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권리를 갖다 바친, 한일굴욕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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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주 칼럼]


지난 3월16일 한일 도쿄 정상회담 이후 정국은 뜨겁다. 야당과 시민사회의 굴욕외교라는 비판과 성공외교, 미래를 위한 외교라는 대통령실의 연이은 성과 포장하기는 달라도 너무 다른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이렇게 하면 한국 국내 정치에서 괜찮을지 모르겠다"라고 우려한 것은 현실이 되고 있다.

한일굴욕 규탄 집회를 비롯하여 시민사회의 잇다른 기자회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미사, '친일 식민사관 윤석열 정권 퇴진' 촉구 경북지역 퇴직교사 266명의 기자회견,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성명서 발표, 대구경북 교수·연구자단체 비상시국선언 등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경북 교수·연구자·지식인 '시국선언' 기자회견(2023.3.21. 대구 평화의 소녀상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경북 교수·연구자·지식인 '시국선언' 기자회견(2023.3.21. 대구 평화의 소녀상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한일정상이 주고 받은 것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은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제3자 변제안’과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지 않고 있다’는 발표로 피해자들의 대일 배상 요구가 적법함을 인정한 2018년 한국의 대법원 판결을 뒤집었다. 법을 전공했고 대한민국의 검사출신인 행정부 수반인 현직 대통령이 삼권분립의 원칙과 함께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한 것이다.

제일 성과라고 홍보하고 있는 것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동원에 대한 판결이 난 2019년 7월 시작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한국 수출규제를 푼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 하지만 일본은 간편 수출 절차를 허용한 ‘화이트리스트’는 즉시 복원하지 않고 추후 협의한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통령은 일본이 계속 요구하던 ‘지소미아 완전 정상화’를 선언했으며, 한·일 재계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게이단렌)가 각 10억원씩 모두 20억원 규모의 ‘한일·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구체적 사업계획과 기금에 참여할 일본 기업은 정해지지 않았고 배상책임이 있는 전범기업의 참여소식도 명확하지 않다. 그럼에도 지역의 포스코는 1호로 셀프배상에 참여해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다 일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일-한 위안부 합의의 착실한 이행’과 ‘독도 문제에 대해 일본의 입장’과 2018년 발생한 ’레이더-초계기‘ 문제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입 규제 문제까지 일본정부의 입장을 언급했다고 한다. 10개월을 준비했다는 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 일본 측의 발표와 한국정부의 말이 다른 것이다.  

이중에서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측의 사과와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전법기업의 배상책임을 왜 우리 기업이 돈을 내는 ‘셀프배상’ 방식으로 제안했는가와 이미 사문화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가 갑자기 ‘착실한 이행’의 문제가 된 것이다.
 
사진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2023.03.16)
사진 출처. 대한민국 대통령실(2023.03.16)

현장에서 피해자를 지원하다보면 가해자보다 더 가해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합의를 종용하거나 피해자의 반대에도 합의금을 운운하는 사람이다. 어떤 피해가 진정한 사과 없이 돈으로만 치유될 수 있겠는가. 2015년 박근혜 정부 때에도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합의금을 강제수령하게 하더니 이번에는 일본이 합의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기업이 셀프로 돈을 낸다고 한다. 더욱 큰 문제는 이후의 구상권 청구도 상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는 피해자들이 입었는데 피해자들에게는 한마디 상의도 없이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합의를 대통령이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나라 대법원이 인정한 피해자의 권리를 마음대로 빼앗을 권리를 대통령은 어디서 얻었다는 말인가.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각고의 노력과 투쟁을 계속해왔다. 나라를 잃은 식민지의 백성이였기 때문에 그런 피해와 인고의 세월을 견디어 왔는데 이제 선진국이라는 번듯한 이름의 이 나라는 ‘국익’과 ‘미래’라는 이름으로 피해자들의 가슴의 대못을 박는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이번 한일굴욕외교는 피해자의 권리를 갖다 바치고도 독도와 ‘레이더-초계기’, 후쿠시마 수산물 수출입 규제까지 일본이 원하는 모든 문제를 던지는 장이 되었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게이오대에서 “한·일 양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용기”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미래에는 피해자도 국민의 자존심도 없다. 결정적으로 그 미래에는 ‘역사’라는 존재론적 근거가 없다.

 
 
 
 





 [남은주 칼럼 42]
 남은주 /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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