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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돌고개, 유해 23구로 늘어...쏟아지는 '학살' 증거에도 예산 없어 발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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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학살지' 유해 발굴 현장
뒤엉킨 유골, 총알·유류품 90여점
매장 추정지 더 있는데 예산 바닥
사실상 발굴 종료, 20일 세종 이관
유족들 "멈추면 안돼, 끝까지 발굴"

흙구덩이에 층층이 뒤엉켜 있는 물체. 사람의 두개골과 유골이다. 

누군가에게 사용한 실탄과 바닥에 파묻힌 불발탄 등 탄창, 탄두 총알도 수십여개다. 이름 없는 신발과 버클, 단추도 끝이 없다.  

경북 김천 돌고개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증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인 경북 김천 구성면 송죽리 돌고개에서 사람의 두개골 파편과 정강이뼈 등 유해들이 뒤엉켜 있다.(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지인 경북 김천 구성면 송죽리 돌고개에서 사람의 두개골 파편과 정강이뼈 등 유해들이 뒤엉켜 있다.(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지난 8월 중순부터 한달 가까이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산 168번지 돌고개'에서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작업을 하고 있다. 

전국에 흩어진 민간인 학살지 가운데 김천에서 국가 기관이 유해 발굴을 하는 것은 74년 만이다. 시신 매장지에서 나온 유해와 유류품 숫자는 발굴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한국전쟁 전후 김천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회장 강영구)'와 유해 발굴 용역을 맡은 '삼한문화재연구원'에 13일 확인한 결과, 이날 기준 발견된 유해는 23구다. 지난 2일 3구에서 11일 만에 20구가 더 발견됐다. 

돌고개 산기슭 경사면 흙바닥을 파내려가 유해들을 찾아내는 중이다. 발굴 현장에서 두개골 파편들을 포함해 상반신과 하반신의 정강이뼈, 넓적다리뼈 등 사람 유골들이 나오고 있다. 

흙구덩이를 파자 발견된 20여구의 사람 유해(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흙구덩이를 파자 발견된 20여구의 사람 유해(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총알과 버클, 신발 등 유류품 90여점이 발견됐다.(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총알과 버클, 신발 등 유류품 90여점이 발견됐다.(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전문가들은 한 구덩이에 최소 3개층으로 층층이 시신들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것은 1개층의 유해들로 보인다. 흙을 더 파내려가면 더 많은 유해가 묻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희생자들이 사망 당시 입고 있었거나 지니고 있었던 단추와 신발, 버클 등 유류품 발견 숫자도 증가하고 있다. M1, 카빈 소총의 탄피, 탄두, 탄창 숫자도 늘었다. 모두 90점 이상 발견됐다.

이번에 발굴한 매장지 이외에 근처에 다른 2곳도 시신들이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진실화해위 조사에 따르면, 김천 돌고개는 600여명, 인근 대뱅이재는 1,200여명의 민간인들이 희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발굴 작업은 사실상 종료 수순을 밟고 있다. 예산이 바닥난 탓이다. 현장에서 나온 20여구 유해는 현재 비닐 천으로 덮어놨다. 수습이 끝나면 유해들은 오는 20일 '세종추모의 집'에 이관할 계획이다.  

이번에 유해를 발굴한 곳 이외에 또 다른 시신 매장 추정지(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이번에 유해를 발굴한 곳 이외에 또 다른 시신 매장 추정지(2024.9.11) / 사진.김천교육너머
유해 발굴 이후 파란색 비닐 천으로 덮어놓은 모습(2024.9.12) / 사진.삼한문화재연구원

유족들은 반발했다. 증거가 쏟아지는데 예산이 없다고 발굴을 멈추는 것은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라는 것이다. 이어 다른 매장 추정지를 코 앞에 놓고 발굴을 중단하는 것은 "2차 학살"이라고 비판했다.

때문에 돌고개와 대뱅이재 등 김천 학살지 전체 유해 발굴을 할 수 있도록 "추가 예산 배정"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김천유족회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지 유해 발굴을 위한 추가 예산 배정"을 요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송언석(경북 김천시) 국회의원에게 보냈다.

강영구 유족회장은 "일단 (유해) 발굴을 종료한다는 것을 유족들 요구로 일시 보류해 놓은 상태"라며 "국가가 사람을 죽여놓고, 시신이 이렇게 쏟아지는데도 발굴을 멈추는 것은 반인류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눈 앞에 뼈가 우수수 나오는데, 국가가 나몰라라 예산을 안준다면 이것이야 말로 또 다른 학살 아니겠냐"면서 "유족들을 희롱하는 것이지 무엇이겠는가. 한번 손을 댔으면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고 발굴해서 진실을 규명하고, 희생자들의 그 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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