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71) 대구시장의 도널드 트럼프(78) 미국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놓고 '세금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취임식에 간다며 미국에 갔지만 취임식장에 가지 않고 대신 호텔 방 안에서 TV로 취임식을 지켜봤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측근 인사를 만나 한국 정세를 전하겠다는 공언도 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시민단체는 "해외 관광이나 다름 없다"며 "성과 하나 없는 방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은 도대체 왜 미국에 간 것이냐"며 "대구시민 세금으로 갔다면 즉각 세비를 전액 반납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홍 시장의 이번 미국 출장 비용과 상세 일정, 숙박비, 비행기값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반면 홍 시장은 "차기 대선후보인데 군중과 함께 벌벌 떨면서 참석해야 하냐"며 "쪽팔리지 않냐"고 발끈했다.
● 홍 시장은 지난 2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제47대 트럼트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갔다.
대구시는 지난 16일자 보도자료에서 "미국 60차 대통령 취임위원회 초청으로 이러진 취임식 참석"이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지난 19일 비서실장 등과 함께 출국해 취임식, 퍼레이드, 대통령 만찬, 집회에 참석하고 정계 인사들을 만나 한미 양국의 발전적 관계를 위한 의견을 나누고 오는 23일 귀국할 예정이다.
홍 시장은 출국 전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정국 상황이 혼란하지만, 5,000만 국민들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트럼프 2기 주요 인사들에게 미국의 대 한국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한파 때문에 의사당 야외무대 대신 중앙홀 안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좁은 실내에서 취임식이 열려 행사장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대폭 줄었다. 야외에서 진행할 경우 20만여명이 취임식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내에서 열려 취임식장 입장 인원은 600~700여명으로 감소했다.
그 탓에 홍 시장을 포함해 이번에 함께 방미길에 오른 국민의힘 나경원 국회의원 등 다른 여권 정치인들도 본 취임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호텔이나 경기장 등 다른 건물에서 TV로만 취임식을 지켜보게 됐다.
홍 시장은 이와 관련해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페이스북.SNS)에 "한파가 몰아쳐 춥다"며 "이어진 줄을 보고 참석할(생중계 아레나) 엄두가 나지 않아 호텔로 돌아와 스크린으로 취임식을 봤다"고 했다.
대통령 취임식장도 가지 못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커녕 대통령 측근 주요 인사들도 만나지 못한 것이다.
● 대구참여연대는 같은 날 성명에서 "트럼프 근처에도 못가고 호텔에 머문 미국 출장 왜 간 것이냐"며 "시정을 버리고 미국에 가서는 춥다고 호텔에서 SNS를 하는 게 공적 목적과 연관성이 있냐"고 비판했다.
특히 "홍 시장은 취임식에 초청 받았다고 하지만, 초청장은 일찌감치 미국 상·하원에 배분된 좌석표, 지역 주민과 외국 의원, 지역 투자 기업에 교부된 좌석권에 가깝다"며 "그마저 취임 선서를 하는 의사당에 최소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만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홍 시장 행보는 납득이 어렵다"고 했다.
이어 "취임식 일주일 전부터 영하권 날씨로 인해 실내(취임식장)로 옮겨질 경우 실익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많았다"면서 "정상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치인이라면 취임식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홍 시장의 공무국회 출장 관련 전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세부사업명, 날짜와 출장 국가, 출장 기간, 목적, 숙박비, 일정, 비행기 좌석 등급, 비행기 왕복 가격, 동행 인원, 초청 공문 등이다.
● 비판이 일자 홍 시장은 발끈했다. 22일 페이스북에 "그래도 내가 차기 대선후보 자격으로 방문했는데, 군중과 함께 벌벌 떠면서 수시간 줄지어 군중 집회에 참석할 필요까지 있냐. 쪽팔리지 않냐"고 했다. 또 "차라리 그 시간에 트럼프 측근 비공개 인사들과 만나 한국 상황을 설명하는 게 맞지 않냐"고 덧붙였다.
측근 인사들을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일주일 전 급히 초청 받아 일정 조정 없이 오는 바람에 상원 의원들은 각종 인사청문회로, 비공식 인사들조차 취임 행사로 시간을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대구참여연대 이날 다시 성명을 내고 "시장 글이라고 하기엔 참 품격이 없다"며 "관광객마냥 감상평이나 올리는 본인만 안 쪽팔리고, 시민들은 쪽팔린다"고 비판했다. 또 "홍 시장은 계속 초청받았다고 하지만, 그저 좌석권 한장만 받은 것"이라며 "대단한 초청장으로 여기는 착각"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특별한 공무(公務)나 성과 없이 시민 세금으로 갔다면, 책임지고 출장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대구시는 초청을 받아 미국에 갔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비서실 관계자는 앞서 17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공식 초청이 아닌 입장권(좌석권)을 구매해 취임식에 간 것이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입장을 묻자 이 관계자는 "아니다. 입장권이 아니라 초청장을 받았다.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초청장을 미국 행정부나 취임준비위, 측근, 상.하원실 등 어느 곳에서 받았는지 답해 줄 수 있냐'는 질문에는 "나중에 말씀드리겠다. 다녀온 뒤 자세한 내용은 다 나중에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입장권을 세금으로 구매해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니다. 초청 받은 게 맞다"고 거듭 말했다.
한편, 올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배분된 입장권은 22만장에 달한다. 미 의회가 발행한 티켓이다. 상·하원실로부터 받거나 대사관을 통해 받을 수 있다. 1,000만원에서 3,000만원 고액 기부자는 특별 행사 참여 기회가 주어진다. 온라인 이베이서 100~500$(달러)를 내고 누구나 구매할 수 있다.
당선인 공식 초청권은 없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식 초대장을 보낸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유일하다. 미국 정부로부터 초청된 이는 한국 정부 인사 중 조현동 주미대사 부부가 유일하다. 홍 시장 등 다른 인사들 모두 초청이 아닌 입장권을 받아 갔을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정·재계 인사들은 어떤 인사, 의원실로부터 입장권을 받았는지 출처를 밝혔지만, 홍 시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입장권을 받으면 당선인 선서 주무대(1,600여석)가 아닌 그 자리로부터 100~200m 떨어진 곳에서 수많은 관중들과 함께 취임식을 본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지난 6일 SNS에 "입장권은 상·하원 의원실을 통해 구할 수 있다"며 "내가 옛날 근무할 때 한 40장까지 구해서 의원들을 드린적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건 입장권을 구한 것이지 보통 초청장을 받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입장권이 있으면 누구나갈 수 있는 게 취임식"이라며 "옥외에 몇만명이 같이 있는 것을 공식 초청이라고 보기는 어렵지 않냐"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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