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까지 퍼진 낙동강 독성 녹조에서 치매를 유발하는 독소가 나왔다는 국내 첫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 국민 체감 녹조조사단(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환경운동연합,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비례대표)'은 25일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단은 지난 4일부터 3일 동안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부경대학교 이승준 교수팀 등과 함께 조사단을 꾸려 낙동강 최상류 경북 영주댐에서 최하류 낙동강 하구까지 채수와 퇴적토를 거둬 효소면역 측정법(ELISA kit)을 통해 낙동강 녹조를 분석했다. 낙동강 녹조가 흘러간 부산 사하구 다대포 해수욕장에서는 지난 12일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8월 낙동강 수문 개방에 따라 지난 12일 다대포 해수욕장에서 대규모 녹조가 나타났다. 2017년 이후 두 번째다. 조사를 해보니, 알츠하이머, 루게릭병, 치매 등을 유발하는 남세균 신경독소 BMAA가 검출됐다. 미국 연방 환경청(EPA) '물놀이 금지 기준'을 초과한 마이크로시스틴도 나왔다. 지난 13일에는 거제시 농소몽돌해변, 흥남해수욕장, 덕포해수욕장 인근에서도 녹조 띠가 발견됐다.
다대포 해수욕장 녹조에서 신경 독소가 발견된 것은 국내 첫 사례다. 조사단은 바다에서 녹조가 발생한 원인은 낙동강 녹조 창궐 시기에 4대강사업 낙동강 구간의 수문을 열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대구 달성보 인근 낙동강 레포츠벨리에서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미국 연방 환경보호청(USEPA) 물놀이 기준 48.5배 수치다. 레포츠벨리 퇴적토에서는 4종의 남세균 독소가 모두 검출됐다. BMAA 신경독소는 3.247ug/kg이 나왔다. 레포츠벨리의 경우 현재도 수상 레저 활동이 진행 중이다. 인근 청소년수련관에서도 청소년 대상 수상체험활동을 진행해 조사단은 "중단"을 권고했다.
강과 바다에 이어 땅도 녹조에 오염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경남 양산 논에서 5,079ug/L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미 연방 환경보호청 기준 634.9배다. 낙동강 본류 농업용수 취수 도동양수장 취수구에서는 미 연방 환경보호청 기준 490배, 3,922ug/L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벼와 볏짚에 축적된 해외 연구 사례도 있다. 조사단은 "농민과 소비자 건강 피해"를 우려했다.
수돗물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낙동강 전 지역에서 고농도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상수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조사단은 주장했다. 특히 지난 7월 말 대구지역 수돗물을 취수하는 취수장 인근 낙동강 물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돼 논란이 일었다. 8월 조사 결과, 낙동강 본류 최대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3,922ug/L으로 미 연방 환경보호청 물놀이 기준의 490배다. 2015년 미국 톨레도 시 수돗물 중단 사태 당시 원수의 마이크로시스틴 검출량은 15~20ug/L였다.
영주댐 선착장에서는 신경독소인 아나톡신 3.945ug/L가 검출됐다. 지난 2020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낙동강의 최대 아나톡신을 0.28ug/L(상주 성주 지점)이라고 한 것과 비교하면 14배 높은 수치다.
▲녹조 문제의 국민건강 영향 평가 미흡 ▲강 가장자리와 표면에 집중한 정부의 녹조 독소 저평가 시스템 ▲지역 주민 경제, 사회적 피해, 관광객 피해 ▲독성 녹조 수상 레저 활동 방관 ▲녹조 번성기 수문개방에 따른 2차 피해 유발 등을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른 문제점들로 발표했다.
총평은 "낙동강은 4대강사업으로 인해 10년간 곪아터져 독극물이 흐르고 있다"며 "환경재난에서 사회적재난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내렸다. 이어 "우리 밥상과 국민 생명, 국토 안전을 위협하는 독성 녹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며 "녹조는 이념이 아닌 생명의 문제다. 윤석열 정부는 '강이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는 상식에 따라 4대강 수문을 즉각 열고 낙동강 재자연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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