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물가와 기름값은 치솟고, 폭염에 땅은 깡말라 서민들의 숨이 컥컥 막히고 있는데,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는 지난 정권의 허물을 찾아내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시대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듯 우리 지역의 한 사립대학에서도 ‘위기의 지방대학’이라는 진단이 무색할 정도의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영남대학교와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졸업생인 나도 알고, 대학운영의 감독기관인 교육부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영남대학교의 교주로 추앙받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심복의 흉탄에 비명횡사한 이후, 그의 딸이 슬그머니 이사장으로 취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가서 학교 운영비리로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고, 그 이후 영남대학교는 오랜 세월 관선이사체제로 운영되어 왔다. 이 사실 역시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온 세상 사람이 다 아는 사실이다.
세월이 흘러 정치인이 된 설립자의 딸은 대통령 직에까지 올랐지만 임기를 못 채우고 탄핵되어 수감생활을 하다가 최근 사면으로 자신의 거처에서 칩거하고 있다. 비록 전직 대통령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사학재단에 대통령직에 있을 때처럼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이 그를 수사하고 기소했던 바로 그 검사 아닌가? 그래서 현직 대통령의 협조를 얻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영남대학교는 누구의 소유인가. 영남대학교와 관계된 사람들이라면, 아니 교육에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든 가질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최근 영남대학교 총장은 전임 교수회 의장과 실무를 담당했던 교수들이 이런 사실들을 공개된 장소에서 공론화하였다는 이유로 징계를 결정했다,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어떤 사람의 주장을 허위사실로 규정하려면 그 주장에 반하는 사실과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전임 교수회의 어떤 주장이 허위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이 징계를 밀어붙이는 것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아니면 “막걸리 반공법” 시대의 율법으로 징계하겠다는 거다. 직선 대통령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될 짓인데, 사학재단의 이사회가 밀실에서 뽑아 올린 간선총장이 하는 처신 치고는 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전임 교수회의 집행부가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했다는 사실도 징계의 사유로 꼽고 있다. 공금과 예산의 횡령, 착복이 있었다면 내부 징계가 아니라 형사고발을 하면 될 터이고, 그게 아니라면 당사자의 소명부터 먼저 듣는 것이 통상적인 수순 아닌가? 그런데도 엄청난 회계부정이 있었던 것처럼 징계사유에 주절주절 덧붙여 놓은 것은 그만큼 징계의 명분이 부족함을 자백하는 꼴이다.
제일 뜨악한 것은 징계대상인 교수가 전임 교수회 의장 업무를 수행할 때 특정 교수의 명예를 훼손하였다는 것인데, 그 교수가 지금 징계를 추진하는 영남대학교 현 총장이다. 자신의 명예가 정말 억울하게 손상당했다면 그 당시에 응분의 대응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몇몇 명언을 남긴 후광으로 “별의 순간”을 잡아 챈 인물이기도 한데, 그 명언 중의 하나가 “검사가 수사로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입니까”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교수 시절에 있었던 일로 앙심을 품고 있다가 총장이 된 이후에 징계권을 휘두르며 보복에 나서는 총장을 우리는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정녕 교수회의 활동 자체가 비위로 점철되어 징계가 불가피하다면 교수회 의장단 중에서 부의장을 제외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 부의장은 징계대상에서 빠지고 실무를 담당하는 교수회 사무국장을 징계 대상에 포함시켰다. 영남대학교 전임 교수회 부의장은 의과대학 교수다. 영남대학교에서 의과대학 교수는 면책 특권이 있나? 아니면 교수회 부의장은 역할 없는 명예직에 불과한 자리인가. 여기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 없다면 이는 정당한 징계가 아니라 총장의 사적감정에 의한 표적 징계라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터무니없는 징계 건에 구교의 전사인양, 정의의 사도인 듯 근엄하고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자료를 살피고 있을 징계위원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면 계면쩍고 좀 우스꽝스럽지 않을까? 졸업생인 나는 내가 알 수도 없는 징계위원들의 가증스러운 진지함과 근엄함을 상상만 해도 구토가 나오는데...
그런데 다시 한번 물어보자. 영남대학교는 누구의 것인가?
[기고]
김진국 / 영남대학교 졸업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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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 영남대 총장의 전임 교수회 임원 '표적 징계'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