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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서 모여 함께, 관례화 되고 축소된 민주주의를 회복해 내자
[임성무 칼럼]
2023년 05월 29일 (월) 18:49:12 평화뉴스 임성무 칼럼니스트 pnnews@pn.or.kr

초등학교 4학년 사회는 우리 지역의 문화유산, 우리 지역의 역사적 인물, 우리 지역의 역사에 대한 자부심을 가르치고 있다. 여기서 지역은 애매하다. 넓혀서 대구경북으로, 교육청이 발간한 지역 교과서대로 대구로,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의 현실적인 삶과 경험 공간인 구군으로 해야 할 지가 교사로서 고민하는 지점이다. 마지막 결정은 내가 사는 지역이라도 제대로 알아야,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알아야 공간을 확장해도 탐구도 지식도 확장될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 수업을 계획했다.

1학기 내내 ‘달성군 어디까지 가봤니?’ 제목으로 달성군 지도를 붙여두고 달성군의 역사현장을 여행하도록 안내 했다. 월요일이면 아이들이 자신이 다녀 온 곳에 이름을 쓴 스티커를 붙인다. 기대만큼 진척되지는 않는다. 이건 부모들이 해주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들의 기본적인 학습을 위해 학년 교사들이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먼저 독립운동가 이두산 장군의 광복군행진곡을 배우고, 소설가 정만진 선생에게 달성군의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특강을 들었다. 교사나 학생 모두 달성군에 그렇게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이어서 학교 가까운 답사지를 정하고 조사학습을 했다. 드디어 지난 목, 금요일 이틀 동안 하루 만보를 걸으며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답사 수업을 했다.

목요일, 마을 좁은 골목길을 걷다가 왕버들 노거수를 만나고, 폐지를 운반하던 할머니 자전거가 도로 한 가운데에서 넘어져 모두 달려가 주워드리고, 대구교도소 담장을 따라 화원 천내리 지석묘를 가서 만져 보았다. 우리 마을이 얼마나 오래된 마을인지 확인했다. 다시 걸어서 화원 파출소에 들러 우리 마을 경찰관들을 만나 친해지고, 다시 걸어서 독립운동가 상화기념관과 묘소에서 이상화, 이상정을 만났다. 문화유산 해설을 듣고, 묘지 앞에서 대한독립만세 삼창을 했다.
 
   
▲ 달성군 역사현장...독립운동가 이상화, 이상정 선생 묘소를 찾은 학생들 / 사진 제공. 임성무

금요일, 남평문씨본리세거지 광거당과 수백당에서 한옥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시원한 마루에 앉아 문화유산 해설을 듣고, 마루에 누워 한옥 집의 시원함을 체험했다. 높은 담장 길은 멋진 여행자처럼 걷고 사진을 찍었다. 목화씨는 문익점과 삼국유사 일연스님도 만나고, 인수문고와 문영박 선생을 만나 독립운동을 어떻게 도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배웠다. 문이 닫혀 아쉽지만 담장을 따라 올라가 인흥서원과 명심보감 판각과 추적 선생을 담장 너머로 만났다. 갈 때는 천내천을 따라 난 이팝나무 가로수 그늘 길을 걷고, 돌아 올 때 모내기를 준비하는 논둑길을 걸어왔다.

아이들이 이 프로젝트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느꼈을지는 달성군 문화유산 사진을 전시하고, 보고서를 발표하고, 디카시를 전시하면서 더 깊어지겠지만, 적어도 우리 집 바로 옆에 오래된 문화유산과 독립운동가가 있고,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역사를 살아 온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정도만 해도 교사로서는 충분히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내가 이 글로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 교사의 경험만큼, 교사의 인식만큼, 교사의 지식만큼 교육과정의 질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사회 한 단원 수준의 내용을 가르치는 교사들이지만, 우리 지역이 문화유산과 역사에 대해 교사들은 얼마나 알고 있을까? 얼마나 알려고 노력할까? 만약 교사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 교사들은 기껏 교과서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다. 문화유산이나 역사는 그저 교과서에 머물거나, 인터넷으로 조사보고서를 쓰게 하는 데 그칠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지역의 원로 교육학자인 김민남 선생이 『교육은 교육전문가에게, 왜 그래야 하는데』(2022) 북콘서트와 또 다른 강의를 동영상으로 들었다. 선생은 교육과정을 설명하면서 교사가 쏠리고 꽂히는 관심사가 나의 삶과 나의 마음을 구성하고 규제하며, 교육은 아이들에게도 쏠리고 꽂히는 것을 찾아주고 완성해 주는 것이며, 이게 교육과정이라고 했다. 어느 대목에선 가르치기 어려운 것은 평가해도 어렵다. 뭐든 막무가내로 가르치려 들지 말고, 평가하려 들지 마라. 자책하지 않는 전문가는 삶을 되돌아보지도 않는다면서도 교사들이 저도 모르게 자책하지 않도록 교육전문가로 처신하라고 했다. 교사들은 교육 전문가로서 낯설기 짝이 없는 지식이라는 사물에서 도망치려는 아이들을 붙잡고, 그 사물에 친숙하게 할 수 있도록 맥점이 어딘지 찾아내고, 친숙하게 해줄 앞 뒤 상황을 만들어 주려는 피나는 지적 노력으로 교육과정의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즉, 교육은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의 실천과 실험의 장이고, 학교는 교사의 교육과정 작업을 매개로 아이들의 학습의욕을 불러내는 전체적 기획이다. 그런데 간편하게 관례화된 수업으로 축소된 교육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리고 내용은 방법에 선행함에도 '관례화 된 수업으로 축소된 교육'을 하면서 교육과정 활동이 무엇을 가르칠 건가라는 문제보다 어떻게 가르칠 건가하는 간편한 기법으로 환원하는 것을 경고했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나는 지금 다소 조급하고 우울하다. 내게 남은 교사로 지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고 딱히 내세울 성과도 없다. 남은 시간동안 기회가 되면 교사들을 만나려고 한다. 교사들을 만나 이런 게 좋다고 할 것을 권유하지만 교사들은 옳고 그름을 떠나 일단 뒤로 물러선다. 한참을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 걸음 다가온다. 그만큼 교사들은 아이들은 줄어들었지만 너무 많아진 과업과 책임에 지쳐있고, 교사 자신의 학창 시절과는 너무 달라진 교권 현실에서 순간순간마다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
 
   
▲ 1989년 5월 전교조 결성 관련 한양대학교에서 연행되는 교사들 / 사진 출처. 교육희망

오늘은 1989년 5월 28일, 젊은 교사들이 밥줄을 내 걸고 용기 있게 일어 선 날이다. 2023년 5월 28일, ‘오늘도 무사히’를 비는 교사가 아니라 용기를 가진 젊은 교육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젊은 교사들 스스로가 깨치고 나와 떨쳐 일어서야 한다. 선배 교사인 나부터, 더 많은 교사들을 만나 안정적 직업으로서 교사가 아니라,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는 교사로서 자부심, 자존감으로 일하는 교육전문가가 되자고, 서로가 서로에게 방향이 되고 정보가 되고 힘이 되자고 말하고 싶다. 멀리서 교육전문가를 찾기도 하지만 가까이 있는 교육전문가들과 협력하자고 제안한다.    
          
의성이 교향인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이 대구에 와서 한 강의 영상을 보았다. 독재자를 '모든 인간의 운명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는 놈'이라고 말하면서 "민주주의란 뭐냐? 독재자의 손아귀에서 우리의 운명을 찾는 거다. 내 능력대로 내 팔자대로 내가 좋은 대로 살도록 만드는 것, 그게 바로 내 운명을 찾는 것, 독재자에게 내 운명을 안 맡긴다."는 것이라고 했다.

교사들뿐만 아니라 시민 누구라도 여기저기에서 모여서 민주주의와 역사와 삶에 대해 학습하자고 제안한다. 우리 삶터 여기저기에 스며든 관례화 된, 축소된, 독재화 되어 가는 민주주의를 회복해 내기 위해 독재의 바이러스부터 막아내자고 제안한다. 더 좋은 다른 방도가 있으면 서로 알려주고 제안하자. 지금은 와서 모여 함께 해야 할 때다.

 
   
 
 





 [임성무 칼럼 5]
 임성무 / 대구 화동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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