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 노동을 하는 경북대학교 학생들의 노동실태를 들여다보니, 절반 이상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4명 중 1명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대학가에서도 일하는 대학생들을 위한 노동법 관련 강의를 개설하고, 상담 전담 기구를 설치하는 등 노동인권 교육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경북대 KNU유니온은 26일 오전 '대학생·청년 노동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10월 30일부터 11월 8일까지 10일간 진행됐다. 경북대 학생 235명이 응답했다. 업종은(복수 응답) ▲음식점 126명(53.6%) ▲학원 등 교육 업종 98명(41.7%) ▲연구원 등 행정·연구 업종 51명(21.7%)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 47명(20%) 등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6.2%(132명)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53%는 음식점에서 일했고, 학원·교육 관련 30.3%, 편의점·마트 17.4%로 뒤를 이었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학생도 23.4%(55명)였다. 특히 이들 중 절반 이상인 58.1%가 편의점·마트 등 소매점에서 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계약서 미작성, 최저임금 미지급을 제외하고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30.2%(71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겪은 불리한 처우는 주휴수당, 야간수당 등 각종 수당 미지급이 64.8%였다. 이어 근로시간·휴게시간 미준수 50.7%,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28.2%, 임금체불 21.1%로 뒤를 이었다.
때문에 경북대 학생들은 대학이 노동 상담, 노동법 강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70.3%가 학교 내에서 "노동법과 노동인권 수업이 필요하다"(매우 필요 22.6%, 필요 47.7%)라고 답했다. 또 경북대 인권센터에서 노동인권 침해 상담과 지원, 교육사업이 필요하다는 응답도 79.6%(매우 필요 26.4%, 필요 53.2%)였다.
대구지역 노동계와 경북대 대학생들은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대학생과 청년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서는 대학이 앞장서 수업 개설, 전담 기구 등을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 KNU유니온은 26일 오전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법 위반이 만연한 지역 대학생·청년들의 노동 현실"이라며 "대학과 정부, 사회가 모두 나서 청년들의 노동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경북대에 ▲대학 내 노동인권 전담 기구 설치·기능 확대 ▲노동인권 강좌 개설 ▲정기적 노동실태조사 시행, 개선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대구시와 대구고용노동청에는 ▲대학생·청년 노동인권 보장 조례 제정 ▲노동인권 침해 예방사업 시행 ▲노동관계법령 다수 위반 업종 대상 정기 근로감독·지도 등을 촉구했다.
김상천(경북대 윤리교육과 22학번) KNU유니온 대표는 "경북대 학생들의 노동인권 실태가 열악한데도 학내 인권센터와 법률상담소는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노동 관련 수업의 수강 경험도 매우 적었다"면서 "대학생·청년들의 노동 실태를 고려하면 경북대가 재학생들의 노동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재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부설노동상담소 노무사는 "청년 노동의 특징을 보면 전문성이나 숙련도가 낮은 단순 노동이고,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른 근로계약서 미작성·최저임금 위반 등 노동법 위반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뒤 정책요구안을 경북대 학생처에 전달했다. 경북대 측은 요구안을 검토한 뒤 관련 부서에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북대 학생과 관계자는 "아직 요구안을 확인해보지 않았다"면서 "관련 부서들에게 학생들로부터 받은 요구안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노동청 노사상생지원과 관계자는 "청년 등 취약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감독 업무는 매년 실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편의점이나 도·소매업종에 대한 근로감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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