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을 나온 장애인들이 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탈시설' 단체를 꾸렸다.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다사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6일 오후 대구 동구 대구경북디자인진흥원에서 '제2회 탈시설장애인 당사자 대회'를 열었다. 행사에는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과 부모, 시민단체 활동가를 포함해 200여명이 참석했다.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들은 시설에서 겪었던 일과 탈시설 이후 자립생활을 직접 전하고,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가 지난 2022년 9월 발표한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읽어 내려갔다.
탈시설 가이드라인은 장애인이 시설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모든 형태의 시설 폐쇄 ▲시설에 투입되는 재정을 지역사회 서비스로 전환 ▲신규 시설 설치·입소 금지 ▲탈시설 지원과정·지역사회 서비스 제공 원칙 등을 내용으로 한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지 5년째라고 밝힌 최준섭(45)씨는 "시설에 있을 때는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던 삶"이었다며 "하지만 시설에서 나오고 나서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있다. 원했던 것을 실컷 하면서 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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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환씨가 탈시설 이후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2023.6.26)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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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다 2019년 탈시설한 장기환(52)씨는 "시설에 있었던 20년 동안 나를 똑바로 이끌어주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탈시설 이후 취미생활과 여행을 즐기며 재미있게 살고 있다. 시설에서 벗어나며 걱정이 생겼지만 부딪히며 극복해나가야 할 일"이라는 소감을 전했다.
행사에 앞서 이들은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출범식을 열었다. 이 단체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장애인 탈시설 당사자 단체로, 오늘부터 공식 출범해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22년 유엔은 우리나라 정부에 장애인이 시설에 거주하는 것은 인권침해 행위라며, 법적·제도적 정비로 조속한 시일 내 탈시설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면서 "같은 해 9월에는 유앤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모든 당사국이 준수해야 할 탈시설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2021년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발표하고 2022년부터 관련 시범사업을 추진해오고 있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정부와 여당은 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탈시설이라는 용어조차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에서 삭제하는 등 반인권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정수 전국탈시설장애인연대 대구지부 대표는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오늘 대구에서 첫 번째로 탈시설 장애인 당사자 단체를 만들었다고 세상에 알린다. 앞으로 장애인들의 탈시설과 자립을 위해 열심히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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