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경북 김천 민간인 학살지인 돌고개에서 74년 만에 처음으로 유해 발굴 작업을 한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는 오는 14일 김천시 구성면 송죽리 돌고개에서 개토제를 열고 1950년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 발굴 작업에 들어간다.
진화위에 따르면, 1950년 좌익 사상범으로 분류돼 김천경찰서와 김천소년형무소 등에 감금된 민간인들은 1,200명으로 추산된다. 한국 특무대와 헌병대는 그해 7월 김천 돌고개와 대뱅이재 등에서 학살했다.
민간단체(민간인학살 진상규명 통합특별법 쟁취 투쟁본부)가 지난 2003년 돌고개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통해 유골 100여점을 찾은적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유해발굴을 하는 것은 74년 만에 이번이 처음이다.
정권이 교체되는 동안 다른 지역 민간인 학살지의 경우 유해 발굴 작업이 시작됐다가 중단되는 등 부침이 있었지만, 김천지역은 한번도 발굴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잊혀진 학살지'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번 돌고개 유해 발굴 작업은 '삼한문화재연구원'이 맡는다. 8월 14일부터 발굴 작업을 시작해 최종 마무리 작업까지 몇 개월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예산은 모두 진화위가 지원한다.
돌고개에 얼마나 많은 유해가 매립돼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없다. 다만 유족들은 진화위 과거 자료를 근거로 돌고개에 600여명의 민간인 희생자들의 유해가 매립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차로 돌고개에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한 뒤, 2차로 김천 대뱅이재(혹은 대방이재)서도 유해 발굴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뱅이재의 경우 김천시가 도로를 변경하면서 도로공사를 해 유해 훼손 우려가 있다.
강영구(79) 한국전쟁 전후 김천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장은 9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74년 만에 유해 발굴을 한다니 생시인지 꿈인지 모르겠다"며 "그리워만 하다가 발굴을 한다니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어 "기쁨도 있지만, 아버지들이 과연 그곳에 잘 계실런지 걱정이 크다. 많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강 회장은 70여년전 대뱅이재에서 아버지를 잃었다. 진화위로부터 진실규명을 받기 전까지 가족들은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 김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과 관련해서는 지난 6월 11일에도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져 민간인 학살 사건과 관련한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 바 있다.
한편, 김천 유족회와 김천교육너머(대표 최현정)는 지난 7월 13일 김천시 구성면 광명리 대뱅이재에서 '제3회 한국전쟁 전후 김천지역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를 열고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이들 단체는 "유해발굴 작업"과 "김천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위령탑 건립"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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