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돕는 대구지역의 '쉼터' 내년도 예산마저 반토막났다.
대구의 한 단체가 운영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쉼터에 27일 확인한 결과, 여성가족부와 대구시의 2024년도 쉼터 지원 예산이 크게 줄었다. 이 단체가 여가부와 대구시로부터 보조금을 지원 받는 쉼터의 내년 국·시비 매칭 예산을 보면 올해보다 절반 가량 줄었다.
항목별로 보면 ▲'치료회복' 지원 내년 예산은 올해와 비교해 47% 감액했다. ▲'직업훈련비' 50% 줄였다. ▲'의료지원비'는 14% 삭감했다.
해당 사업은 2000년부터 20여년간 국가와 지자체가 지원했다. 가정폭력 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피해자 상담과 보호, 주거, 의료 지원을 일괄적으로 하기 위한 목적으로 민간단체 쉼터 시설을 지원했다.
그동안 대구에서는 쉼터가 가정폭력을 피해온 여성들의 보금자리 노릇을 했다. 임시 거처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의료비 지원, 집단·개별 상담, 심리 회복을 위한 캠프, 자립을 위한 직업 훈련 등을 했다.
하지만 예산이 절반 가량 줄어 운영에 차질을 빚게 생겼다. 이 같은 상황은 전국 쉼터가 비슷하다. 여가부와 지자체들이 가정폭력 피해 여성을 위한 지원사업을 전반적으로 축소한 탓이다. 예산이 반토막난 대구보다 상황이 더 좋지 않은 지역들도 있다. 일부 쉼터는 이미 폐소했고, 통폐합을 진행 중인 곳도 있다. 때문에 '전국가정폭력상담소협의회(전가협)'는 조만간 공동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대구지역 한 쉼터 관계자는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을 위한 지원 예산은 안그래도 적은데, 이마저 절반을 삭감해 현장은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상담과 캠프를 하고, 자립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직업훈련 등 많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어렵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국·시비가 함께 삭감돼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기 힘든 형편"이라고 덧붙였다.
쉼터 종사자 처우개선도 힘들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처우개선 3개년'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 임금의 91%, 올해 95%, 내년에 100%를 지원해주는 안이다. 쉼터 관계자는 "운영비 지원을 줄인 걸 보면 사실상 힘들 것 같다"며 "최저임금을 그대로 받든지 일하는 사람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 관계자는 "가정폭력 지원사업 유사·중복을 해소하고 효율적 집행을 위해 세부 프로그램을 조정했다"면서 "기존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사업'을 '가정폭력·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지원'으로 사업명을 변경해 회계상 변동이 있을 뿐 삭감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올해 예산(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사업 392억원)보다 내년 예산(가정폭력·스토킹 방지 및 피해자 지원 396억원)을 4억원 증가했다"면서 "스토킹 피해자 지원과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치료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시 청년여성교육국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예산이 줄어든 것은 매칭 사업이라 국비 사업비 자체가 줄어서 그런 것"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 예산 비용을 의도적으로 줄인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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