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독립운동가 백산(白山) 우재룡(禹在龍.1884~1955) 지사의 어록비가 독립기념관에 세워진다.
'백산 우재룡선생 기념사업회'(회장 최봉태)는 오는 4일 오전 충남 천안시 동남구 독립기념관 시·어록비공원에서 '백산 우재룡선생 어록비 제막식'을 연다고 3일 밝혔다.
어록비에는 1921년 11월 1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열린 신문조서에 적힌 조선총독부 판사의 질문에 대한 우재룡 지사의 답변이 실렸다.
당시 판사는 "무력으로 일본의 통치를 벗어나는 일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가"라고 물었다. 우 지사는 이에 대해 "조선이 일본의 통치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가능하다, 불가능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한 바가 없다"면서 "다만 국권 회복을 도모하는 것은 조선인의 의무다"라고 말했다.
독립기념관(관장 한시준)은 독립운동가 후손의 어록비 건립신청서를 받아 심의위원회와 위치선정위원회를 거쳐 매년 2기에 한해 독립운동가 어록비 설치를 허가하고 있다. 독립기념관은 설치 장소를 제공하고 관리를 맡으며, 설치 비용은 설치 희망자가 부담한다.
기념사업회는 지난 2022년 독립기념관 측에 어록비 설치 신청을 했다. 독립기념관 측은 지난해 4월 심의위원회를 열고 어록 출처 등을 심의했고, 5월에는 기념사업회와 어록비를 세울 장소를 정했다. 기념사업회는 어록비 건립을 위해 예산 2,000여만원을 들여 비석을 조각했다.
우재룡 독립지사의 후손 우대현(80) 선생은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하면서 20여년간 옥살이를 하신 분"이라며 "긴 형무소 생활 속에서도 꿋꿋하게 기개를 지킨 아버지가 아들로서도 잘 버티셨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봉태(62) 백산 우재룡선생 기념사업회장은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대한민국 사회가 독립운동가들의 마음을 되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며 "우재룡 선생은 하루를 살더라도 무릎 꿇고 살기보다는 서서 죽기를 원한다는 기백으로 독립운동을 하셨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울림이 크다"고 설명했다.
백산 우재룡 지사는 1884년 경상남도 창녕에서 태어났다. 18세가 되던 1902년 대한제국 군인으로 대구 진위대에 입대해 일제에 의해 군대 해산이 이뤄지는 1907년까지 5년간 근무했다. 이후 경북 영천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산남의진(山南義陣)이라는 의병 부대에 참여했다. 그러던 중 무기 구입을 위해 대구에 잠입했다가 일제 경찰에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았지만, 1910년 특사로 석방됐다.
1915년에는 대구 달성공원에서 박상진(朴尙鎭. 1884~1921) 의사 등과 함께 독립운동단체 '대한광복회'를 조직해 지휘장을 맡았다. 그는 1919년 3.1운동 이후 군자금을 모집해 상해 임시정부를 지원했고, 임시정부와 협력하는 단체로 주비단(籌備團)을 결성해 독립운동자금 수합 등의 활동을 하던 중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1922년 경성지방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6년간의 옥고를 치른 뒤 1937년 출옥했다. 광복 후에도 대한광복회의 재건을 위해 노력하다 1955년 3월 경북 달성군에서 7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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