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저에서 83년 만에 유해가 발견된 장생탄광(조세이탄광) 강제징용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제가 대구에서 열렸다.
지역 시민단체는 "한일 양국 정부의 무관심 속 많은 유해들이 발굴되지 못한 채 바다에 잠들어 있다"며 "조속한 발굴과 유해 봉환"을 촉구했다.
'장생탄광희생자 귀향추진단(대표 최봉태)', '일본장생탄광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회장 양현)', 대구시의회 육정미(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실은 29일 오후 대구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장생탄광 희생자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에는 최봉태 귀향추진단 대표와 조덕호 단장, 안홍태 운영위원장과 육정미 대구시의원,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 임성종 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신원호 기본소득당 대구시당위원장 등 지역 시민사회와 정당 인사 20여명이 참석했다.
장생탄광 희생자 유족들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2025 강제동원희생자 전국합동위령제'와 일정이 겹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양현 일본장생탄광희생자 대한민국유족회 회장 명의의 추모사를 대독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장생탄광 희생자 신위(神位)'라고 적힌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헌화하며 묵념했다.
장생탄광 유해 발굴은 지난 8월 현지 수중 탐사 중 두개골 1점과 허벅지 뼈 1점, 팔뼈 2점 둥 모두 4점의 뼈를 발견한 뒤 중단된 상태다. 현재 유골은 일본 경찰이 보관하고 있다. 오는 2026년 2월쯤 발굴을 재개할 예정이다.
추진단은 한일 양국 정부에 ▲장생탄광 희생자 문제를 국정 책무로 인식 ▲유골 수습과 송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대책 마련 ▲공동조사단 구성 등을 촉구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일제 강제동원으로 고향을 등지고, 차가운 갱도 속에서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쓰러져 간 선열들의 넋이 83년 만에 비로소 세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면서 "하지만 한일 양국 정부는 유해가 발견된 뒤, 한 달이 넘도록 대책이나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줌의 유골조차 조국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유족들은 다시금 슬픔 속에서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면서 "장생탄광 희생자들이 더 이상 갱도 속에 갇힌 이름 없는 영혼으로 남지 않도록,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양현 회장은 추모사에서 "유족들이 갈망하던 갱도가 열렸고, 마침내 희생자 유골이 발견됐다"며 "83년 전 선조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제노역을 당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고 밝혔다. 이어 "육체적 강제노동에 혹사당하고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분들이기에 더욱 아프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는 유족들의 간절한 바람인 유해블 발굴에 고향에 모셔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최봉태 '장생탄광희생자 귀향추진단' 대표는 "지난해 9월 장생탄광 갱구가 발견됐고, 올해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의 조상들은 해저에 묻혀 있다"면서 "한일 양국 정부는 당장 유해를 수습해 고향으로 모셔오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장생탄광 수몰 사고는 1942년 2월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 갱도에서 일하던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 136명 등 모두 183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조선인 희생자 136명 가운데 76명이 대구경북 출신이다. 지난 8월 25일과 26일 사고 83년 만에 바다 속에서 두개골 등 유해 4점이 발견됐다.
대구시의회(의장 이만규)는 지난 12일 민주당 육정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구광역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 및 추모사업 등에 관한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조례는 대구시장이 ▲강제동원 피해자 추모사업 ▲문화·학술 사업이나 조사, 연구 ▲피해자·유족의 피해구제와 명예회복 지원에 관한 사업 ▲강제동원 관련 국제협력 강화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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