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의 울분...주민 908명 '사드 반대' 동시 삭발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6.08.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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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성주 성밖숲에서...70대 유림에 50대 주부, 부부·부자·친구도..."사드 막을 어떤 희생도 각오"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며 삭발한 한 성주 유림(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며 삭발한 한 성주 유림(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얀 도포를 입은 70대 유림에 구두를 신고 치마를 입은 50대 주부, 참외 농사를 짓는 농민 부부, 죽마고우 친구 사이, 아버지와 아들까지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사드 반대'를 외치며 삭발을 했다.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공동위원장 이재복 백철현 정영길 김안수)는 15일 광복절을 맞아 오후 4시 성주군 성밖숲에서 '사드철회 평화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주민 5천여명이 참석했으며 2시간가량 진행됐다. 특히 투쟁위는 이 자리에서 주민 908명이 참여하는 단체 삭발식을 가졌다.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 908명의 삭발 전(2016.8.15.성밖숲)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드 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 908명의 삭발 전(2016.8.15.성밖숲)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은하씨와 삭발에 참여하는 그의 아버지 배인곤 선생(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배은하씨와 삭발에 참여하는 그의 아버지 배인곤 선생(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당초 8.15에 맞춰 815명 삭발을 계획했으나 참가를 원하는 주민 수가 늘어 최종 908명이 동시에 삭발을 하게 됐다. 앞서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 등 군의원들과 일부 주민들의 삭발에도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하지 않자 이날 더 많은 주민들이 삭발에 이르게 됐다.
 
삭발식을 1시간 앞둔 오후 3시부터 성밖숲으로 주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결의대회 무대 옆에는 '단일장소 최다인원 동시삭발도전'이라는 대형 플래카드와 함께 1천여개 플라스틱 의자가 나열됐다. 주민들의 삭발이 진행되는 장소다. 성주 주민들은 이날 한국기록원 공식최고기록에 도전한다.

단체로 삭발에 참여한 유림들의 굳은 표정(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단체로 삭발에 참여한 유림들의 굳은 표정(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투쟁위는 삭발 참가자들을 불러 모았다. 이곳 저곳에서 주민들이 모여들면서 줄은 끝없이 만들어졌다. 주민들은 각자의 번호표와 목수건, '사드 배치 철회'라는 결의를 담은 머리띠를 받아 들었다. 사드 반대 투쟁 한 달이 넘도록 변함없는 정부에 대한 주민의 울분은 단체 삭발이라는 분투로 이어졌다.

삭발 번호표 1~6번까지는 성주지역 유림들에게 배정됐다. 갓을 쓰고 흰 도포자락을 휘날리는 유림들은 정부 일방 결정을 비판했다. 대가면 흥산리 배인곤(70) 선생은 투쟁위 대변인인 배은하씨 아버지다. "사드 예정지 반경 내 학교에 손주 2명이 다닌다"며 "교육은 백년대계다. 아이들을 망치는 것은 나라 기강이 무너지는 일이다. 일방 결정 후 기습 통보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철회하라"고 말했다.

가장 앞줄에 선 여성 삭발 참가자들의 모습(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장 앞줄에 선 여성 삭발 참가자들의 모습(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미용사로 참가한 1백여여의 주민들(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미용사로 참가한 1백여여의 주민들(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여성 10여명도 삭발식에 참가했다. 이들 대다수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리며 사진은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 여성 수가 적어 눈에 띄고 언론 표적이 되기 쉽다는 슬픈 이유 때문이다. 한 50대 여성 농민은 "삭발하러 간다고 하니 아들이 인터뷰 하지말고 조용히 머리만 깍고 집에 오라고 하더라. 뉴스만 틀면 우리더러 외부세력이라고 하니 내가 그렇게 비칠까봐 걱정해서 그렇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리는 무서울게 없다. 사드가 무섭지 뭐가 무섭냐"며 "우리 가족 모두의 고향인 성주를 지키기 위해 삭발쯤은 안 무섭다. 머리카락은 잘라도 기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드는 한 번 들어오면 끝이다. 이 한 몸 희생해 사드가 안 들어올 수만 있다면 머리카락이 아니라 뼈도 깎을 수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친구끼리 삭발에 참여한 이한성씨와 김동기씨(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친구끼리 삭발에 참여한 이한성씨와 김동기씨(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죽마고우 친구들도 나란히 삭발에 동참했다. 57살 친구인 자영업자 이한성(성주읍)씨와 김동기(성산리)씨다. 두 사람은 삭발 전 "대통령 덕분에 머리도 다 깎게 됐다"며 농담을 주고 받았다. 이씨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사드가 우리 마을에 떨어졌다"며 "절차도 없이 위에서 결정하고 받아들이라고 통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성산포대 바로 아래에 산다. 요즘에는 자다가다 깬다. 분해서. 그냥 욕만 나온다"면서 "오늘 머리라도 깎아서 대통령에게 항의해야 겠다"고 밝혔다.

삭발에 참여하는 성주읍 농민 이희동(53)씨(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삭발에 참여하는 성주읍 농민 이희동(53)씨(2016.8.1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참외 농사를 짓는 성주읍 농민 이희동(53)씨는 해병대 출신임을 밝히는 옷을 입고 삭발에 참가했다. "일평생 성주서 살며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며 "사드를 막기 위한 어떤 희생도 각오돼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50대 참외 농사를 짓는 부부와 부자 지간도 이날 삭발식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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