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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2주기,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이라도 제정하자
② 정은정 (대구노동세상)
"일하다 숨지는 참혹한 현실...민주당·국민의힘, 더 이상 지체 말고 법 제정해야"
2020년 12월 04일 (금) 15:14:35 정은정 대구노동세상 대표 pnnews@pn.or.kr

21대 정기국회가 끝나가고 있는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건설현장 사망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했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정경제3법을 이번에 처리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상임위원회 심의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고 했다는데 대통령의 바램과 여당 대표의 원칙은 어디에서 머물고 있는 것일까?

   
▲ 2018년 12월 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故 김용균씨 대구 분향소(2018.12.24.동성로)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세계 1위 수준의 산재사망사고가 20년이 넘도록 개선되지 않는 것은 그것이 사고가 아니라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원인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한 해 2천여 명, 하루 6명의 노동자가 일을 하다 죽어가지만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인 것이 큰 원인일 것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에 대한 평균 벌금액은 432만 원이고, 지난 10년 동안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책임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체의 0.5%에 불과하다. 2019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처벌의 상한 수준을 높였지만 하한선이 제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처벌 수위는 개선되지 않았다.

정의당이 21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발의했고, 국민 10만 명이 입법동의 청원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기업의 조직문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 등으로 사업장, 다중이용시설 등에서 인명 피해를 발생시켰을 때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정부 책임자들을 엄격히 처벌함으로써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 2019년 산업재해 발생 현황 / 출처. 고용노동부

더불어민주당은 여러 차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지만 당론 채택은 유보했고, 이미 제출된 법안을 하루 빨리 심의하고 처리하기 보다는 11월에 와서야 새로운 법을 발의하고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박주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앞서 발의된 법안과 같은 취지를 가지긴 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4년간 법 적용 유예기간을 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체 산재 사망의 61.6%와 전체 산재 재해의 76.6%는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법 적용을 유예한다면 실제로 산업재해 발생과 산재사망을 줄이기 어럽다. 또 한 번 유예된 법은 또다시 유예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다른 노동조건도 열악한 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서도 또 방치되는 것이다.

   
▲ 2019년 규모별 산업재해 발생현황 / 출처. 고용노동부

장철민 의원이 제출한 「산업안전보건법」개정안에는 ‘중대재해 시 100억원 과징금 부과’로 돼 있어,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표현됐다. 하지만 과징금 부과기준은 동시에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1년 동안 3명 이상의 노동자가 사망한 사업장에만 해당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2조는 ‘중대재해의 범위’를 △사망자가 1명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동시에 2명 이상 발생한 재해 △부상자 또는 직업성 질병자가 동시에 10명 이상 발생한 재해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 개정안대로 한다면 중대재해의 범위가 더 축소된다. 또, 100억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하한 기준도 없는 과징금에 대해서 기업의 책임을 얼마나 제대로 물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물론 여전히 한계가 많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도 중요하다. 하지만 참혹한 현실을 지금 당장 바꾸기 위해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

지금 국회 법사위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관련하여 국민의 입법청원안,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안,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안 등 국민과 3당 의원들의 법안이 모두 제출되어 있다. 두 교섭단체가 모두 법안을 발의했고, 2일 열린 법사위 공청회를 통해 쟁점 및 보완 지점 등을 확인하였다고 하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다가오는 12월 10일은 김용균 노동자의 2주기이다. 추운 겨울 늦은 밤 컴컴한 작업장에서 혼자 떨어진 석탄을 치우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은 청년 노동자의 처참한 죽음을 우리는 잊었나? 제발, “중대재해기업처벌법”만이라도 제정하자. 중대재해와 사회적 참사 원인 제공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 죽음의 행렬을 멈추는 출발점일 뿐이다.

   







[노동 현안 연속기고 ②]
정은정 / 대구노동세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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