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아픈 역사를 보듬을 대구 첫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조례가 의회 상임위 문턱을 넘었다.
일본 해저에서 83년 만에 유해가 발견된 조세이탄광(장생탄광) 등에 대한 추모사업 길도 열렸다.
더불어민주당 육정미(비례대표) 대구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광역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및 추모사업 등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는 8일 심사를 통해 전원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대일항쟁기 군인과 군무원, 노무자와 위안부 등으로 강제 동원돼 생명과 신체, 정신과 재산 등에 중대한 피해를 입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추모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조례다. 이날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오는 12일 본회의 표결로 넘겨졌다. 이변이 없는 한 조례는 제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안대로 가결되면 ▲대구시장은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명예회복을 위해 필요한 지원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사업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 ▲추모사업과 문화·학술사업, 조사·연구사업, 피해자와 유족의 피해구제와 명예회복 지원사업,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관련 국제협력 강화사업을 할 수 있다. ▲관련 기관, 법인, 단체에 필요한 재정을 예산의 범위 안에서 지원 할 수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는 만주사변 이후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시기를 말한다. 또 국외강제동원 희생자를 비롯해 생환자, 미수금 피해자 중 현재 주소지가 대구시인 사람과 그의 유족이 대상이다. 이 조례는 상위법인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한다.
최근 일본에서 유해 발굴 중인 '조세이탄광' 피해자 추모사업도 대구시가 할 수 있게 됐다.
1942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로 해저 갱도에서 일하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 등 모두 183명이 목숨을 잃었다. 조선인 희생자 136명 가운데 76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이 가운데 대구 피해자는 모두 19명(대구 1명, 군위군 18명)이다. 민간단체의 힘만으로 현재 유해 발굴이 진행중이다. 그 가운데 앞서 8월 25일과 26일 바다 속에서 온전한 두개골과 사람의 뼈 여러점이 처음 발견됐다. 이후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는 유해 발굴 작업과 관련해 국가 지원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대구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조례를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 사례를 접수하기 위한 조례는 지난 2019년 제정했지만,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조례는 6년이 더 걸렸다.
강제동원 피해자를 돕기 위한 지원조례는 이미 많은 지자체들이 제정해놓은 상태다. 서울, 경기, 인천, 부산, 광주, 울산, 충북, 전북, 제주 등 광역단체를 포함해 광주 남구와 경기 시흥시, 전남 해남군 등 기초단체까지 전국의 23개 지자체가 비슷한 조례를 두고 있다. 가장 빨리 조례를 제정한 광주 남구(2015년)와 비교하면 대구는 10년이나 뒤늦은 셈이다. 경상북도(2022년)와 비교해도 3년이나 뒤쳐졌다.
육정미 의원은 "늦은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유족들을 위로하는 추모사업을 할 수 있는 조례가 상임위를 통과해 다행"이라며 "최근 유해 발굴 작업 중인 조세이탄광과 관련해서도 우리 지역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인 추모사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세이탄광의 경우 민간단체만의 힘으로 일부 유해를 발굴했다"면서 "유해 발굴은 국가의 사무라고 해도, 우리 지역의 희생자 추모사업 등은 유족 자비가 아닌 대구시 차원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생탄광 희생자 귀향추진단(대표 최봉태)'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오랜 침묵과 외면에 놓여 있던 강제동원 희생자들의 존엄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며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전진"이라고 환영했다. 또 "피해자 지원에 나설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대구시의회가 끝까지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주실 것을 기대한다. 역사적, 인도적 차원에서 함께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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