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복지관 앞 22일 오후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전문 변호사, 노무사들과 무료 상담 해보세요"라는 안내판이 놓였다.
'청년 무료 법률 상담소'다. 일상 생활 속에서 법적 상담이 필요한 청년들을 위한 곳이다.
박정민(법률사무소 효림) 변호사와 이승재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노동상담실장(공인노무사)가 상담을 진행했다.
1시간 30분 동안 2명의 청년이 상담소를 찾았다. 모두 전세사기와 관련한 피해를 호소했다.
◆ 경북대 재학생 20대 A씨(남성)는 지난 2022년 11월 청년전세자금대출 2,800만원을 포함해 4,000만원을 내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집에 입주했다. 계약 기간은 올해 11월 말까지다.
하지만 지난해 2월 임대인 B씨의 아내 C씨는 "남편 B씨가 연락이 안된다"고 말했다. 몇 달 뒤 B씨가 숨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건물은 지난달 경매에 넘어갔으나 유찰됐고, 5월 말에 두 번째 경매를 앞두고 있다. B씨가 사망하고 난 뒤 건물은 아내 C씨와 자녀 앞으로 상속됐다. 하지만 C씨는 상속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는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걱정했다.
박정민 변호사는 "가족이 상속을 포기한다는 건 임대인의 채무가 정말 많다는 것"이라며 "임대보증금 반환 채무가 상속인들에게 가지만, 상속 포기를 하면 채무를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세보증금 4,000만원을 전부 보전받지는 못하더라도 전입신고를 하면서 확정일자를 받았기 때문에 경매에 입찰되면 최우선변제금만큼은 보전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직장인 30대 D씨(여성)는 자신이 아닌 가족에 대한 상담을 받았다. 자신의 친오빠인 E씨가 전세보증금 2억5,000만원을 내고 빌라에 입주했다가 지난 4월 중순 계약이 만료됐지만 보증금 못 돌려받았다. 현재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한 상태다. 집주인의 재산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집주인이 파산 신청을 해도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했다.
박 변호사는 이에 대해 "임대인이 형사 재판에서 사기죄 판결을 받으면 파산 신청을 해도 불법 행위가 돼 채무가 면책되지 않는다"면서 "소송을 빨리 진행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주인의 다른 재산에 강제집행이 가능한데, '재산 명시 신청'을 하거나, 판결 확정 이후 6개월이 지나도 갚지 않을 경우 채무불이행자 명부 등재 신청을 할 수 있다"며 "이는 집주인을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저임금, 전세 사기 등 대구지역 청년들이 겪는 노동·생활 문제 등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현장 상담소가 운영되고 있다.
민주노총대구본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경북대 학생 동아리 '오버 더 블랭크'는 22일 오후 경북대 복지관 앞에서 '변호사·노무사가 진행하는 청년 무료 법률 상담소'를 열었다.
청년 무료 법률 상담소는 지난 4월 22일부터 시작했다. 2주에 1번씩 매주 수요일마다 진행한다. 오는 6월 5일 경북대 복지관 앞에서 마지막 운영을 앞두고 있으며, 상담 시간은 오후 12시부터 2시까지다. 운영 3회 차인 5월 22일 기준 12명이 상담을 진행했다.
임금체불, 최저임금 위반, 직장 내 성희롱, 산업재해 등 노동 관련 상담부터 전세 사기나 임대차 계약 등 생활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민주노총대구본부·경북대 오버 더 블랭크·노동인권서포터즈는 지난 5월 13일부터 오는 24일까지 대구에서 아르바이트 등 재직 경험이 있는 청년들을 상대로 '대학생·청년 노동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오는 6월 중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박정민 변호사는 "청년들의 전세 사기 피해가 많다고 들었는데, 한 시간가량 두 건의 상담을 진행하며 피부에 와닿게 됐다"면서 "특히 학생들의 경우 어떤 방법으로 구제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재 민주노총대구본부 노동상담실장은 "상담을 진행했던 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해서는 청년들도 기본적인 노동법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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