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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에서 내 고향 지킬 '영덕 주민투표' 시작됐다
투표소 20곳, 첫 날 정오까지 투표율 25.8%, 2,132명 참여 / 한수원, 대대적 '불참' 홍보
2015년 11월 11일 (수) 15:48:54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 영덕군 오일시장 영덕원전 찬반 주민투표 첫날(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이고 이날만 기다렸다. 내 고향에 핵발전소 들어온다는데 내손으로 내가 지켜야 안되나"


11일 오전 11시 30분 경북 영덕군 강구면. 주민 김미자(71.가명) 할머니는 아침부터 남편 이강수(76.가명) 할아버지 손을 잡고 읍내에 나왔다. 정부가 신규 원자력발전소 3기를 영덕에 짓는다는 발표를 한 뒤  "제대로 한숨도 못잤다"는 노부부는 이날 읍내에 나와 원전 찬반 주민투표에 참여했다. 영덕군 강구면 제2투표소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뒤 투표소 천막을 나온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한참 투표소를 바라보며 투표를 하지 않고 지나치는 동네 주민들에게도 주민투표에 참여하라고 독려했다.

이 할아버지도 "될일이 아니다. 될일이 아니야. 주민들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는데 핵발전소를 집 앞에 들인다는 게 말이 되냐"며 "안그래도 촌동네 사람들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핵발전소까지 들어오면 관광객 발걸음이 더 안뜸해지겠나. 그래서 오늘 투표해서 발전소 못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표소에서 투표를 하는 영덕주민(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신규 원전 찬반 여부를 묻는 영덕 주민투표가 11일 시작됐다. 강원도 삼척 후 전국 두 번째 투표다.

'영덕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관리위원회(위원장 노진철)'는 11일 영덕군청 옆에 천막을 치고 투표 현황을 지휘하며 현장상황을 브리핑했다. 관리위는 11일 새벽 6시부터 12일 저녁 8시까지 이틀간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함은 영해성당에 보관하고 12일 영덕농협 2층에서 저녁 8시부터 개표해 다음날 새벽 1시쯤 투표 결과를 발표한다. 결과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영덕군에 보내 수용을 촉구할 방침이다.

   
▲ 강구면 제2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나오는 주민(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관리위는 투표 전날 영덕군 내 8개면에 투표소 20곳을 설치하고 기표소와 투표함을 옮겼다. 11일 새벽 투표 준비를 마치고 새벽 6시부터 본격적인 주민들의 투표가 이어졌다. 청년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자전거와 버스를 타고, 삼삼오오 손을 잡고 각 투표소에서 원전 유치 관련 찬반 투표를 했다. 관리위는 투표인명부 12,008명 기준 2,132명이 낮 12시까지 투표해 25.8%의 투표율을 보였다고 밝혔다. 

노진철 위원장은 "이번 영덕 주민들의 투표는 헌법에서 보장된 권리로, 불법 주장은 허위사실 유표"라며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주민들이 투표장에 나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일부 단체들이 유인물과 각종 현수막으로 주민들의 투표 참여를 막으려 하지만 이는 부당한 행위"라며 "내일까지 공정하게 투표를 진행해 원전과 관련된 주민들의 의견을 공표하겠다"고 말했다.   

   
▲ 영덕군 내에 설치된 주민투표 참여 독려 현수막(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관리위는 투표 첫날인 11일 오전부터 비가 내리고 한국수력원자력이 투표 불참 현수막 등을 내걸어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투표 첫날 점심까지 투표인명부의 4분의1이나 투표해 첫날 저녁쯤이면 투표인명부의 과반 이상이 투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후1시 남석·천전·남산리 제2투표소가 설치된 오일시장에서 만난 김서규(57.가명)씨는 투표를 하고 난뒤 "점심 먹고 어머니랑 함께 투표를 하러 왔다"면서 "내 표가 얼마나 큰 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십시일반이라고 민초들의 뜻이 모여 큰 뜻을 이루지 않겠나. 원전이 동네에 들어선다니 절대로 있어서 안되는 일이다.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투표 참여가 계속 이어진 첫날. 영덕 곳곳에는 투표 찬반 홍보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 투표 불참을 촉구하는 한수원과 일부 단체들의 현수막(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단체들은 '합법적인 권리행사 주민투표 참여하자', '전기는 남아돈다 핵발전소 웬말이냐'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그러나 한수원과 삼성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대림건설, SK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사 등 대형건설사들은 '안전한 원전 건설', '원전과 함께 밝은 미래, 발전 지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걸고 유인물을 뿌렸다. 또 몇몇 임의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성공 위해 투표불참 약속하자', '외부세력 주도하는 가짜투표장에 가지맙시다' 등의 현수막을 걸고 차량도 운영했다.

   
▲ 주민투표소 주변을 배회하는 한수원 직원들 (2015.11.1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날 투표소 곳곳에는 신분 밝히기를 꺼리는 한수원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특히 점심시간대 오일시장에는 한수원 직원 8명이 렌트차량 2대에 나눠 타 투표소 현장을 감시하고 돌아나녔다. 이들은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다가 질문이 계속 이어지자 차량에 올라탄 뒤 현장을 떠났다. 또 오일시장 근처에서 만난 한수원 직원은 투표 불참 현수막을 고쳐 달다 기자가 질문을 하자 차를 타고 떠났다. 이들은 앞서 10일 저녁 주민투표소 20곳에 집회신고를 내고 투표 감시 천막을 쳤다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의 중재로 천막을 철회했다. 투표 마지막 날까지 투표소 120m 이내에서 불참 홍보도 못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투표 첫날 군청 앞에서 만난 이희진 영덕군수는 "투표가 불법이라고 말한 적 없다. 내 생각이 아니다. 내 생각이 뭐가 중요하냐"며 "내일까지 주민들이 투표를 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투표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한 뒤 오후 2시쯤 영덕군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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