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 민심 폭발..."사드가 안전? 총리가 살아보세요"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7.15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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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한민구 장관, 성주 방문...주민 2천여명 거센 항의 "철회 않으면 청와대로" 대치


(왼쪽부터)한민구 국방부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2016.7.15.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한민구 국방부장관, 황교안 국무총리, 김관용 경북도지사(2016.7.15.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배치 확정지역인 경북 성주의 민심이 황교안 국무총리 앞에서 폭발했다. 주민 2천여명은 확정 발표 후 사흘만인 15일 성주를 찾은 황 총리에게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격분했다.

황 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15일 오전 11시 성주군청을 찾았다. 이미 군청 앞 마당에는 주민 2천여명이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벌이고 있었고, 김항곤 군수도 로비에서 나흘째 단식농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은 지난 14일 사드 배치 확정으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급작스럽게 성주 방문을 결정하고 이날 사드 확정 발표 후 처음으로 성주를 찾았다.

황 총리에게 날아 든 물병과 계란(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황 총리에게 날아 든 물병과 계란(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주민들은 황 총리가 군청 로비로 들어서자 '사드 반대' 구호를 외치며 피켓을 들고 거세게 저항했다. 총리는 곧 로비에서 단식농성 중이던 김 군수와 악수하고 로비에 서 성주 주민을 향해 입을 열었다. 황 총리가 마이크를 잡고 말을 하려던 순간 군중 사이에서 계란이 날아와 총리의 옷에 떨어졌다.

황 총리는 분노한 군중을 바라보며 사드 배치 배경을 설명하고 주민 설득에 나섰다. "사드 성주 배치 확정 후 많은 우려를 하고 계신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주민께서 지금처럼 아무 걱정 없이 생업에 종사 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총리로서 주민 안전을 생각하고 고민하겠다"면서 "인체와 농작물 안전까지 검토해 걱정 없도록 할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격분한 주민들이 던진 물병이 군청 로비에 떨어져 있다(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격분한 주민들이 던진 물병이 군청 로비에 떨어져 있다(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사드와 비슷한 레이더로 14일 전자파 강도를 검사한 결과 인체에 낮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얻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번 더 점검해 안전 위협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총리 말이 끝나자마자 격분한 주민들은 "거짓말"이라며 물병과 계란 등을 총리에게 던졌다.

5분 가량 주민들의 격한 성토가 이어졌다. 그러자 황 총리는 "충분히 보고 들었다. 우려점이 없도록 방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황 총리가 성주군을 '상주'라고 발음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일부 주민들은 "여기가 성주지 상주냐. 우리가 개·돼지도 아니고 주면 아무 거나 받아야 하나", "이름도 모르면서 무슨 사드를 배치한다고 그러냐", "이게 주민설명회냐. 혼자 말할 거면 왜 왔냐", "우리 아들을 보고 말해봐라. 안전? 총리가 와서 살아봐라" 등의 항의가 쏟아졌다.

사드 배치 철회를 총리에게 촉구하는 주민 2천여명(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 배치 철회를 총리에게 촉구하는 주민 2천여명(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만은 개, 돼지인가?' 피켓을 들고 총리에게 항의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5만은 개, 돼지인가?' 피켓을 들고 총리에게 항의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총리의 허리굽힌 사과에도 주민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김항곤 군수가 발언을 이어가며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졌다. 김 군수는 "참담하다. 어떻게 지방정부에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배치를 확정할 수 있냐"며 "배치 지역 1.5km 반경 안에 군민 절반과 기업 550개가 있다. 이 곳은 성주 심장이다. 왜 정부는 성주 심장에 칼을 꽂으려 하느냐. 왜 정부는 성주를 버리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때문에 "결정 철회 후 재검토하라"면서 "총리는 대통령에게 이 사실을 전달하고 결정이 바뀌지 않으면 주민과 함께 대통령이 귀국하는 즉시 청와대 항의방문을 갈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이의 손을 잡고 총리를 향해 소리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아이의 손을 잡고 총리를 향해 소리치는 주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짓말 하지마세요. 총리" 외치는 성주군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거짓말 하지마세요. 총리" 외치는 성주군민(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 군수의 발언 후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발언대에 섰다. 그는 "북핵으로부터 대한민국 국민을 지키기 위해 사드를 배치하는 과정에서 성주가 가장 효용성 있는 지역으로 나타났다"며 "안전에 전혀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이 계속 '안전하다'는 말을 반복하자 주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회 장소를 벗어나 총리와 장관 앞에 서서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계속된 김성렬 행정자치부 차관의 설명을 듣지않고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격분했다. 시민들은 취재진과 경호라인을 넘어 눈물로 총리에게 대면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리와 장관은 군청사 내로 들어가 뒷길을 통해 미니벤에 올라탔다.

도망가다시피 총리는 자리를 벗어났지만 주민 2백여명은 다시 차량을 막아서고 대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2시 현재까지 대치 중이다. 총리 측은 "결정자는 대통령"이라며 "보내주면 답을 갖고 오겠다"고 했고, 주민들은 "안된다. 철회 약속을 해라. 그렇지 않으면 못간다"고 맞섰다.

장관과 총리를 뒤에 두고 호소문을 발표하는 김항곤 군수(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장관과 총리를 뒤에 두고 호소문을 발표하는 김항곤 군수(2016.7.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편 이날 오후 3시에는 성산2리마을회관에서 정의당 김종대(국방위원회) 국회의원이 주민 간담회를 갖고, 저녁 8시에는 성주군청 앞에서 '사드 배치 반대' 주민 촛불집회가 나흘째 이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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