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닥친 '사드 군사시설'...속 타들어가는 성주 주민들

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 입력 2017.03.0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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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기로 물자 나르고 철조망 공사까지...8개월째 촛불에 행정소송, 주민들 "우리가 뭘 더 해야 합니까"


해가 바뀌고 계절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경북 성주군 주민들은 매일같이 촛불을 들고 사드반대를 외쳐왔다. 그러나 국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사드배치를 졸속적으로 강행하고 있다.

오고가는 경찰버스를 보며 답답함에 담배를 태우는 주민(2017.3.2.초전면 소성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오고가는 경찰버스를 보며 답답함에 담배를 태우는 주민(2017.3.2.초전면 소성리)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은 서울 민주당사 점거농성과 상경집회 등을 통해 국회 차원에서 사드반대 동참을 호소했지만 국회비준 동의, 사드특위 구성, 제1야당의 '사드반대' 당론채택 등 어느 것 하나 이뤄지지 못했다. 정치권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동안 탄핵심판을 받고 있는 정권은 오히려 사드배치를 서둘렀다.

2일 오전 초전면 소성리 마을에는 수 십여대의 경찰버스와 함께 병력이 곳곳에 대기하고 있었다.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던 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은 병력에 가로막혔다. 적막한 길가에는 여름부터 걸려있던 빛바랜 사드반대 현수막과 전국에서 보낸 응원의 메시지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국방부가 롯데와 부지교환 계약을 체결한 지난 28일부터 사흘 째 골프장 상공에는 물자를 운송하는 헬기가 오고갔다. 군사시설 지정부터 철조망 설치공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자 주민들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주민들의 통행이 제한된 골프장 앞 삼거리(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의 통행이 제한된 골프장 앞 삼거리(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주민들을 지난해 7월 13일부터 233일째 매일같이 군청 주차장 앞에서 촛불을 밝히고 사드반대 목소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것은 1인 시위와 촛불집회 참여 뿐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국방부와 롯데간의 부지계약 체결 직후 한민구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임순분 소성리 부녀회장은 "어르신들이 답답한 마음에 골프장 언저리까지 가기만 해도 경찰이 호루라기 불고 난리도 아니다"며 "건장한 청년들이 허리 굽은 할머니들이 뭐가 무서워 그렇게 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마을회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소성리 주민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을회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는 소성리 주민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을회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하던 천광필(65)씨는 "일본과 청나라가 조선을 두고 싸웠던 구한말과 다른 것이 없다"며 "항상 피해는 민초와 주민들이 받을 것이다. 답답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석주(64)씨도 "우리는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어 화가 난다"면서 "군수가 3부지로 요청한 롯데골프장은 이곳 주민 200여명의 생계와 삶이 연관돼 있다. 기가 막힐 일"이라고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장모(78) 할머니는 "옛날엔 전쟁 나면 땅굴파고 들어가 숨으면 됐지만 지금은 미사일 하나 잘못 터지면 다 죽는다. 사드 때문에 성주 땅에 미사일이 터지면 우리같이 늙은 사람들은 숨지도 못하고 그대로 죽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도경임(78) 할머니는 "박근혜가 제일 나쁜 사람"이라며 "이번에 안내려오면 머리채라도 잡아서 끌어내리고 싶다"고 했다.

마을을 찾은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는 어르신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을을 찾은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려는 어르신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이곳 어르신들은 마을을 찾아오는 손님들을 항상 반갑게 맞이한다. 이날도 회관에 모인 할머니들은 중국에서 온 기자를 비롯해 회관을 찾은 사드반대 단체 활동가들에게 식사를 대접했다. 김정자(80) 할머니는 "국가를 상대하는 큰 싸움에 주민들뿐이었으면 외롭고 고됐을 것"이라며 "이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했고, 여모(80) 할머니도 "함께 해줘서 고맙다.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었다면 분해 뒤로 쓰러졌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마을회관 옆 빛바랜 '사드반대' 현수막(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마을회관 옆 빛바랜 '사드반대' 현수막(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에 늘어선 경찰버스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골프장으로 가는 길목에 늘어선 경찰버스들(2017.3.2) / 사진.평화뉴스 김지연 기자

한편,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원불교 성주성지수호 비상대책위원회', '사드 한국배치저지 전국행동' 등 성주·김천을 비롯한 전국의 사드반대 단체는 이날 소성리에 공동상황실을 꾸리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들은 앞으로 정부의 사드배치 강행에 맞서 현장 중심의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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