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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돕다 감옥' 대구 노동자 항소심...8,333명 선처 호소에도 징역 2년 '실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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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에 몰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돕다 징역 3년 실형을 선고 받고 수감된 대구 노동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에서 2년으로 감형 받았다. 

사회적 약자를 돕다가 벌어진 일에 안타까움을 느낀 전국 37개 단체와 8,333명이 탄원서를 내 선처를 호소했지만 실형이 떨어졌다. 

대구고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승균)는 1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영수(42.가명)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문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에게 불응해 공무원들 차량들을 추격했다"며 "다수 공무원이 다치고 차량이 파손되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고 했다. 

대구지방법원 법정(2024.5.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지방법원 법정(2024.5.1)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하지만 "이 사건은 (출퇴근 통근 버스에)탑승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도와달라'는 요청으로 인해 벌어진 것으로, 상해 정도가 무겁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피해 공무원들을 위해 피고인이 100만원~150만원 형사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공무원 일부는 '선처해달라'는 의사를 표시했고, 배우자와 가족 등 선처 탄원과 사회적 유대 관계가 두터운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양형 조건을 종합하면 선고형이 다소 무거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에 처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8월부터 8개월째 수감 중이다. 이날 재판에 출석했지만 실형이 나와 다시 감옥으로 돌아갔다. 

"사회적 약자를 도운 이를 석방하라. 김모씨에게 중형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대경이주연대회의 기자회견(2024.5.1.대구고법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사회적 약자를 도운 이를 석방하라. 김모씨에게 중형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한다" 대경이주연대회의 기자회견(2024.5.1.대구고법 앞)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가족들과 시민단체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의 법률대리인 손나희 변호사는 "원심을 파기했는데 집행유예가 나오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피해 공무원들이 선처해달라는 탄원서를 제출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고, 재판부도 이를 참작했다고 했음에도 2년 실형을 선고한 것에 대해 과연 가벌성이 있는 것인지, 매우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인권, 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항소심 재판 이후 대구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에게 다시 중형을 선고한 재판부를 규탄한다"며 "사회적 약자를 도운 이를 석방하라"며고 밝혔다. 

이들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강화 후 무리한 단속이 반복되고 있다"며 "범죄 행위를 하지 않았음에도 긴급체포하듯 단속하는 방식은 결코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은 "가해자가 본인 잘못을 시인했고, 사건이 우발적이였다는 것도 누구나 알지 않냐"며 "피해자 공무원들도 선처 요구 탄원서를 냈고 전국의 수많은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들이 모였음에도 법의 잣대로만 판단한 재판부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고명숙 '이주와 가치' 대표는 "일부 감형됐다고 하지만 기각이나 집행유예를 기대했는데, 받아들이기 힘든 판결"이라며 "사회적인 약자를 돕다가 벌어진 일인데 집행유예로 풀어주지 않고 실형을 유지해 너무나도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김영수씨, 선처해주세요"...전국에서 쏟아진 시민 7,000여명의 탄원서(2024.3.5.대구 달서구 이곡동 '이주와 가치' 사무실)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김씨는 대구 달성군 논공읍 한 자동차부품업체 출퇴근 통근버스 운전기사다. 지난해 8월 25일 오전 7시 25분쯤 같은 공장에서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36명을 버스에 태우고 출근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대구출입국사무소) 공무원들은 이날 '불법체류자' 제보를 받고 단속를 나섰다. 이주노동자들은 김씨를 향해 "도와달라", "살려달라", "구해달라"고 요구했고, 김씨는 이들을 돕다가 출입국 직원들 단속 차량을 들이받았다. 

차량 3대가 파손됐고 공무원 11명이 전치 2~3주 부상을 입었다. 김씨는 현장 체포됐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공용물건손상'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3년 실형을 선고 받았다.

한편, 김씨 가족과 변호인단은 상고 여부를 검토한다. 일부 형량이 채워지면 가석방 심사 요청도 고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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