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면 60일 이내에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시장직을 중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대구 시민은 2022년 시장 선거에서 대구 발전을 위해 애쓸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대선 출마를 위해 경력을 관리하려는 후보를 선출한 꼴이다.
엄청난 보궐선거 비용, 서울시장 406억 원, 부산시장 164억 원
홍 시장의 중도 사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하고 19대 대선(자유한국당 후보)에 나섰다. 대선에서 낙선한 후 2020년 5월 국회의원(대구 수성구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당선되었으나, 2년도 안 된 2022년 4월에 치러진 대구시장 선거를 위해 사퇴하였다. 이번에 또 시장직을 사퇴한다면 불과 8년 사이에 세 번이나 중도 사퇴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보궐선거에는 만만찮은 비용이 든다. 2021년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부산시장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각각 406억 원(관리비용 352억 원 + 보전비용 54억 원)과 164억 원(관리비용 141억 원 + 보전비용 23억 원)이 들었다. 대구시장 보궐선거 비용도 100억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비용은 해당 지자체가 부담하게 되어 있으므로 대구시 예산에서 지출된다. 대구 시민은 배신감이라는 정서적 피해에 더해서 금전적 손실까지 부담해야 한다.
선거비용은 관리비용과 보전비용으로 나뉘는데 ‘보전비용’이란 선거 과정에서 비용을 지출한 후보자에게 정부가 돌려주는 금액을 말한다. 후보자가 당선되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 득표한 경우에는 지출한 선거비용 전액을, 10%~15% 득표한 경우에는 50%를 돌려준다. 10% 미만을 득표한 후보자는 돌려주지 않는다.
홍 시장이 중도 사퇴하여 치른 2022년 국회의원(수성구을) 보궐선거 비용은 약 2억9천만 원이었는데 거의 대부분인 2억7천만 원 정도가 보전비용이었다. 금액이 예상보다 적어서 선관위에 확인해보니, 수성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했는데, 이럴 때는 보궐선거 관리가 지방선거에 ‘편승’한다고 한다. 즉 관리비용이 따로 계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 사례를 보면 총비용이 보전비용의 7배가 넘으므로, 수성구을 보궐선거를 따로 했다면 총비용은 20억 원 정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줄 잇는 중도 사퇴로 국민 혈세가 낭비된다
선출직의 중도 사퇴 사례는 적지 않다. 오세훈 서울시장,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대선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으므로 중도 사퇴할 수 있다. 2024년 10월에 중도 사퇴한 문헌일 구로구청장의 예는 특이하다. 문 구청장은 자신이 설립한 회사 주식의 백지신탁을 하지 않으려고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패하자 주식 대신 공직을 버렸다.
홍 시장이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했을 때는 보궐선거가 없었다. 선거일부터 임기만료일까지의 기간이 1년 이상일 경우에만 보궐선거를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2018년 출간한 저서 『당랑의 꿈』(123쪽)에서 경남도지사 중도 사퇴와 보궐선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해야만 한다. 그런데 4월 10일 이후 사퇴하면 보궐선거를 안 해도 되었다. … 나로 인해 안 써도 되는 수백억의 도민 세금을 보궐선거 비용으로 쓴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이랬던 홍 시장이 왜 국회의원직을 중도 사퇴하고 대구시장에 출마했나? 경남지사 사퇴 때와는 달리 대구시장 보궐선거가 불가피하다고 알고 있었으면서 왜 또 사퇴하려고 작정했나? 참고로, 2월 28일이 지나서 사퇴하면 대구시장 보궐선거를 하지 않을 수 있으나 홍 시장은 이를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시장 취임 후 전임시장이 임명한 정무직 등을 내보내기 위해 제정한 제1호 조례였던 ‘대구광역시 정무·정책보좌공무원, 출자·출연기관의 장 및 임원 임기에 관한 특별 조례’(일명, ‘임기 일치제 조례’ 또는 ‘알박기 방지 조례’)를 개정하려고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후임시장 보궐선거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개정을 취소하는 소동을 벌인 바 있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측에 책임 물어야
선거직 공직자가 중도 사퇴를 쉽게 하는 이유는, 유권자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엄청난 선거비용을 초래하면서도 자신에게 돌아가는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상식적인 국민이라면, 당사자의 사망·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 없이 중도 사퇴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해 주민이 입은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상식에 따르면, 원인을 제공한 측에서 모든 책임을 져야 하지만, 최소한 다음과 같은 두 원칙 정도는 지켜야 한다.
(1) 부득이한 사유 없이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선거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보궐선거에서 후보를 낼 수 없다.
(2) 부득이한 사유 없이 재·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에 대해서는 당선되었을 때 지급한 보전비용을 회수하고, 3년간 공직 진출을 제한한다. [참고: 공무원이 징계로 파면되면 5년간, 해임되면 3년간 공직에 재임용될 수 없다. 파면되면 퇴직급여액의 4분의 1(재직기간이 5년 미만인 자) 또는 2분의 1(재직기간이 5년 이상인 자)이 감액되는 불이익도 있다.]
하지만, 기득권에 젖어 있는 정치권은 이런 최소한의 상식적인 제재조차도 십중팔구 반대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처럼 정치권의 이해가 충돌하는 사안은 정치권이 결정하지 말고 일반 국민 중 추첨으로 구성하는 시민의회 또는 공론화위원회 같은 독립기구에서 결정하자고 제안해 왔다. 하나의 예로 필자의 이런 칼럼도 있다.
<국회의원 선거 방식을 왜 국회가 정하나?> 2020년 1월 6일 평화뉴스 칼럼(http://www.pn.or.kr/news/articleView.html?idxno=17725)
[김윤상 칼럼 147]
김윤상 / 자유업 학자, 경북대 명예교수. 평화뉴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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