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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노을
[이재동 칼럼] 기후 위기와 나의 변화
2021년 07월 27일 (화) 11:04:48 평화뉴스 이재동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올해는 저녁노을이 유난히 붉고 아름답다. 그럴 계절이 아닌데도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선명한 붉은 하늘과 구름이 만드는 광경은 사람들의 찬탄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SNS에 올리기 위하여 휴대폰을 들이대게 하기도 하지만 혹시 이러한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닌지 불길한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초등학교 시절에 봄 가뭄이 몹시 심한 해가 있었다.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차고 놀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유난히도 붉은 석양을 보며 내일도 역시 비가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모두들 침울했던 기억이 난다. 하루하루의 날씨가 삶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컸던 시절이었고, 노을이 유난히 붉으면 가물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었다.

   
▲ 저녁 노을(2021.7.23, 영남대학교) / 사진 제공. 독자 이시훈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는 기상이변으로 지구온난화에 대한 걱정과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온난화 자체를 부인하는 학자들도 있고 그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행위와는 상관이 없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그 세력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고 그 주된 원인은 인간의 활동에서 나오는 탄소에 있다는 것은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미국의 부통령을 지냈던 앨 고어는 기후 위기에 관한 유명한 책의 제목을 『위기의 지구』라고 하였지만 사실 위기에 처한 것은 지구가 아니라 인간이다. 지구의 역사를 45억 년 정도로 보는데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20만 년에 불과하다. 인간이라는 종(種)이 지구에 존재한 시간은 지구가 생긴 이래의 시간 중에 채 2만 분의 1도 차지하지 않는 미소한 시간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가 인간이 살아가기 적합하지 않은 온도로 변화하는 것일 따름이며, 인간이 이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그 환경에 더 적합한 종들이 번성할 것이고 어쩌면 인간보다 더 훌륭한 문명을 만들어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인간의 문명은 우주나 지구의 무한한 시간에 견주어보면 하나의 에피소드에 불과한 일이다.

 나는 몇 달 전에 15년 넘게 타던 자동차를 폐차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고 있고,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육류를 되도록 먹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늙어가면서 세상에 해를 조금이라도 덜 끼쳐야겠다는 개인적 각성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기후변화에 관하여 여러 가지 읽고 들은 정보로 인한 것이기도 하다.

 특히 미국의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가 쓴 책들에서는, 엄청나게 늘어난 육류 소비량을 바탕으로 과잉 팽창한 축산업이 기후위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과 함께 공장식 축산에서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잔인한 처우(하나의 예를 들면, 우리가 지금 육계를 기르고 도축하는 것은 인간으로 치면 10살에 103kg으로 살찌워서 도축하는 것과 같다)나 제3세계의 굶주리는 사람들에 대한 불공정함(해마다 축산업자들이 부유한 사람들이 먹을 동물들에게 전 세계의 굶주린 사람들을 모두 먹일 양의 일곱 배가 넘는 곡물을 먹이고 있다)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들을 나열하고 있었다.

   
▲ 육계 농장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나의 이런 개인적인 변화가 기후위기에 어떤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은 없다. 이러한 생각들이 모인다 하더라도 이미 심각하게 진행된 온난화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이를 막기 위한 각국 정부의 극단적이고 광범위한 조치는 세계경제에 오히려 더 큰 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온난화를 불러온 탄소의 배출에 관하여 선진국들이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지만 (10%의 잘 사는 나라들이 50%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으며, 50%의 못 사는 나라들은 겨우 10%를 배출한다는 이른바 ‘50-10법칙’이 있다) 그로 인하여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적도 근처의 가난한 나라의 국민들이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들로 인한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사람들도 역시 가난한 나라의 굶주리는 사람들이라는 점이 그 해결책을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자가용의 폐기와 육식의 자제가 무슨 큰 대의를 위한 결단이기라기보다는 그저 나 자신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구의 문제는 지구에 맡겨 두기로 했다. 많이 걸으니 건강에도 좋고 평소 못 보고 지나치던 풍경도 볼 뿐 아니라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람들도 우연히 마주친다. 육식을 줄이니 거북하던 장(腸)이 편안하면서 음식의 재료가 주는 심심한 맛도 느끼게 된다. 내가 만날 수 없는 아들의 아들의 아들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철 아닌 유난히도 붉은 노을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면서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은 너뿐이야’라고 소리쳐 부르지만 없는 대답을 아무 걱정 없이 기다리고 싶구나!

   







[이재동 칼럼 18]
이재동 /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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