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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논란할 이유 없다
[정은정 칼럼] 한해 2천여명 산재 사망, 처참한 이 현실에도 왜?
2020년 11월 23일 (월) 14:19:12 평화뉴스 정은정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지난 달 칼럼에 “일하는 사람들의 생명을 지키자”는 제목으로 이번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되어 노동자들이 일하러 갔다가 죽거나 다치는 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기를 바란다고 썼다. 이번 달에도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난 달 보다 더 애타는 심정이다.

11월 5일 정의당 대구시당과 민주노총 대구본부가 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가해 대구경북 중대재해 현황과 시사점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올 초부터 당시까지 대구·경북지역에서는 2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해 23명이 목숨을 잃었고, 22명이 다쳤다. 경북에서 17건, 대구에서 8건이 발생했고, 공사 현장에서의 사고가 15건이었다. 경북의 재해율이 높고, 건설업에서의 사고가 많았다.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2020.11.5.대구시의회)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시사점이 있는 두 가지 사고를 언급했다. 하나는 6월 달서구 자원재활용업체에서 폐기물 저장 맨홀을 청소하러 들어갔다가 노동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다. 2019년 9월 영덕 오징어 젓갈 생산 업체에서 오폐수 지하 탱크 청소를 하려다가 이주노동자 4명이 사망하는 사고와 같은 형태의 질식사다. 충격적인 사고가 언론에 떠들썩하게 보도되었지만 9개월 만에 반복되었다. 유독가스에 의한 노동자 질식 사망사고는 4월 부산 하수도 공사장에서 8월 인천 자동차 부품공장 정화조 청소에서 반복되었다.

또 하나는 10월 대구상수도사업본부로부터 가창댐 취수탑 하부 안전진단 업무를 의뢰받은 잠수사가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 사망한 사고다. 함께 들어갔던 잠수사가 취수구를 잠가줄 것을 요청했지만 상수도사업본부는 취수구를 잠그면 일부 지역이 단수가 되므로 닫지 않았다고 한다. 공공기관조차도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을 지키는 것보다 민원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토론회 다음날인 11월 6일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역 인근 도로에서 만취 상태인 운전자의 차가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을 들이받아 쓰레기 수거를 위해 도로로 내려오던 환경미화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환경미화원이 야간 근무 중 차량 뒤쪽 발판에 타고 있다가 재해를 당하는 사고가 되풀이되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부는 2019년 3월에 ‘환경미화원 작업 안전 지침’을 발표했다. 청소 차량에 영상장치 의무적 설치, 야간작업에서 주간작업으로의 변경, 3인 1조 작업 실시, 악천후 때 작업 중지의 내용이 담겨있다. 그러나 수성구청은 이를 지키지 않았다. 환경미화원의 안전한 작업환경보다 용역비용 절감이 더 중요했다.

지진이 나면 많은 사람이 죽는데 지진 때문이기보다 부실한 건물이 무너져 매몰되어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위에서 언급한 사건들은 이것과 비슷하다. 산재 사망 사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뜻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비슷한 곳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재현된다.

왜 그럴까? 2013~2017년 5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피고인의 90%가 집행유예(33.46%)와 벌금형(57.26%)을 받았고, 징역·금고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 2.9%에 그쳤다. 5년간 평균 벌금액도 자연인은 420만 6,600원, 법인은 447만 9,500원이었다. 이런 가운데에서 한 해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죽는다. 25년째 OECD 국가 중 산재 사망률 1위이다. 부끄럽고 처참한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이유다.

   
▲ 2019년 국내 산업재해...재해자수 10만9천242명, 사망자수 2천20명 / 자료.안전보건공단

그런데, 뜻밖에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한 국회 논의가 순조롭지 않다고 한다. 어려운 중소기업에 부담을 주고, 강한 처벌이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재계의 주장이 정부·여당을 압박하는지 모르겠다. 그런 주장이 일부분 타당성이 있다 해도 법 제정을 논란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중대재해를 대폭 줄이자는 취지를 살려 법을 제정한 후 시행령이나 정책을 통해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당장 몇 가지 떠오른다. 제대로 된 통계조차 없는 기업의 산업안전 설비 투자와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 배치를 의무화하고, 적극적인 재정 지원을 하는 방안이 있다, 중소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에 안전보건업무 기관을 배치하여 사업장별 맞춤 지원을 하는 방안 등도 있다. 기업을 지원하는 예산에 우선순위를 바꾸면 가능할 것이다. 전문가들과 현장 종사자들의 의견을 모은다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작가 김훈의 탄식처럼 날마다 명복을 빌 것이 아니라 넘어진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새로운 길로 한 걸음 성큼 나가야 한다. 국민은 그러기를 원한다.

운전하다 제한속도 30km의 스쿨존을 만나면 난감하다. 여태까지의 운전습관으로는 30km 이하로 속도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떡하니 버티고 있는 단속카메라를 지나치면 벌금 날아오지 않을까 싶어 속이 탄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지만 한편 마음이 뿌듯하다. 불편함과 손해를 무릅쓰고 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시민들 때문이다. 논란이 있더라도 더 소중한 것을 지키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정은정 칼럼 13]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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