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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복·장갑 살 돈인데"...TK '소방안전교부세' 5백억 폐지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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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안전교부세' 시행 10년
인건비 뺀 사업비 75% 배정
소방장비·업무환경  등 개선 
'특례조항' 12월 말에 일몰
행안부, 교부권 지자체 이관
소방 아닌 다른 곳 사용 가능 
노조 "생명·안전 지킴 예산"
"안그래도 열악...현행 유지"

"방화복, 구조 장갑, 방화 장화, 랜턴 등 한 번 재난 현장에 투입돼 들어갔다 나오면, 화염으로 인해 재가 다 묻어서 다시 쓰지 못한다. 세탁하고, 제독(除毒.독을 없애는 행위)해도 유해화학물질이 심하게 묻어서 그 불결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화재로부터 보호하는 기능성도 이전만 못하고 떨어진다" 

윤영구 전국공무원노조 대구소방지부장은 13일 이같이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열악한 소방 현장의 노후한 장비 등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소방안전교부세'가 폐지 위기에 놓인 탓이다. 윤 지부장은 "소방안전교부세로 장비를 구입하는데 이마저 폐지되면 안그래도 열악한데 현장은 더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올해 12월 말 일몰제로 인해 '소방안전교부세'가 폐지될 위기에 놓이자 전국 소방노조가 반발했다.

"소방안전교부세 폐지는 바로 국민의 생명을 지울 수 있습니다"...대구의 한 소방대원이 대구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2024.1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소방안전교부세 폐지는 바로 국민의 생명을 지울 수 있습니다"...대구의 한 소방대원이 대구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2024.1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지부(지부장 윤명구)와 경북지부(지부장 김태용)는 13일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안전교부세는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예산"이라며 "이를 폐지할 경우 소방장비가 노후화 되고 부족했던 열악한 현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때문에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교부세 안정적 지급을 위한 법제화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 행정안전부는 2015년 '소방안전교부세'를 도입했다. 당시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하면서 만든 제도다. 담배에 부과된 개별소비세 총액 45% 중 25%를 신규 확충 소방공무원 인건비, 나머지 20%는 소방관 안전시설 사업비로 썼다. 담배 한갑당 118.8원씩 모아 연간 8,000~9,000억원을 확보했다.

대구·경북소방본부도 10년째 수백억원을 교부 받아 안전 분야에 배정하고 있다. 소방청이 밝힌 최근 2년 소방안전교부세 17개 소방본부 시·도별 교부액을 보면, 2023년 8,692억원, 2024년 9,547억원이다. 전년 대비 855억원이 증가했다. 대구는 2023년 332억원, 2024년 443억원, 경북은 819억원, 928억원이다.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경북소방지부가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안전교부세 폐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2024.1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구.경북소방지부가 대구시청 동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방안전교부세 폐지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2024.11.13)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각자 받은 교부액을 100%로 놓고 보면 40%대는 소방공무원 인건비(대구 2023년 136억원, 경북 516억원)에 썼다. 나머지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상 소방안전분야에 썼다. 소방 장비, 소방 인력 운용, 소방 안전 관리 강화, 안전시설 확충 등이 명목이다. 대구 194억원, 경북 303억원으로 지난해 배정된 금액만 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경북소방본부는 2023년도에 안전교부세 중 75억원을 '특수수요 지원금액' 명목으로 소방 헬기를 구입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교부세 규모도 올해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내년부터다. 특례조항 일몰 시점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소방안전교부세는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인건비를 제외한 사업비 투입 대상을 정한다. 예산 투입비율은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부칙 특례조항을 근거로 한다. 소방안전교부세가 만들어진 2015년부터 특례조항에선 인건비를 뺀 사업비 75%를 소방인력 운용과 소방장비, 소방안전관리 강화에 쓰고, 25%는 안전시설 확충, 안전 강화에 투입하도록 규정한다. 특례 도입 당시부터 지금까지 일몰 시점이 다가올 때마다 안전 악영향을 우려해 1년씩 연장했다.  

하지만 다시 일몰 시점이 다가오면서 제도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행안부가 일몰 시점에 맞춰 투입비율 근거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탓이다. 인건비를 뺀 사업비 75%를 시·도 소방본부에 주는 근거를 없애고 100% 해당 지방자치단체 재정 자율성에 맡기는 안이다. 이렇게 될 경우 지자체는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본부에 주지 않고 자신들이 책정한 '안전' 예산에만 사용할 수 있다. 

2024년  소방안전교부세 전국 17개 시·도별 교부액 / 자료.소방청
2024년  소방안전교부세 전국 17개 시·도별 교부액 / 자료.소방청

예를 들어 기존의 소방본부가 구입하던 방화복, 장갑, 장화, 랜턴, 구조용 헬기 등 소방 장비가 아니라 방범형 CCTV나 재난 경보시스템, 횡단보도 그늘막 쉼터 등 지자체가 자율로 예산을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윤영구 대구소방지부장은 "CCTV나 그늘막을 설치하고 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노후 장비를 교체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인데 반드시 교부세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 행안부 관계자는 "특례 일몰 시점에 맞춰 완전 폐지를 검토하고 있지만, 현행대로 유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11월 안으로 재원 사용 방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는 소방 안전 재정 안정화를 위해 일회성의 특례가 아닌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은 지난 6일 '지방교부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소방안전교부세를 소방교부세로 전환해 담배개별소비세 45% 전액을 소방 안전 분야 사업비로 배분하고, 교부권을 기존 행안부 장관에서 소방청장으로 이관하는 내용이다. 지자체에 따라 교부세 배정에 의존하는 비율을 낮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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