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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3권, 단체행동의 제약...되풀이되는 '노동법 개악'의 역사
③ 이대동(대구경북진보연대)
"1996년, 2006년, 2010년 노동법 개정...2020년, 쟁의행위·연대활동마저 사실상 무력화 시도"
2020년 12월 08일 (화) 18:08:52 이대동 대구경북진보연대 공동대표 pnnews@pn.or.kr

요란한 '검찰·법무부 갈등'의 저 한쪽에서 전태일 3법 공방과 노동법 개정을 둘러싼 전쟁이 방역전쟁에 묻혀 소리없이 벌어지고 있다. 개정안을 보면 기가 막힌다. 단체행동권의 사실상 제약은 노동3권에 대한 심각한 왜곡이자 도발이다. 지금은 노동운동사 어디쯤에서 ‘라떼는’의 사례로나 언급되는 ‘3자개입금지’도 소환해낸다. 밀양 송전탑에서, 성주 소성리에서 많이 듣던 외부세력 논리의 부활이다. 자본이 약자라며 방어권 운운하기도 징징대기도 한다.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노동법은 “원래” 없다. 노동자의 고용, 노조, 임금, 처우를 규정하는 법들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뭉쳐 사용자와 교섭하고 싸우도록 보장하는 것이 헌법의 노동3권이고 그것을 구체화한 법이 노조법이다. 이번 노동법 개정은 바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손보겠다는 것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주요업무시설에 대한 일부 점거는 위법이 된다. 사실상 사업장 내에서 쟁의행위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낮은 수위의 선전활동, 피켓팅 등도 위법 사항이 될 수 있다. 원래 노조 활동은 사용자의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는 행위 즉, 쟁의행위를 합법적 무기로 하는 것인데 이를 제약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사업장의 근로자가 아닌 조합원은 사업장에 출입도 할 수 없다. 산별 노조의 임원 등도 해당 사업장 출입이 금지된다. 연대활동을 무력화하고 노조활동을 개별 기업단위로 묶어두겠다는 발상이다.

단체협약의 유효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도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의 창구단일화 절차에 따라 4년간 단체교섭 한 번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조항이다. 교섭을 못하는 노조는 당연히 파업은 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식물노조다. 결국 이처럼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면 대기업 노조들이 먼저 손해를 볼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처럼 노조하기가 어렵고 노조 조직율이 낮은 나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즉, 가장 약한 노동자들의 노동3권 악화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 민주노총 대구본부의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3법·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민주당 대구시당 농성(2020.11.24)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정작 개정되어야 할 내용은 그대로다. 노조법상 근로자의 정의는 바뀌지 않았다.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는 여전히 제한된다. 하청업체 노조가 사실상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이른바 원하청 공동사용자성) 역시 불가능하다. 행정부가 노조설립을 허가할 수 있는 노조 설립신고제도도 그대로 유지다. 쟁의행위의 목적도 바뀌지 않았다. 임금,근로조건 외 경제∙사회적 문제에 대한 쟁의행위나 하나의 회사를 넘어서는 사용자 단체를 상대로 한 쟁의행위는 불법이다. 시대의 흐름으로나 다른 나라의 사례로 보나 하나같이 구닥다리 조항들이다. 결국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유지하고, 권리를 제한하고 축소하는 것이 이번 노조법 정부 개정안의 주요내용인 것이다.    

노동 영역에서 촛불정부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적어도 법을 손보는 대신 행정지침으로 밀어붙이던 이전 정부의 행태를 반복하지 않는 것만이 비정상의 정상화 요체가 아니었다. 노동존중이 당의정이 아니길 바랐지만, 일관되게 재벌 편중이고 지겹도록 용두사미하는 모습만 보여줬다. 오래도록 국제사회의 압박을 받아온 ILO핵심협약 비준이 더 미룰 수 없는 임박한 과제가 되자, 이참에 재계의 민원을 해소하는 식으로 처리하려는 모양새다. 이 정부 들어 자주 목격해 온 접근법이다. 상관없는 두가지를 놓고 이것 줄 테니 저것 받으라는.

53년 최초의 노동법 이후 노동법은 운명처럼 개악만을 거쳐 왔다. 몇가지만 살펴보자. 1996년 말 신한국당이 날치기로 통과시킨 노동법 개악은 최악이었다,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 등을 담은 악법에 맞서 200만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한겨울 총파업에 나서 막아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여야 정치인이 만나 협상 했다. 결론은 이랬다. 폐지,개정이 아니라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시행하겠다" 즉, 유예하겠다는 것이었다. 1998년 유예 약속은 깨졌고 그 결과 대량해고가 일상이 되는 근거가 마련되었다.

2006년 11월 파견제, 기간제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기간제는 2년 초과시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은 보호라는 미명으로 파견제, 기간제 고용형태에 도리어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그것을 확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 <한겨레> 2009년 12월 31일자 6면(종합)

2010년 1월 1일 새벽, 당시 환노위원장이었던 추미애 의원이 점심시간 문을 잠그고 한나라당과 날치기로 사인한 뒤, 본회의에 직권으로 법을 상정했다. 핵심은 '타임오프제' 와 '복수노조를 허용하되 교섭창구를 단일화' 하는 것이었다.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데도 패키지로 묶어 꼼수를 쓴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된 후 전국적으로 '노조파괴 시나리오'는 탄력을 받았고 이로 인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이 이어졌다. 이 법 규정으로 인해 논공,성서공단 내 복수노조 사업장 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노동법의 변천사는 노동3권을 체계적으로 무력화하고 노동 유연화의 제도적 완성을 시도해 온 역사였다. 보수정권의 노동적대 정책이야 말할 것도 없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되고 법망을 피해 갖은 파괴 시나리오를 실행,지원해 왔다. 주목할 것은 그들도 눈치는 봤고, 견지해 온 금도라는게 있었다. 오히려 노동법 개악은 민주당 정부에서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다. 공약은 물론, 그대로 실행된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노동법 개정은 노동시간 단축, 모성보호, 비정규직 보호라는 명분으로 시작하여 결국 근로기준법 개악으로 끝났다. 왜 그럴까? 나는 이 정부 들어 노동의 체제내화, 이른바 포섭전략에 더욱 몰두하는 배경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노동계를 개혁의 걸림돌로 보는 것이다.   

MB정부 국책기관이던 한국노동연구원장은 당시 헌법에서 노동3권을 지우자고 말했다. 솔직한 고백이었다. 자본에게는 헌법33조도 최저임금법도, 근로기준법도 기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거추장스러운 “규제”일 뿐이다. 하나 내놓으면 두 개, 세 개를 내놓게 되어 있다. 정부는 코로나 시대 민중생존의 해법이 노동존중에 있는지, 경제위기를 빌미삼은 자본구애에 있는지 분명히 선택해야한다. 어중간한 절충은 참상의 역사를 다시 반복하는 일이다.  

   







[노동 현안 연속기고 ③]
이대동 / 대구경북진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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