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곤 군수, 사드반대 주민에 여성비하 발언..."사퇴해야"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6.09.19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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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단체 "주민 모욕, 자격상실" 규탄, 성주주민 등 1천여명 고소 예정 / 군수 "발언 사과할 것"


70일 가까이 사드배치 반대에 앞장 선 주민들을 향해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다', '술집, 다방하는 것들' 등의 발언을 한 김항곤 성주군수에 대해 대구경북지역 여성단체가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대구여성회,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여성노동자회, 포항여성회 등 14개 단체가 참여하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과 전국 28개 여성·사회단체는 19일 오전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군수의 모욕적 발언은 여성에 대한 몰지각한 인식을 드러내는 것"으로 "여성비하적인 막말에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민에게 막말하는 성주군수 필요없다' 피켓을 든 주민(2016.9.19.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군민에게 막말하는 성주군수 필요없다' 피켓을 든 주민(2016.9.19. 성주군청 앞)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항곤 성주군수의 성차별발언 규탄 기자회견(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항곤 성주군수의 성차별발언 규탄 기자회견(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들은 "군수는 주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주민들의 손으로 당선된 지방자치단체장"이라며 "삶의 터전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일상을 빼앗기면서 투쟁하는 주민들을 모욕하고 명예마저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또 "성 평등한 행정을 위한 책임자임에도 인권침해와 성차별적 발언으로 주민들은 물론 여성들에게 심한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끼게 했다"면서 "단체장으로 자격 없다"고 주장했다.

때문에 ▷발언에 대한 김 군수의 사과 ▷군민들의 사드배치 반대투쟁 방해 중단 ▷군수직 사퇴 등을 촉구했다. 주민들은 커피잔과 술잔, 소주병 등을 이용해 '술 팔고 커피판 돈이 군수 월급(세금)', '세금낼 때는 국민, 사드반대 하니 미친 여자 취급' 등의 손글씨를 써 김 군수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기자회견 직후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이주여성인권센터 등 여성단체 대표 6명은 김항곤 군수와 김세환 부군수와 30분가량 면담을 갖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날 면담에 참석한 김영순 대경여성단체연합 대표는 "김 군수가 녹취록의 발언을 인정하면서도 '유림단체를 향해 막말했던 특정 일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말이지 성주여성군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주민들은 군청현관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커피잔과 술잔을 이용한 군수발언 비판 손글씨(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커피잔과 술잔을 이용한 군수발언 비판 손글씨(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군청현관 밖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주민들(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면담이 진행되는 동안 군청현관 밖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는 주민들(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또 "김 군수는 '나이차이가 나서, 어릴 때 잘 알던 사이라서 편한 관계에서 한 말'이라고 말했다"며 "해당 발언에 대해 '이번 주 내로 기자회견이나 언론을 통해 공식 사과 하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3부지 찬성을 비롯한 군청마당 사용불허 등 사드배치 반대활동 방해에 대해서는 "본인의 정치적 입장을 끝까지 유지하고, 스스로 사퇴할 의사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도 했다. 

앞서 지난 7일 김 군수는 성주군 생활개선회, 4H본부 등 10여개 사회단체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녹음된 것으로 알려진 파일에서 김 군수는 70일 가까이 사드반대 운동을 벌여온 성주 주민들을 향해 "여자들이 정신이 나갔다. 군대를 안가서 그런가. 전부 술집하고 다방 하는 것들"이라며 비난했다.

김 군수의 여성비하 발언에 대한 보도가 나오자 성주 주민들은 김 군수를 모욕죄로 고소하기 위해 고소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13일부터 19일 오전까지 7일간 촛불집회에 참여한 주민과 귀향객 1,200여명이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인적사항이 빠진 명부를 추린 뒤 변호사를 선임해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성주 주민들이 김 군수의 발언을 비판하는 피켓과 사드배치반대 펼침막을 들고 있다(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성주 주민들이 김 군수의 발언을 비판하는 피켓과 사드배치반대 펼침막을 들고 있다(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 군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현수막(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김 군수의 사퇴를 촉구하는 주민들의 현수막(2016.9.19)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배정하(40.성주읍)씨는 "성주를 지키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우기 위한 주민들의 고군분투를 군수는 정신이 나가 설쳐대는 모습으로 봤다"며 "분노와 모욕감을 느낀다. 군수는 성주군민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순 대경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사드배치로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이 한반도에서 전쟁할 수 있다"며 "전쟁을 막고 성주를 지키기 위해 군민을 대표해 여성들이 싸우고 있다. 70일 가까이 매일 촛불 밝히는 이들과 함께 하기는커녕 방해하고 비하하는 발언을 한 군수는 책임지고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희 대구여성광장 대표도 "투쟁위 해체와 군청사용 불허에도 주민들은 계속해서 사드반대 촛불을 밝히고 있다"며 "성주 사드반대 투쟁이 지금까지 이어진 저력은 주민공동체와 여성의 힘"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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