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은 죽을만큼 힘들었다.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20대 신입 교사 갑질성 민원 후 교실에서 극단 선택.
#8월 31일 서울 양천구 신목초등학교 경력 14년차 30대 교사 생활지도 민원 후 극단 선택.
#9월 1일 전북 군산 한 초등학교 30대 교사 휴대전화 메모장 "힘들다" 글 남기고 극단 선택.
#9월 3일 경기 용인시 고등학교 60대 체육교사 학부모 민원·징계 절차 진행 중에 극단 선택.
갑질성 민원과 보호막 없는 시스템에 홀로 시달리다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이후 전국 교사들이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제대로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서이초 교사 49재인 4일. '9.4공교육 멈춤의 날' 대구경북 지역 교사와 시민 1,500여명이 거리로 나섰다.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리본을 달고 고인을 추모하며 공교육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추모 집회 참석 시 징계하겠다"는 교육부 경고를 무릅쓰고 교사들은 집회에 나왔다. 특히 서이초 이후에도 제대로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비슷한 죽음이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새로운학교대구네트워크, 전교조대구지부, 좋은교사운동 등 3개 교원단체는 4일 오후 4시 30분부터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고(故) 서이초 교사 49재 대구 추모집회를 열었다.
대구교육청 앞 집회에는 교사와 시민 1,000여명이 참석했다. 현직 교장과 교감을 포함해 예비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도 추모 물결에 동참했다. 집회 현장에 차려진 분향소에는 국화꽃을 헌화하기 위한 긴줄이 이어졌다. 교사들은 교육부를 비판하는 뜻에서 대구교육청을 향해 서서 '94초 침묵' 퍼포먼스를 했다.
박모(35) 동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선생님들이 계속 죽어 무섭다"며 "그간 참다가 서이초를 계기로 살려달라고 도와달라고 호소하는데, 정부는 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교사들의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게 해달라는데, 오히려 징계를 운운하니 참 너무하다"고 말했다.
이모(56) 북구 한 중학교 교사는 "공교육 현장은 사실상 무너졌다"면서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참았는데 더 이상 교권 침해, 노동권 침해로 고통 받는 동료들 아픔에 침묵하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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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교사700여명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피켓팅(2023.9.4)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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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은 "아동학대법 개정", "교육권 보장" 피켓을 들고 정부에 교사들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어 "교사에 대한 민원 업무 분리, 교육 활동에 대한 아동학대법 제외"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진상규명이 이뤄지고, 제대로된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추모를 멈추지 않겠다고 했다.
박소영 전교조대구지부 사무처장은 "선생님들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안되면 우리들의 추모도 끝낼 수 없다"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정확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종교계도 이날 교사 지지 성명을 내고 "교육 현장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교사들의 참된 추모에 대해 교육부는 엄정대처, 징계 운운하며 교사들을 탄압하지 말고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대구교육청과 전교조대구지부 등의 말을 종합한 결과, 이날 대구에서 연가·병가를 쓴 교사는 157개교 1,351명에 이른다. 현장 학습을 신청한 학생들도 있다. 일부 학교는 단축수업을 진행했다. 징계의 경우 지역 추모집회가 대부분 업무 시간 이후에 열려 불투명하다. 다만 서울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의 경우에는 교육부가 징계 방침을 결정해 각 교육청에 내릴 경우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대구광역시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대구 중구 2.28기념공원에서 서이초 49재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교사 150여명이 참석했다. 강은희 대구교육감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전교조대구지부 등도 이날 오후 경북교육청 앞에서 지역 교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집회를 열었다. 서울 국회 앞에서도 수만여명이 모여 49재 추모 집회를 열었다.
대구교육청 기획조정실 관계자는 "지역 추모집회는 퇴근 시간 이후에 진행돼 사실상 징계가 어렵지 않겠냐"며 "서울 집회 참석에 대해서는 교육부가 지시를 내려봐야 아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또 "병가와 연가 사용에 대해서는 아직 징계를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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