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관련해 경북도의회를 비롯해 지방 기초의회들에서 잇따라 "통합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기욱(국민의힘.예천 제1선거구)의원은 21일 경북도의회 정례회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주민과 의회의 동의 없이 추진되는 행정통합 절차상의 문제에 우려를 표한다"며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정치적 욕심인지, 후손에게 통합의 역사를 남기려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철우 도지사는 권한 이양을 많이 받겠다. 예산을 많이 가져오겠다. 경북 북부 지역 소외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실체 없는 대책들만 답변했다"며 "통합의 전제가 되는 특별법이 통과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경북에 더 많은 예산 확보와 권한 위임을 잘 받을 수 있을런지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경북지역 기초의회들도 '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하는 등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예천군의회(의장 최병욱)는 지난 20일 예천군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 중단 촉구 건의안'을 의원 9명 전원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안을 채택한 뒤 행정안전부, 대구시, 경북도,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등 4곳에 발송했다.
의회는 건의안을 통해 "경북도 신청사를 이전한 지 아직 10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계속 지연되고 있는 도청 신도시 10만 자족도시 건설이라는 목표에 온 역량을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시점에 다시 지역 통합론을 등장시킨다는 것은 경북권 지역 분열을 조장하고 행정력을 낭비하는 정치적인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또 "지역민의 뜻과 의견을 배제하고 주민 공감대 없이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대구·경북 행정통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고, 침체된 민생을 살리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요구했다.
최병욱(국민의힘) 예천군의회 의장은 2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경북도청을 안동에 설치하게 된 계기가 경북 북부권의 인구 소멸, 경기 침체 등 지방소멸 문제 때문이었다"며 "김관용 전 도지사가 경북 북부권에 도청을 세우고 신도시를 만들어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청이 세워진 지 10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도청 신도시 계획은 불안해질 것"이라며 "대구시와 경북도가 아무 계획 없이 안일하게 통합을 추진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안동시의회(의장 권기익)도 앞서 19일 안동시의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원 18명 전원 공동 발의로 '경북·대구 행정통합 반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의회는 결의안을 채택한 이날 대통령실과 국회, 대구시, 경북도, 시군 기초단체, 기초의회 등 66곳에 결의안을 보냈다.
결의문에는 "경북·대구 행정통합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의 해법이 될 수 없으며, 경북 북부권은 성장동력을 상실하고 행정 중심 경북도청 신도시 건설은 미완성으로 멈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북·대구 행정통합 추진은 시.도민의 동의 없이 광역단체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위로부터의 결합"이라며 "500만 통합도시로 단체장의 위상은 높아지겠지만, 경북은 발전 기회가 줄어들고 소멸 위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도민 동의 없는 통합추진 중단 ▲경북도의회에 경북의 정체성, 도민 자존심을 지키도록 의결권 행사 ▲국회에 균형발전과 지방자치 가치 존중 차원의 경북·대구 통합 반대 등을 촉구했다.
권기익(국민의힘) 안동시의회 의장은 "경북도청이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대구경북이 통합한다고 하면 지방소멸은 더 가속화된다"며 "경북 남부 지역은 몰라도 북부 지역은 더 극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도민 의견도 없이 광역화 식 통합으로 오히려 지방자치를 역행시키는 것 아니냐"고 21일 평화뉴스와의 통화에서 밝혔다.
지방의회의 결의안은 법적, 행정적 효력은 없다. 의회 차원의 공식 입장일 뿐이다. 하지만 지방의 여론을 보여주고, 대구시와 경북도에 행정통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하기 위한 것으로 안동과 예천에 그치지 않고 대구경북 내 다른 기초지자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안동시의회 전체 의석 18석 중 10석, 예천군의회 9석 중 7석이 국민의힘으로 절대 다수 의석이 여당이다. 같은 당 소속 단체장들이 진행하는 정책이지만, 정쟁이 아닌 민생이라고 판단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 했다.
두 지방의회가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과정과 절차다. 홍준표 시장과 이철우 도지사가 도민들에게 의견도 묻지 않고, 공론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행정통합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또 인구소멸 위험 지역인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 행정통합으로 인해 오히려 지역 발전을 약화시켜 다른 지자체로 인구가 이동해 지방소멸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행정통합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오는 2026년 7월 1일 통합자치단체 출범을 목표로 삼고 '대구경북행정통합추진단'을 신설했다. 2024년 올해 안에 '대구경북행정통합 특별법'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범정부 통합지원단'을 만들어 행정·재정적 지원 방안을 구체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영남대학교 천마아트센터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행정통합이 TK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이고 지역 발전 원동력이 되도록 중앙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는 행정통합을 해도 경북 북부권 지역이 지방소멸 위기에 빠지지 않고, 발전 용역 등 북부권과 협의를 통해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북도 지방시대정책과 관계자는 "4년 전 행정통합을 추진할 때도 안동·예천뿐 아니라 경북 북부권 지역에 비슷한 문제들이 있어 북부권 발전 용역을 시행했다"며 "특별법에 우리 지역만의 특례 규정을 만들고, 정부로부터 권한을 받고 설득하는 절차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와 정부와의 협의를 거치고 나면 변화하는 경북도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설명회를 열 수 있을 것 같다"면서 "통합한다고 경북 북부 지역이 지방소멸 위기에 빠지는 것은 아니다. 시군별로 업무를 특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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