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렇게 하면 엄마 아들 아니야" 7살 민호(가명)는 엄마가 이 말을 할 때 가슴이 아프다.
#2. "난 너 하나 보고 살아" 민지(가명)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하면 압박감을 느낀다.
#3.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8살 소미(가명)는 아빠의 말에 눈물이 났다고 했다.
#4. "넌 아직 어려서 몰라" 9살 윤지(가명)는 엄마가 이런 말을 할때 힘이 빠지는 기분이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어린이들이 실제로 들은 말이다. 어린이들을 멍들게 한 나쁜 말은 끝이 없다. 지난 7일 대구 수성구 도시철도 2호선 범어역 범어지하아트스트리트에 전시회가 진행됐다.
◆ 짙푸른 우울한 얼굴, 새카맣게 멍든 가슴, 쪽빛 바다에 빠져 등이 굽은 돌고래.
번개가 치는 거실, 피가 흐르는 다리, 화산이 폭발한 집, 심장으로 날아드는 화살.
상처 받은 말들 위로 어린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린 그림이 펼쳐졌다. 상처가 되는 말을 들었을 때 심정을 담았다. 일상 속에서 무심코 던진 말들이 어린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상처의 씨앗이 됐다.
그림을 보는 7살 수진(가명)이는 "아빠가 '언니는 말을 잘 드는데 넌 왜 그래?', '야!'라는 말을 해서 무서웠던 적이 있었다"며 "그런 말을 들으면 혼날까봐 마음이 떨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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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흘리는 어린이 그림 "내 말이 맞으니까 말 들어"(2023.1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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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산하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과 세이브더칠드런 동부지역본부는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의 일환으로 오는 13일까지 '그리다, 100가지 말상처' 전시회를 진행한다.
세이브더칠드런 창립 100주년을 맞아 시즌 1 전시에 이어 올해 시즌2 전시를 하게 됐다. 대구에서는 범어지하아트스트리를 포함해 달성군 서재문화체육센터와 대구체육관 등 곳곳에서 전시회를 연다.
◆ 어리다고, 잘 못한다고...무시·비난·비교, 너무나 많은 말 상처
어리다고, 잘 하지 못한다고 무시하고 비난하고 비교하는 말들. 훈육과 교육을 핑계로 강압하고 억제하는 말들. 사랑하는 아빠(엄마)를 깍아내리고, 돈으로 옥죄는 말들. 말 상처는 너무나 많다.
"내 말이 맞으니까 말 들어", "그만 놀고 공부 좀 해라", "너 때문에 못살겠다"
"어른들 이야기에 끼어들지 마", "또 사면 돼", "남의 집에 있을 땐 조용히 있어!"
"넌 정말 구제불능이야", "조그만 게 벌써부터 겉 멋만 들어서는", "잘났어, 정말"
"성적이 왜 이래?", "바보야? 이것도 몰라", "나중에 집에 가서 보자"
"착한 어린이는 그런 행동 안해", "그게 얼마짜린데 잃어버려!", "아빠처럼 살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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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에게 상처 주는 100가지 말..."너 바보야? 이것도 몰라?"(2023.12.7)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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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기대를 과도하게 드러내는 말들로 인해 어린이는 부모에게 잘 보이려 압박감을 느끼거나 부담으로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불만스러운 행동을 거친 말로 비난하며 죄책감을 들게 한다. 선택과 판단을 제한하면서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무시하면 절망감을 느낀다.
형제간에 비교나 부부가 서로 간의 불만을 어린이들에게 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불안감을 느끼게 돼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삶에 있어서 의욕도 잃어버린 채 성장할 수 있다.
◆ 00이가 듣고 싶은 말은?..."이렇게 바꿔 말해주세요"
나쁜 말, 아픈 말 대신 어린이들에게 이렇게 바꿔 말해달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00이는 엄마와 아빠에게 소중한 존재야", "기다렸다가 나중에 이야기할까?"
"혼자하기 어려우면 엄마(아빠)가 도와줄게", "예뻐(멋져)보이고 싶구나"
"얼마나(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해보자", "어떤부분을 노력해야 할까?"
선택과 판단을 도와줄 수 있도록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부하라고 말하기 전에 흥미와 의욕을 가지도록 고민해 방법을 함께 찾아보고, 어린이들이 들으면 안되는 주제의 대화라면 어린이들이 없는 곳에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린이는 스스로 성장하고 자립하려는 욕구가 있으므로 주체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어린이의 용기에 힘을 실어주는 말이 필요하다. 또 세상에 돈으로 안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정확히 가르쳐주기 위해서는 돈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라는 확실한 경제 관념도 가르쳐야 한다.
노성훈 세이브더칠드런 동부지역본부장은 "전시회를 통해 아이들이 어떤 말에 상처를 받는지 어른들이 이해하길 바란다"며 "소중한 존재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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