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일하다가, 공장에 출근하다가, 퇴근 후 횡단보도에 서 있다가, 편의점에 들렀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갑자기 어딘가에서 몰려온 남자들에 의해 온몸을 맞고 한참을 붙들려 신분증 검사까지 당했다.
이주노동자들을 무작위로 검문한 뒤 때리고 사적 체포한 '자국민보호연대' 회원 10명이 검거됐다.
대구지방경찰청(청장 유재성)은 30일 외국인을 불법적으로 체포한 '자국민보호연대' 대표 등 1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형사기동대는 도로에서 번호판을 부착하지 않고, 무등록 이륜차 '오토바이' 등을 운행한 외국인 또는 출·퇴근 중인 외국인 등을 체포한 '자국민보호연대' 대표와 회원 등 10명을 검거하고, 조사 후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불구속 송치했다.
수사 결과, 이들 단체의 체포 행위는 현행범 체포 요건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체포)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넘겼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에도 대구경찰청은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침해 범죄행위에 대해 엄정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국민보호연대'는 전국에서 활동하는 단체다.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밀집지역에서 '불법체류자'를 찾아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긴다. "내국인 보호"가 이 단체 설립 취지다.
이 단체 대표는 이번에 송치된 박진재(50)씨다. 박 대표는 앞서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 전광훈 목사가 주축이 된 '우파 정당' 자유통일당 공천을 받아 대구 북구갑 지역구 총선 후보로 출마했다.
지난 2~3월 박 대표 등은 대구 성서공단과 북구지역 일대에서 총선 예비후보 신분으로 신원불상의 이주노동자들을 검문, 폭행하고 사적 체포했다. 이 과정을 본인 동영상 공유 앱 유튜브와 틱톡 채널에 중계했다. 경주 일대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였다.
일부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들은 박씨와 회원들에게 맞아 부상을 입고 경찰에 여러 차례 신고했다. 알려진 피해자는 모두 14명이다. 이 가운데 일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 귀국 조치 당했다. 반면 합법적인 체류 이주민들도 있었다. 대구경찰청은 총선 후 박씨 등을 폭행과 체포감금죄 등 혐의로 수사했다.
대구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 단체는 말썽을 부렸다. 충북경찰청은 지난 4월 22일 '자국민보호연대' 회원 3명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감금, 공동공갈)' 혐의로 구속 송치했고, 가담 정도가 낮다고 판단한 1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대구와 충북 등에서 검거된 회원은 지금까지 14명이다.
이주민단체들은 검찰에 박 대표를 포함한 '자국민보호연대' 회원들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김희정 성서공단노조위원장은 "지역의 이주노동자들도 일단은 '잘 됐다'고 좋아하고 있다"며 "반드시 검찰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여전히 다른 지역에서 이주노동자들을 때리고 괴롭히는 행위가 이어져 관심을 갖고 상황을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에 뿌리를 둔다"면서 "한국에 사는 이주민은 벌써 260만여명(2024년 4월 통계청)에 이른다. 이들을 다른 시선으로 보지 말고 우리의 이웃으로 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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