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030 청년' 백소현 북구의원 후보..."골목까지 정의로운 도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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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지방선거 - 대구 2030 청년후보 ②] 정의당 백소현(34) 북구의원 후보
경북대병원 임상병리사 10년...강북풀뿌리단체협의회 공동대표
"거대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일하는 사람들의 구의원"
"기후위기 녹색정치...배달앱 다회용기 사용 조례 만들고 싶어"


백소현(34) 정의당 북구의원 후보(동천·관음·읍내동)는 인터뷰 첫 질문에 대답 대신 눈물을 보였다. “선거운동 힘드시죠?”라는 물음에 온갖 감정이 북받쳤던 모양이다. "제가 먼저 전화하고 부탁하고 이런 걸 잘 못해서요, 선거 치르려면 그런 걸 해야하는데…"
‘저렇게 여려서 정치를 어떻게 할까’ 염려가 될 만도 한데 오히려 다음 대답이 기대됐다. 정치 새내기로 더구나 대구에서 진보정당의 후보로 겪는 마음고생에 더해 정말로 잘 하고 싶은 의지가 읽혔다.

백 후보의 선거 명함에는 노란바탕에 녹색글씨로 이름을 박고 ‘불어라 녹색바람’이라고 적혀있다. 본인을 소개하는 열쇳말은 비건/청년/기후위기/마을공동체다. 열쇳말을 하나씩 따라가 보면 백 후보가 어떤 정치인인지,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자 하는지 읽을 수 있다.
 
종이박스를 재활용한 피켓을 만든 백소현(34) 북구의원 예비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종이박스를 재활용한 피켓을 만든 백소현(34) 북구의원 예비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대구 북구 동천동 백 후보의 선거사무소에 들어서면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보다 짙은 회색의 텐트가 더 먼저 눈에 들어온다. “당원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회의할 때 아이들은 사무실을 뛰어다니고, 소파에서 책도 읽고, 텐트 속에 들어가서 놀아요. 텐트에서 어른들이 잠시 쉬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들어가서 뒹굴며 놀라고 갖다 놨어요.” 마을공동체를 기반으로 생활 정치가 잘 뿌리내린 칠곡다운 선거사무소 풍경이다.

진보 정당이 다수 정당처럼 지역의 굵직한 단체나 학연, 지연으로 조직을 엮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다져놓은 풀뿌리 기반에 희망을 걸어본다. “이 지역 주민들은 정의당을 지지해 본 경험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전 지방선거 때 정의당 후보가 1등으로 당선되기도 했고요. 그분들이 다시 정의당을 선택할 수 있도록 믿음을 드리려고 노력합니다.”

차분하게 말을 이어가다 ‘어떤 칠곡을 만들고 싶냐’는 질문에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밑그림을 펼쳐보인다. 칠곡 안에 탄소중립 에너지 전환 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다. △주민 참여형 햇빛발전소 설립 △배달음식 다회용기 수거시스템 도입 △재활용품 자동분류 수거장비 동별 도입△학급식 채식 선택제 실시 △도시농업 활성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도시생태 조성 △팔거천을 생태하천으로 가꿔 전국에서 따라 배우려는 마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선거운동도 녹색으로 치른다. 명함도 홍보물도 친환경 재생용지를 쓰고, 재생플라스틱으로 만든 현수막을 내걸고 자전거 선거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극복은 정치와 행정이 나서서 바꿔나가야한다는 믿음이 그를 선거에 직접 뛰어들게 했다.
백 후보가가 내세운 또 다른 슬로건은 ‘골목까지 정의롭게 함께 사는 행복 북구’다. 그는 "양당이 대변하지 못하는 사람들, 일하는 모든 사람들, 아이들, 그리고 동네의 동물들까지 다 아우르는 구의원이 되고 싶다"며 웃는다.

그는 진보정당의 여느 정치인들처럼 학생운동 경력은 없다. 경북대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일하며 노동조합 활동을 통해 그간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힘들지만 앞장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그 실천으로 정치를 선택했다. 흔히들 정치, 특히 선거판은 고차방정식이라는데 앞뒤 계산 없이 마음이 시키는대로 현실정치를 시작했다.
 
백소현(34) 북구의원 예비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백소현(34) 북구의원 예비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백 후보는 "당선되든 안 되든 지금 꿈꾸고 계획한 일들은 하나씩 이웃들과 함께 해나갈 것"이라며 "구의원이든 동네 책방주인이든 상관없지만, 구의원이 되어 더 많은 일을 잘 해낼 여건이 마련되면 신나게 일해보고 싶다"는 말로 당선 의지를 내비쳤다.

백소현 후보는 1987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쳤다. 경북대학교병원에서 임상병리사로 10년을 근무했다. 현재 정의당 북구을위원장, 대구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강북풀뿌리단체협의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백 후보와의 일문일답이다.

- 언제부터 사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는지?
= 경대병원에서 일하면서 입사 때부터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동료들이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우리를 위해 앞장서서 싸워주는 사람들인데 왜 싫어하지?’ 하는 생각으로 일단 가입했고, 간부까지 하게 됐다. 노조활동 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고 해야할까? 18대 대선 토론회를 다 지켜봤는데 정말 무식한 사람이 당선되는 걸 보고 박정희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 읽어봤다. 역사 공부를 하면서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사실들, 잘못 알고 있던 일들을 하나씩 알아가고 깨우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노조활동 하면서 만난 노조 간부들이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너무 멋지고 대단해보여서 나도 뭔가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고 현실 정치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직장생활과 노조활동, 연대활동을 병행하면서 늘 부족함을 느꼈다. 1년 동안 휴직도 해보고 오래 고민했는데 ‘여기는 더 이상 내 자리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급여를 포기하지 않으면 평생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사느라 꿈을 꿀 수 없을 것 같았다. 퇴사하면 더 하고 싶은 일이 보일 것 같아서 일단 그만뒀다.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5.1 대구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백소현 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차별없는 노동권, 질좋은 일자리"...5.1 대구 노동절 집회에 참가한 백소현 후보 / 사진. 백소현 페이스북

- 출마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가 있나?
= 경대병원에 근무하기 전 다른 대학병원에서 비정규직으로 1년 동안 일했다. 당연히 쉴 수 있는 날도 쉴 줄을 몰라서 쉬지 못했고, 심지어는 정규직 면접보러 가는 날 오전에 자리를 비우는 대신 토요일에 나가서 일했다. 노동법도 노동자의 권리도 잘 몰라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더라. 그런 경험을 통해 노조가 있는 직장과 없는 직장의 차이를 알게 됐고, 이후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은 앞장 서서 싸우며 그 힘든 길을 가는 분들을 보면서 나몰라라 하고 싶어서 혼자 고민하고 울기도 많이 했다. 그런데 함께 하지 않는 것이 너무 비겁하게 느껴졌고, 늘 마음이 불편했다. 누군가 나를 위해 대신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내가 나서자는 마음으로 출마를 하게 됐다.

- 여러 진보정당 들 중 정의당을 선택한 이유는?
= 노회찬 의원을 닮아서 따라 살고 싶다. 팟캐스트 <노유진> 들으면서 많이 배웠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늘 고민하는 그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촌철살인의 비유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더 쉬운 말로 대중을 설득하려는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렇게 늘 고민하고 모두를 아우르는 그런 정치인이 되고 싶다. 정의당에서 노의원이 가고자 했던 길을 따라 걷고 싶다.

- 정의당 후보인데 왜 녹색을 전면에 내세우는가?
= 기후위기에 가장 관심이 많다. 그리고 녹색은 녹색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의당도 기후위기 해결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고 있다. 나는 노동자이고 페미니스트인 동시에 녹색정치를 하고자한다.

- 기초의회에서 정의당 의원은 어떤 역할을 해야한다고 보나?
= 노동자, 여성, 1인 가족, 비인간 동물, 성소수자, 장애인...등 거대 양당이 대변하지 않는 이들의 편에 서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본다. 지금까지 기초의회에서 논의되지 못했던 많은 문제들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 청년 새내기 정치인의 강점은?
= 이것저것 재는 대신 일단 해본다. 추진력만은 자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해보고 배운다.
 
백소현 예비후보자 홍보물
백소현 예비후보자 홍보물


- 청년 정치 새내기로서 어려움이 있다면?
= 북구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정치기반을 꾸준히 닦아 온 기성정치인에 비해 불리한 점이 많다. 기초의원은 토론기회도 잘 없으니 나를 알릴 기회가 많지 않아서 차별성을 부각시키기도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현수막을 하나 달려고 해도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마디로 인생 최대의 난제를 만난 기분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출마한 후보들이 다들 대단해 보인다. (웃음)

- 정치를 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 북구 의원들의 평균 연령이 55세라고 한다. 기성세대들은 스스로 만들어 놓은 틀을 깨면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나도 곧 당에서 청년의 기준에 아슬아슬하게 걸린다. 이제 피선거권이 18세로 낮아졌으니 더 젊은 분들이 도전하기를 권한다. ‘청년들이여 정치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렇게 이야기하다가 나부터 이렇게 도전하고 있다.

- 구의원이 되면 1호 조례로 하고 싶은 것은?
= 역시 기후위기 대응이다. 배달앱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정착시키는 조례를 마련하고 싶다. 예를 들면, 대구 공공배달앱 ‘대구로’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다회용기를 선택하고, 수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일회용기 배출이 마음에 걸려서 배달음식을 시키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 나 역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라서 그 불편한 마음을 잘 안다.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시민들의 호응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청년' 표심에 호소했습니다. 대선에 곧이어 치러지는 6.1지방선거는 어떨까요? 평화뉴스는 대구에 출마한 청년 후보들의 의지와 고민을 듣기 위해 <6.1지방선거 - 대구 2030 청년후보>를 기획하고 그들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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