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3,000원 이하 콜 거부. 보이콧, 수락하지 않습니다."
국내 배달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 전업 라이더(배달노동자) 노동자들이 대구 도심을 달리며 이 같이 외쳤다.
배민이 추진하는 배달 수수료 체계 변경안을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고 보고 보이콧까지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대구지부(지부장 현철관) 소속 대구지역 배민 라이더 노동자 50여명은 29일 오전 오토바이를 타고 'B마트 거부의 날 대구 라이더 행진'을 펼쳤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사측의 '라이더 배달료 삭감'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오토바이 뒤편 짐칸에는 "라이더 배달료 삭감하는 배달의민족 규탄", "라이더에게도 최저임금 적용 확대하라", "보이콧 2,000원, 수락하지 않겠습니다. 수행하지 않겠습니다" 등이 적힌 종이와 스티커가 붙었다.
달서B마트에서 출발해 중구B마트~복현B마트를 거쳐 대구지방고용노동청까지 17.2km 거리를 2시간 30분가량 행진했다.
라이더들이 거리로 나온 이유는 배달플랫폼 기업 배민이 오는 30일부터 장보기 즉시배달 서비스인 'B마트'의 배달요금 체계를 변경하기 때문이다.
◆ 노사에 따르면, 배민의 배달요금 기존 체계는 서울 기준 0~675m 3,000원, 675m~1.9km 3,500원, 이후 100m당 80원이 추가되는 '바로배달' 방식이다.
하지만 오는 30일부터 적용되는 '알뜰배달(구간배달)' 체계는 픽업 요금 1,200원, 전달요금 1,000원에 100m당 80원이 산정된다.
라이더들은 '알뜰배달' 체계가 적용되면 기본요금(픽업요금+전달요금)이 3,000원에서 2,200원으로 30%가량 삭감된다고 보고 있다.
약관 변경 동의 절차에 대해서도 이견이 생겼다.
◆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 플랫폼노동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약관 동의 절차를 거친다.
라이더들은 약관 변경으로 불이익을 받게 돼도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배달 콜을 받을 수 있는 앱 접속이 되지 않아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봤다.
2년간 배민 라이더로 일한 조모(54)씨는 "하루 평균 12시간을 일하지만, 오토바이 유지비에 기름값까지 포함하면 최저시급을 맞추기도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또 "비가 오는 날에는 배민에서 배달료를 조금 더 쳐주는데, 라이더들은 더 위험해도 '목숨값'이라고 생각하고 돈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고 일하러 나온다"고 한탄했다.
라이더들은 행진 뒤 대구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라이더의 임금 삭감은 수입 불안정을 더욱 심화시키며,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일방적인 약관 변경을 제한하거나 고용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면서 "이번 배달의민족 구간배달 일방적 도입에서도 알 수 있듯 착취 수준이 심각해진 만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확대로 적정임금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용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 지방조직위원장은 "6년째 배달 단가는 그대로인데, 물가는 얼마나 올랐냐"면서 "배달의민족은 이제 알뜰배달을 도입해 한 건당 2천원의 기본요금을 준다고 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다"고 규탄했다.
이길우 민주노총대구본부 본부장은 "9년 동안 물가는 폭등했는데, 거대 기업인 배달의 민족은 임금 30% 삭감을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배달 플랫폼 노동자들도 최저임금이 보장돼야 한다"며 "배달의민족은 임금 삭감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 배민은 체계를 변경해도 라이더 수익은 줄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약관과 기본배달료 삭감도 무관하다고 봤다.
배달의민족의 물류서비스를 전담하는 '우아한청년들'은 29일 입장문을 내고 "B마트에 알뜰배달 시스템이 적용돼도 라이더의 수익은 줄어들지 않고 증가할 수 있다"며 "기존 B마트 묶음배차를 받으려면 충분한 물량을 배정받을 때까지 라이더들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알뜰배달이 적용되면 기다릴 필요 없이 여러 건을 받아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시간 대비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배민의 기본배달료를 포함한 배달료 체계와 거리 할증 등 조건은 노조와의 단체협약을 통해서만 협의하고 변경할 수 있다"면서 "약관을 변경해도 배달료는 일방적으로 선정할 수 없으며, 단체협약을 통해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만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의 'B마트 거부의 날'은 대구를 포함해 서울, 경기, 인천, 부산, 청주 등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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