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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한다'며 논에 불 지른 경북도의원들...소방노조 "권한 남용에 자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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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 "연기 난다" 신고
행감 상주→구미 이동 중 논 볏짚에 불 지펴
도민 생명·보호 이유 소방대원 훈련 점검
소방관들 "의회가 소방력 낭비시켜, 자괴감"
의회 "출동 시간 느리다 민원에 점검한 것"

경북도의원들이 행정사무감사 기간 중 현장 대응력을 점검한다며 논에 불을 지르고 119에 신고해 논란이다. 

소방대원들이 소방펌프차를 이끌고 실제로 불을 끄기 위해 현장에 도착했다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됐다. 

화재는 소방대원들에 의해 1분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진화됐다. 도의원들은 고생했다는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다. 

소방노조는 "권한 남용"이라며 "자괴감을 느낀다"며 허탈해 했다.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고 점검하고 있다. / 사진.소방청 홈페이지
소방대원이 화재 현장에서 불을 끄고 점검하고 있다. / 사진.소방청 홈페이지

경북도의회(의장 박성만)와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위원장 김주철)'의 말을 28일 종합한 결과, 지난 18일 오후 3시 40분쯤 경북 상주시 화산동 한 농협법인 앞 논두렁에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119에 접수됐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2대를 현장에 출동시켰고, 이 가운데 1대가 8분 만에 도착했다. 현장은 볏짚 등이 타며 연기를 내고 있었다.

불은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지핀 것이다. 이날 상주소방서 행정사무감사를 마치고 구미소방서로 이동하던 중 "도민의 생명과 보호를 위해 소방대원들의 훈련을 점검할 의무가 있다"는 이유다.

화재 신고도 건설소방위 소속 공무원이 했다. 화재 진화에는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이를 본 도의원들은 소방대원들에게 "고생했다"고 격려하며 "행정사무감사팀에서 한 것이니 소방서장에게 보고하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경북도의원들이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을 지펴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한 곳에 탄 자국이 남아 있다.(2024.11.18) / 사진 제공.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
경북도의원들이 상주시 화산동 한 논두렁에 불을 지펴 출동한 소방관들이 진화한 곳에 탄 자국이 남아 있다.(2024.11.18) / 사진 제공.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

소방공무원들은 이에 대해 "의회 권한 남용", "소방력 낭비"라고 비판했다.

김주철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경북본부' 위원장은 "27년을 소방에서 근무했지만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며 "의회가 소방을 훈련시킨다는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그마한 시골 지역을 지켜야 할 소방차를 출동시키면 그 지역에는 출동 공백이 생긴다"며 "의원들이 소방관들을 이렇게 평가하는 것 자체도 자괴감이 들었다"고 한탄했다.

경북지역 야당도 이에 대해 "갑질 행위"라고 비판했다. 

진보당 경북도당(위원장 남수정)은 28일 논평을 내고 "경북도의원들은 도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최전선에서 헌신하는 소방관들의 역할을 경시하며, 불필요한 업무에 동원했다"면서 "이는 심리적 압박과 직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권력형 갑질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경북도의회는 경북소방본부의 출동 시간이 전국에서 가장 느리기 때문에 출동 시스템을 점검하기 위해 일부러 불을 낸 것이라고 했다. 또 소방대원들이 불편을 겪으면 보완해서 점검하겠다고 해명했다.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제351회 정례회(2024.11.27) / 사진 출처.경북도의회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회 제351회 정례회(2024.11.27) / 사진 출처.경북도의회

박순범 경북도의회 건설소방위원장은 "올해 여름 경북 영양군에 화재가 나 출동한 소방차에 물이 분사되지 않아 피해가 컸던 적이 있었다"며 "경북이 소방 출동 시간이 가장 늦고, 위원회에서 점검한 상주소방서가 가장 하위권"이라고 밝혔다.

이어 "화재 진화 골든타임인 7분 내에 현장에 출동하는지와 펌프차 물이 분사가 되는지 점검하기 위해 불을 낸 것"이라며 "소방대원들을 애를 먹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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