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취수원을 경북 안동댐으로 옮기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과 관련한 정부 주최 간담회가 열렸다.
지역의 의견을 청취한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보다 대구시,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 지자체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사실상 환경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일방적으로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냐는 항의가 잇따랐다.
특히 안동댐으로 취수원 이전을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이 언쟁을 벌여 현장은 한때 어수선해졌다. 지자체는 관련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일부 경북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 인사들은 "요식행위"라고 비판하며 퇴장해 반쪽 간담회가 되고 말았다.
대통령 직속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는 19일 오후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에서 '낙동강통합물관리방안(상류) 지역의견 청취 간담회'를 열었다.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월 16일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기 위한 정책분과회의를 열었으나 환경단체 반발로 무산됐다. 이날 간담회는 당시 낙동강물관리위원회가 "이해당사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때문에 낙동강물관리위원회를 비롯해 환경부와 대구시, 경북도, 부산시, 울산시, 경남도 등 낙동강 유역의 광역·기초단체와 지역 주민들, 환경단체 인사 등 70여명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환경부의 사업 발표와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간담회 시작과 함께 환경단체와 경북지역 일부 주민들은 반발했다. 강호열 낙동강네트워크 공동대표는 "간담회를 요구한 당사자로서 지자체 등 행정기관의 의견을 들으러 온 것이 아니"라며 "행정기관에 대한 설명회 형식이 된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경북지역 주민들도 "해당 사업에 영향을 받지 않는 주민을 왜 부르냐"고 하거나, "주민들과 먼저 상의하라"고 말한 뒤 간담회장에서 퇴장하기도 했다.
김영근 상주 보 개방 반대대책위원장은 "주민들과 먼저 상의를 해야 하는데, 이런 식의 간담회는 옳지 않다"며 "들러리가 된 것 같다. 상주에 와서 간담회를 열라"며 퇴장했다. 한 구미 시민은 "항상 이런 설명회는 요식행위에 그쳤다"며 "이는 모두 정부나 회의 주최 기관이 초래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한 의성 군민도 "대구와 안동 물 문제를 이유로 왜 의성 주민들을 불렀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취수원 이전에 찬성하는 주민들과 반대하는 주민들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환경단체 항의가 이어지자 "소리 좀 낮춰라", "조용히 하라", "1991년 페놀 사태 피해자들의 말도 들어봐야 할 것 아니냐"고 맞섰다.
이에 손광익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위원장(영남대 건설시스템공학과 명예교수)은 "낙동강물관리위원회가 듣고자 하는 주요 의견은 시민들의 의견"이라며 "지자체는 분위기를 파악하고 행정 방향을 설정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초청한 거지 요식행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환경단체의 요청으로 간담회가 열렸기 때문에 취수원 이전 사업에 대해 더 깊은 논의를 할 수 있도록 향후 계획의 일환으로 반영하겠다"며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모아 지역 단위든, 이해당사자 단위든 더 세부적으로 논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취수원 이전 찬반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낙동강네트워크,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환경운동연합 대구경북광역협의회 등 7개 환경단체는 19일 오후 대구콘텐츠비즈니스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취수원 이전 사업은 경제성·실효성 모두 효용성이 없는 엉터리 삽질"이라며 "환경부와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사업 안건 상정을 즉각 철회하고 낙동강을 되살려내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위험천만한 안동댐 물을 대구 시민의 식수로 사용하겠다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을 환경부가 국가사업으로 강행하려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안동댐은 이미 공해공장 영풍제련소발 중금속으로 심각히 오염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용 대 편익 값이 0.57밖에 되지 않는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밀어붙인다면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존립 근거를 상실하게 된다"면서 "환경부와 낙동강물관리위원회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식수원인 낙동강을 흐르는 강으로 되돌려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맑은물범시민위원회도 이날 오후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년간 해결하지 못한 대구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직결된 맑은 물 공급은 안동댐 취수원 이전만이 최선의 해결책"이라며 "낙동강물관리위원회는 하루빨리 이를 심의·의결해 안동댐 취수원 대구 이전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맑은 물, 안전한 물을 먹고 싶은 250만 대구 시민의 간절함은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다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며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조속히 이전해 대구시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불안을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는 안동댐 중금속 오염과 예산 낭비를 이유로 사업 철회를 주장하고 있지만, 안동댐 직하류 지점 수질 검사 결과 중금속은 불검출됐거나 수질기준 이내 판정을 받았다"면서 "이번 사업이 무산되고, 또다시 수질오염 사고로 시민 생명이 위협받는다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고 덧붙였다.
대구시와 안동시, 환경부는 지난해 7월 '맑은물 하이웨이' 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할 것을 공식화했다. 이어 같은 해 12월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에 사업 심의를 신청했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낙동강물관리위원회 정책분과회의 심의를 통해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사업 내용은 경북 안동댐 직하류에서 원수 46만톤을 취수해 110km 길이 도수관로를 따라 대구 문산·매곡정수장까지 공급하는 것이다. 전체 사업비는 1조7,000억원으로 추산했다. 국비 30%, 한국수자원공사 70%를 부담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힘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9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상임위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상태다. 법안은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추진단 설립·운영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을 내용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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