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지역 청년·대학생 5명 중 2명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일하거나, 최저임금을 못 받는 등 "노동법 위반"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대구·경북지역본부,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영남대분회, 영남대학교민주학생연대, 계명인목소리연대로 구성된 '대구·경북 대학생·청년 노동인권사업단'은 24일 오전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대강당에서 '대구·경북 대학생·청년 노동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 14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경북대학교, 영남대학교, 계명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나 인근에 거주하는 청년 3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업종(복수응답 가능)은 ▲음식점 54.2%(209명) ▲편의점, 마트 등 소매점 29%(112명) ▲학원, 교습소 등 교육 관련 업종 27%(104명) ▲물류센터, 택배 상하차 등 18.9%(73명) ▲음식 배달 등 플랫폼 업종 12.9%(50명) ▲제조업 12.9%(50명) ▲행정, 연구 관련 업무 11.4%(44명) ▲건설업 1.5%(6명) 등이다.
응답자(복수응답)의 41%(158명)가 "노동관계법령 위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 중 근로계약서 미작성 126명(32.7%), 최저임금 위반 79명(20.5%), 주휴수당 미지급 97명(25.2%), 수당 미지급, 임금 체불, 부당해고 등 근무 중 불리한 처우 80명(20.8%)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노동법 위반은 남성(30.1%)보다 여성(44.5%)이 더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위반 비율은 남녀 평균 비율을 상회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의 경우 여성은 35.6%가 경험한 반면, 남성은 23.6%였다. 최저임금 위반은 여성 21.2%, 남성 18.2%였고, 주휴수당 위반은 여성 27.3%가 경험했으나 남성은 18.2%에 그쳤다.
"노동 문제 발생 시 상담 또는 처리 창구는 어떻게 되냐"는 질문에는 "노동부를 통한 신고나 상담, 사건 처리"가 43.6%로 가장 많았다. 다만 "대응하지 않고 참고 넘어감"이 34.5%나 차지했다. 이어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정보 취득·대응" 17.1%, "노동단체 상담" 1.8% 순이었다.
또 청년들 3명 중 1명 이상(34.8%)은 부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유는 "등록금 등 학자금 마련"이 68%였다. 또 "모아놓은 자산이 없어서" 30%, "현재 임금, 수입이 적어서" 17%로 뒤를 이었다. 부채 용도는 교육비 82%, 주거비 32%, 생활비 26% 순으로 나타났다.
지역 노동계와 청년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 대구노동청에 노동관계법 다수 위반 업종 대상 정기 근로감독·지도, 지방정부 연계 노동인권 침해 예방사업 시행을 촉구했다. 대구시·경북도에도 대학생·청년 노동인권 보장 조례 제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1%가 노동관계법령 위반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노동법 위반을 경험하고 있어 한국 사회의 성별임금격차, 차별 등의 문제가 대학생, 청년의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발생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의 노동인권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대구노동청을 포함한 중앙정부, 대구시와 경북도 등 지자체들이 노동법 위반이 다수 발생하는 업종과 대학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꾸준히 지도 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소희 영남대학교 민주학생연대 대표(문화인류학과 24학번)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잡기 위해 일자리를 알아보다 보면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주휴수당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알바 공고를 보면 근무시간이 14시간 30분, 14시간으로 돼 있어 15시간 이상 근무해야 지급하는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단시간 노동에서 벌어지는 부당노동행위는 사람들이 번듯한 직장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이런 상황이 대구 청년들은 다른 지역이면 사정이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떠나는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승재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상담실장(공인노무사)은 "청년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는 영세 사업장이 많아 지급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면서 "노동법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돼야 하는데도 마지막으로 밀린다는 인식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 조례를 따로 만들지 않아도, 이미 있는 조례로 관련 사업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미 대구시 고용노동정책과장은 "이미 '대구 근로자 권리보호 및 복리증진에 관한 조례'나 '비정규직 근로자 권리보호 및 지원 조례'가 있어 따로 조례를 마련하지 않아도 노동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며 "기존 조례를 근거로 관련 사업을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구시 위탁기관인 대구노동권익센터에서 취약근로자나 청소년 대상 법률 구제, 노동인권 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청년 대학생 노동 문제가 더 많이 대두되면 노동권 상담, 법률 지원 사업 대상을 더 확대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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