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기되는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
대구 경북 행정통합이 다시 지역의 화두가 되었다. 홍준표 시장이 지난 18일 자신의 SNS에 “대구·경북이 통합해 500만의 대구직할시가 되면 한반도 제2의 도시가 된다”며 도를 없애고 광역시와 국가가 바로 연결되는 2단계 행정체계를 제안했다. 19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도 자신의 SNS에 “수도권 1극 체제로는 저출생·지방소멸 등을 해결할 수 없다”며 내년 상반기 대구·경북행정통합 법안 제정과 2026년 지방선거 때 통합 단체장 선출까지 이야기하자 바로 5월22일 실무간담회와 이후 논의 일정도 발표되었다.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는 민선 7기와 현재 모두 번개불에 콩 구워 먹는 것 같다. 대한민국 제3의 도시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대구와 저출생·지방소멸이 눈앞에서 진행되는 경상북도가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은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대구시민과 경북도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문제이다. 또한 민선7기에서 논의될 때도 한 지역으로의 ‘빨대효과’가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게다가 다른 사례도 찾아보기 어렵다. 2010년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시, 진해시가 통합한 창원시, 2014년 충청북도 청주시가 청원군과 통합한 정도를 꼽을 수 있으니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다른 지역들의 상황
문재인 정권 때인 2021년 초광역협력 지원방안 발표와 초광역권에 대한 법적 근거가 ‘국가균형발전 특별법’과 ‘국토기본법’에 명시되자 지역별 논의가 가속화되었다. 부울경의 동남권 논의, 광주전남권, 강원권, 전북권, 제주권이 대체로 메카시티나 공간구조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충청권과 대구경북은 행정통합 논의를 하고 있다. 충청권은 ‘충청지방정부연합’ 규약안이 관련 4개 의회에서 의결되었으며 충청지방정부연합은 초광역 도로망 구축 등 공동 추진할 사업을 선정했고 연합 사무소 위치도 결정하는 등 성과 있게 진행 중이다.
이런 과정에서 행안부가 5월 13일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를 발족했다. 미래위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기본방향 설정, 핵심과제 발굴, 지역별 의견수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 마련 등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여 최종 행정체제 개편 권고안을 내놓는다고 한다. 게다가 총선 전에 마구잡이로 던져지던 수도권 메가시티 논의는 잠잠해지고 비수도권의 논의는 다시 재기되고 있다.
민선 7기 논의과정 돌아보기
급작스레 진행되고 있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를 보며 의아한 것은 민선7기에서 연구된 것이 많다며 법을 제정하고 진행하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지난번에 실패한 일을 다시 진행하기 위해서는 평가과정이 있어야 하는 것은 상식이다. 민선7기 때도 2019년 두 지자체장들이 먼저 나서서 2022년 통합자치단체장을 선출하는 시안을 정해놓고 마구 내달리다가 여론이 좋지 않자 뒤늦게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고 토론회, 설문조사 등을 진행했다.
당시 진행했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1차 조사 결과, 행정통합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40.2%, '반대한다'는 응답은 38.8% 였다. '모름·무응답'도 21.1%나 되었다.
지역별로 보면 대구시민의 지역별로 보면 대구시민의 찬성의견은 39.7%, 반대는 40.8% 였다. 경북도민은 찬성 40.6%, 반대 36.8%로 찬성의견이 3.8%포인트 높았다.(1차 조사개요 = 한국리서치 조사 /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의뢰 / 2021년 2.16∼19 조사 / 대구·경북 만 18세 이상 유권자 2천명(대구·경북 각 1천 명) 대상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
2차 여론조사에서도 행정통합 추진 시점에 대해 63.7%가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중장기 과제로 진행해야 한다'고 답했고 '2022년 7월에 행정통합(통합자치단체장 선출)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18.3%에 그쳤다.(2차 조사개요 = 한국리서치 조사 /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의뢰 / 2021년 3.31~4.11 조사 / 대구·경북 만 18세 이상 유권자 2천명(대구·경북 각 1천 명) 대상 /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신뢰수준에 ±3.14포인트)
한마디로 공론화와 합의과정에 문제가 불거지며 중장기 과제가 된 것이다. 논의 과정뿐만 아니라 당시에 제시되었던 청사진 또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민선8기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구경북행정통합 논의에서 홍준표 시장의 제안안과 이철우 도지사의 제안안은 서로 같은 듯 다르다. 홍시장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필요성으로 ‘급증하는 행정수요에 대한 신속한 처리’, ‘중복되는 기관(사업) 통폐합에 따른 예산 절감 및 행정서비스 질 향상’을 이야기하며 기존 3단계 행정체계를 2단계로 대폭 간소화하여 총리실 지휘를 바로 받는 '대구직할시'를 이야기하고 있다. 여기서 직할시는 이미 예전에 없어진 이름이고 부시장을 두어 기초지자체의 역할을 하는 모델을 이야기하다가 기존 기초자치단체의 자치권은 더 논의해봐야 한다고 한발 물러났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구조를 통폐합하거나 없애는 홍준표 시장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제안이라 하겠다.
이에 비해 이철우 도시자는 이번 통합이 단순한 지방간 통합이 아닌 '완전한 자치정부' 모델을 말하고 있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중앙정부의 모든 권한을 이양토록 하고 이민, 비자, 환경, 산림, 저출생 정책 등에 대해서도 완전한 지방자치가 가능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지자체장 모두 통합되는 구조에서의 높은 위상은 비슷하게 말하고 있으나 홍시장은 대구중심의 통합을 이야기하고 이 지사는 ‘통합’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과제
주민투표법상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합칠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지자체장에게 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주민투표법 제8조 1항 제8조(국가정책에 관한 주민투표) ①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지방자치단체를 폐지하거나 설치하거나 나누거나 합치는 경우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을 변경하거나 주요시설을 설치하는 등 국가정책의 수립에 관하여 주민의 의견을 듣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주민투표의 실시구역을 정하여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민투표의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미리 행정안전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
그러나 홍시장은 여론조사와 대구시·경북도 통합특별법 제정을 통해 가능하다고 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통합은 이를 규정한 법률이 없어 주민투표 없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논의가 급진전하면서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불가피한 조직 통폐합과 슬림화, 통합 자치단체의 명칭 등이 논의의 쟁점이 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대구시민과 경북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합의의 과정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주민투표도 필요없다면서 밀어붙여서는 다시 분리를 이야기하는 창원시와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지자체장은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대구경북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다. 대구경북행정통합의 문제는 책상머리에서만 결정되어서는 안되며 대구경북시도민의 삶에 문제라는 대전제 하에 진행되어야 한다.
[남은주 칼럼 53] 남은주/ 전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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