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대선 닷새를 앞두고 대구지역에서 첫 '뚜벅이 유세' 일정에 나섰다.
유세 차량 대신 직접 걸어서 유권자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하겠는 방법이다. 일명 '120시간 뚜벅이 유세'의 첫 행보는 최근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로 지지율이 이동한 '보수의 텃밭' 대구였다. 시민들과 1대1로 만나 스킨십을 하며 민생 행보를 통해 돌아선 표심을 막판에 되찾겠다는 안 후보의 셈법이다.
하지만 황금연휴를 맞아 복잡한 동대구역 환승센터와 신세계백화점 안에 대선 주자가 나타나면서 취재진과 시민 등 인파 수 백여명이 일시에 몰려들어 뚜벅이 유세는 '민폐' 유세로 변질되고 말았다.
사전투표 첫날인 4일 오후 3시 동대구역사. 초록색 셔츠에 노타이, 운동화를 신고 백팩을 멘 안 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시민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건네며 지지를 호소했다. 여행을 떠나는 가족, 친구, 연인 등 일부 유권자들은 안 후보에게 다가와 셀카를 찍고 사인을 받았다. 안 후보는 역내 편의점에도 들어가 초콜릿을 사고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계산을 하며 알바노동자 고충을 물어봤다. 이어 동대구역에 있는 TMO(여행장병안내소)에 들러 장병들을 만나 군대 내 어려움에 대해서도 말을 주고 받았다.
그러나 취재진들과 지지자들이 역사 통로에 서서 이용객들의 통행이 가로막히자 역무원들이 나타나 '길을 비키라'고 지적했다. 역무원들은 누가 오는지 통보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분 정도 동대구역사에서 유세를 벌인 그는 많은 인파를 이끌고 동대구역 환승센터인 신세계백화점까지 이동했다. 잠깐 기자들과 질문을 주고 받은 뒤 안 후보는 환승센터 공사 현장 근처에서 양말과 군밤을 팔던 노점상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공사로 인한 애로사항은 없는지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곧 안 후보는 신세계 동대구 복합환승센터로 들어갔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으로 쇼핑 중이던 시민들이 몰렸다. 저마다 휴대폰을 든 시민들은 셀카를 찍으려 후보 근처로 다가왔다. 백화점 좁은 복도에 취재진들이 사다리와 카메라로 진을 치고 수첩 든 기자들도 안 후보 말을 듣기 위해 겹을 이뤘다. 환승센터와 백화점이 연결돼 안그래도 복잡한 내부가 안 후보의 등장과 함께 순식간에 마비가 됐다.
인파는 에스컬레이터(계단승강기)에도 따라붙었다. 특히 안 후보가 에스컬레이터에서 인사하는 모습을 찍기 위해 취재진과 시민들이 에스컬레이터 입구와 통로에 몰려 아찔한 모습을 보였다.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백화점 직원들은 '빨리 내리라'고 고함을 질렀고 시민들도 "사고 나겠다"며 불만을 표했다.
매장에서도 원성이 터져나왔다. 직원들에게 안 후보가 다가갈 때마다 취재진들도 따라 이동하며 카메라 장비에 시민들이 부딪치고 매대 상품이 어질러진 탓이다. 한 여성은 방송국 카메라에 세게 부딪쳐 취재진과 언쟁을 벌였고 매장 직원도 카메라기자가 든 사다리에 물건이 떨어져 성질을 냈다. 자녀들과 백화점을 찾은 40대 양모씨는 "찍고 싶은 마음도 사라지겠다. 유난, 민폐지 않냐"고 성토했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동대구역, 신세계백화점에 이어 경북대학교, 동성로까지 '걸어서 국민속으로' 뚜벅이 유세 첫 일정을 보냈다. 오는 9일 0시까지 120시간 동안 전국에서 같은 방식의 유세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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