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의견 수렴 없이 추진하자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이 행정통합과 관련해 연 첫 국회 토론회에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향한 성토가 쏟아졌다.
행정통합과 관련해 "주민들에게 한번이라도 물어는 봤냐는 것"이다. 공론화 없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강행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방식의 행정통합에는 "반대한다"는데 입장을 같이 했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 조국혁신당 차규근(비례대표) 국회의원과 민주당 대구.경북도당, 조국혁신당 대구시당,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는 13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홍준표식 대구경북 행정통합,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좌장은 전광섭 호남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기조연설은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이 맡았다. 발제는 금창호 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김보경 대구 달성군의원, 김재훈 대구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박정권 국회의장실 정책비서관이 나왔다.
◆ 김태일 "홍준표, 대구경북 협력시스템 해체 뒤 뒤늦게 통합 주도" 비판
김태일 전 대구경북행정통합 공론화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지난 2020년 공론화위원회를 마무리하며 나중에 상황이 좋아지면 중장기적 과제를 재개할 수 있도록 유보 결정을 내렸다"며 "하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넌센스'라고 이야기하며 매몰차게 발로 찼다"고 비판했다.
또 "홍 시장은 그 동안 진행된 대구경북 협력시스템을 모두 해체하고, 어젠다를 다 날려 버렸다"면서 "그러던 사람이 뒤늦게 행정통합을 자신이 주도하겠다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김 전 위원장은 행정통합에 필요한 요소로 ▲지자체장의 진정성 여부 ▲실효성 있는 재량권·자원 획득 ▲공론화 등 의견 수렴 과정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지방선거제도 개혁 등을 꼽았다.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 양쪽 모두 연방제 수준의 자치와 분권을 획득하겠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내용인데, 일리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방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량권과 자원을 가져야 하며, 이 두 가지가 있어야 지역 혁신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행정통합이 각 지역과 계층마다 다른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다 드러내려면 공론화와 투표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면서 "사회적 합의를 거쳐 행정적, 정치적, 규범적 합의 순으로 가지 않으면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행정통합을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금창호 "특별광역시?...특례 통해 지위 부여하는 것 바람직하지 않아"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합리적 검토'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맡은 금창호 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행정통합의 목적, 절차, 지위 등 쟁점에 대해 발표했다.
금 연구위원은 "행정통합으로 덩치가 커지는 것이 장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권한이 늘어났을 때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분권이 강화될수록 자치단체의 규모를 키우려는 움직임은 여러 국가에서 있어 왔다"고 밝혔다.
또 "결과적 타당성도 중요하지만, 절차적 타당성도 중요하다"면서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주민투표 외의 방법으로 진행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대구시 구.군과 경북 시.군 구역별로 주민투표를 실시하고 찬반을 물을 것인지, 시.군 전체 총합으로 찬반을 가를 건지는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구경북이 통합돼 '특별광역시' 등의 명칭이 붙는다면 17개 시.도 중 절반 가까이가 특례를 받게 되는 것"이라며 "일반분권으로 가능한 것들을 차등 분권과 특례를 통해 지위를 부여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 패널들 "행정통합,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진행되는 것은 문제...공론장 마련해야"
토론자들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주민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지자체가 공론장을 마련해 통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주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혜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은 "현행 '지방자치법'상 지자체 간 통합 여부는 지방의회 의견 또는 주민투표로 주민 의견을 모아야 한다"며 "광역단체의 경우 주민투표가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법 시행령은 기초단체를 기반으로 한 규정이라 관계된 의회와 상급 단체 지방의회 의견을 들으라고 하고 있어 광역단체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면서 "지방의회 의견을 어떻게 모을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보경 달성군의회 부의장은 "지방자치단체는 다양한 공론장을 마련해 대구경북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와 지역 주민의 삶에 대한 영향을 설명해 주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는 이 문제를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대구경북 시.도민에 대한 체계적이고 적극적인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 여부가 행정통합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훈 대구대학교 교수는 "주민 자치의 관점에 따라 대구경북지역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는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로 아무런 정보 없이 공론화를 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전문가들이 주민들을 상대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행정통합이 지방선거 제도 개선과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정권 국회의장실 정책비서관은 "행정통합이 성공적 사례로 남고 지방소멸 위기 대응 선례로 남기려면 통합의회 선거제도 시범적 사례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권력이 막강해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통합의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행정통합이 되는 과정에서 기존 지역구가 일부 조정돼야 하고, 비례대표를 늘리는 방식으로 거대해진 예산과 정책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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