터 서구 내당동의 한 고깃집에서 서빙 알바(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오후 4시쯤 수업이 끝나면 간단히 식사를 하고 저녁 6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주로 손님들이 이용하는 고기불판을 갈아 주고 있다.

"여기요" "저기요" 배군을 부르는 소리에 이리저리 불판을 나르니 어느새 4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밤 10시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온몸에 고기냄새가 배었다. 이름도 성도 없이 '알바생'으로 한시간동안 일해서 받는 시급은 5,500원. 2015년 최저임금 5,580원보다 80원이나 적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등학생' 신분으로 어렵게 구한 일자리라 그저 묵묵히 일하는 수밖에 없었다.

배군은 또 최저임금뿐 아니라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주휴수당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최저임금 준수', '근로계약서 작성', '주휴수당 지급'이 모두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법을 잘 모르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 죄송스러워 배군은 매일 고기불판 앞에서 앞치마를 두른다.

대구지역 10대 청소년 알바생들이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지난 해 7월 대구시 3개 특성화고등학교(전자공고·대구공고·경북기계공고) 학생 7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구지역 청소년들의 노동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365명(48.92%)의 청소년들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대구지역 청소년들의 노동실태' 설문조사에 참여중인 학생들 (2015.8.25 대구 서부공업고등학교)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고 답한 청소년은 44명으로 알바 경험자 365명 중 12%에 그쳤다. 특히 '최저임금 위반 경험'이 있는 학생은 50.95%인 186명으로 조사돼 상당수의 청소년들이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임금 체불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57명(15.61%), '폭언·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청소년도 20.54%인 75명이나 됐다.

다른 자료에서도 대구 청소년 알바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게 나타나고 있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운영하는 '대구경북 청소년 알바신고센터'가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6개월 동안 접수한 15건 신고사례를 보면 청소년 알바들이 겪는 고충의 절반 이상이 '임금체불'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0월 신고된 청소년 A모양의 경우 일하던 식당이 갑작스럽게 폐업을 하게 되면서 임금을 받지 못해 상담센터를 찾았다. 하지만 끝내 업주와 연락이 닿지 않아 월급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김은신 대구경북 청소년 알바신고센터 담당자는 "부당해고를 당한 청소년 알바생의 경우 노동청과 연계해 구제신청을 돕기도 하지만 실제로 당사자가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지난 25일 대구서부공업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4회 노동인권교육을 했다. 시민·노동단체 활동가들과 법학전문대 학생 등 모두 15명으로 구성된 강사진들은 각 교실에서 '노동자 그리기', '숨은 노동자 찾기', '도전! 노동 골든벨' 등의 교육을 진행했다. 이들은 매년 청소년 알바생들의 노동인권 교육을 실행하기 위해 대구의 한 학교로 직접 찾아가 강의를 하고 있다.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에는 전교조대구지부,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인권운동연대, 성서공단노동조합, 경북대법학전문대학원, 산업보건연구회 등 6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의 노동인권교육. 서창호 인권운동연대 상임활동가가 청소년 노동권에 대해 말하고 있다(2015.8.25 대구서부공업고) / 사진.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박인화(21) 대구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상임활동가는 "청소년 노동자들은 성인 노동자들과 일하는 시간은 비슷한데 비해 임금은 현저히 낮다"며 "20대 아르바이트생들이 포화상태라서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구하기 쉽지 않아 최저임금 미만의 알바비를 받아도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이 앞으로 사회에 나가 길게는 40년동안 일을 하게 되는데 노동자로서의 기본적인 권리에 대한 교육은 제도적으로 많이 미흡하다"며 "교육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이런 활동들을 통해 청소년 노동자들 스스로가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교육에 참여한 서부공고 3학년 윤모(18)군은 "주말에 알바를 하는데 근로계약서는 쓴 적도 없고 주휴수당이 뭔지도 몰랐다"며 "이번 교육을 듣고 노동권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주에 일하러가서 사장님한테 오늘 배운 것들을 말할 용기는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 '도전! 노동 골든벨' 프로그램 중 올해 최저임금 5,580원을 쓴 학생(2015.8.25 대구 서부공업고등학교) / 사진. 평화뉴스 박성하 인턴기자

한편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청소년 고용 사업장에 대한 집중 점검을 '기초고용질서 일제점검'으로 통합해 실시하고 있다. 때문에 청소년 알바생들의 근로환경 점검이나 실태조사는 따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구강미 근로개선지도 감독관은 "청소년 노동환경에 대한 감독은 청소년 근로조건 지킴이를 구성해 알바신고센터에 접수된 사건을 취합하고 학생 면담을 하고 있다"며 "청소년 다수고용 사업장을 방문해 최저임금이나 서면근로계약 직장내 성희롱 등 관련제도를 홍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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