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를 '전장(戰場)'으로 만드는 정부, 사드에 군공항까지...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1.0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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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 이전 예정지 5곳 중 성주 용암면 유력 / 주민들, 현수막 달고 대책위 준비 "또 일방적 결정, 이전 반대"


사드에 이어 군공항까지. 성주군이 다시 전장(戰場)으로 변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갑작스런 사드 배치 결정으로 몸살을 앓았던 경북 성주군 곳곳에는 또 다시 날선 플랜카드들이 걸리기 시작했다. '클린성주 외치더니 쓰레기(사드·K2군공항)는 왜 오노', '사드땜에 열린뚜껑, K2땜에 폭발한다', '전투기 굉음소리 지역주민 행복없다 군공항 물러가라' 성토가 가득하다.

국방부와 성주군의 대구공항 이전사업 설명자료에 따르면, 현재 대구 동구에 있는 K2 군공항 이전 후보지로 대구 달성군, 경북 성주군, 고령군, 군위군, 의성군 5개 지역이 후보지로 확정됐다. 국방부는 이들 가운데 성주군 용암면과 고령군 다산면 경계를 유력한 이전 예정지로 검토하고 있다. 사드 배치 확정 후 거센 성주 주민들의 반발이 있었음에도, 정부는 5개월만에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고 있다. 

용암면 곳곳에 걸린 공항이전 반대 현수막 / 사진.용암면 주민 제공
용암면 곳곳에 걸린 공항이전 반대 현수막 / 사진.용암면 주민 제공

이와 관련해 지난 5일 저녁 용암면 가운데 주민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문명1리에서는 군공항 유치에 따른 피해와 보상에 대한 주민 설명회가 열렸다. 허리가 굽고 머리가 희끗한 70~80대 어르신들은 이장과 청년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보상이 중요한게 아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고 맞장구를 쳤다. 사드에 이어 군공항까지 성주 땅에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들을 분노케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 온 김한석(78)씨는 "대구 공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소음으로 스트레스가 심해 동네를 떠나는 이들도 많다고 하더라"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이 사드도, 군공항도 막 갖다 놓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주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와 마찬가지로 이곳 주민들 대부분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공항이 들어서면 막대한 보상을 받을 줄 알았다.

이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문명1리 주민들(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장의 설명을 듣고 있는 문명1리 주민들(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정윤상(70)씨도 "공항이 들어오는 지역에는 농지가 들어가지도 않고 소음 피해만 입게 된다고 들었다.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이다. 평생 큰 걱정 없이 살아왔는데 사드도 군공항도 들어온다고 해서 성주가 쑥대밭이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사드배치 때만해도 군민 전체가 반대했는데 지금은 용암면에서만 반대하는 것 같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주민들도 함께 반대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종상(53) 문명1리 이장은 "일부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어르신들에게 공항이 들어오면 토지와 수 년치 농산물 값을 보상받을 수 있다고 했다"며 "그러나 공항 예정지에 해당하는 곳은 농사짓는 땅도, 마을도 아닌 산과 강으로 남은 건 소음뿐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문명1리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군공항 이전반대 설명회(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문명1리 주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군공항 이전반대 설명회(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문명1리와 같이 용암면 내 26개 리(里)의 대표들은 앞으로 주민들을 대상으로 군 공항 이전에 따른 소음피해 우려와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배상 방식을 설명할 예정이다. 또 'K2공항이전반대 용암면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오는 12일 성주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국방부 주민설명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반대 의사를 전한다.

강한경(58) 대책위 준비위원장은 "정보를 잘못 알고 찬성하는 분들이 많았다"며 "지금도 대구 공항 인근은 허허벌판이다. 고향과 평생 일궈왔던 땅을 잃게 되는 길"이라고 꼬집었다. 또 "사드부터 군공항까지 성주를 군사기지로 만들것인가"라며 "국방부는 성주 사람들한테 원수나 다름없다"고 성토했다.

군공항이전 반대 현수막 뒤에 걸린 찬성 현수막(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군공항이전 반대 현수막 뒤에 걸린 찬성 현수막(2017.1.5)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성주 주민들로 구성된 'K2군공항 이전 반대 성주모임'는 지난달 성주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항곤 성주군수가 반대 의사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집집마다 현수막을 달고 성주군 곳곳에서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반면, 70여개 단체로 구성된 성주군사회단체협의회는 '대구통합공항 성주유치위원회'를 꾸리고 국방부에 유치 건의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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