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항쟁 발상지' 표지판이 대구 중구 태평로에 들어섰다.
배고픔에 시달리던 농민과 노동자들이 "쌀을 달라" 외치며 시위를 하다, 군경에 끌려가 목숨을 잃은지 79년 만이다.
◆ 대구 중구 태평로 141, 대구콘서트하우스 부지. 1946년 10월 1일, 미군의 식량배급 정책 실패로 인한 배고픔으로 분노한 민중들이 "배고파서 못 살겠다"고 외치며 생존을 위한 시위를 벌인 곳이다. 10월항쟁의 시작이다.
무장한 경찰들은 이들을 향해 총을 쐈고, 결국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분노한 시민들은 숨진 이의 시신을 메고 대구경찰서 앞에서 경찰과 대치했다. 경찰은 이들을 향해 또 발포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미군은 계엄령을 선포해 진압하려 했지만, 항쟁은 경북지역으로까지 번져 전국의 73개 시.군으로 확산됐다.
표지판에는 "이곳 대구역 일대는 1946년 10월 1일 10월항쟁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이라며 "10월항쟁은 해방과 함께 개혁돼야 할 일제강점기의 정치·경제·사회 구조가 미군정에 의해 유지되는 것에 반대한 대중들의 대규모 항쟁"이라고 적혔다.
(사)10월항쟁유족회가 대구시와 지난해부터 표지판 설치 작업을 협의했고, 대구시는 올해 6월부터 표지판 제작에 들어갔다. 예산은 800여만원이 들었으며, 지난 9월 22일 세워졌다.
유족회는 오는 27일 오전 10시 대구콘서트하우스 앞 '10월항쟁 발상지 표지판 제막식'을 열 예정이다. 채영희 (사)10월항쟁유족회 이사장은 "유족회와 대구시가 협의한 끝에 10월항쟁 발상지에 표지판이 세워졌다"며 "지난 2020년 가창골에 위령탑을 세울 때보다 더욱 기쁘다"고 했다.
대구 10월항쟁이 발생한 지 79년이 흘렀지만, 국가폭력에 의해 억울하게 숨진 민간인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인이 된 유족들은 항쟁을 기억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 또다시 찾아온 시월, 항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행사들이 대구 곳곳에서 열린다.
'10월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정신계승을 위한 시민연대(상임대표 임성종)'는 오는 30일부터 대구 곳곳에서 10월항쟁 기억과 추모를 위한 행사들을 연다고 26일 밝혔다.
시민연대는 지난 25일 기준 (사)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대구경북열사희생자추모(기념)단체연대회의,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국혁신당·진보당·정의당 대구시당 등 지역 시민사회·노동계·진보정당 62개 단체가 가입돼 있다.
유족들이 여는 위령제 전후로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사)10월항쟁유족회(이사장 채영희)는 10월 1일 오전 11시 달성군 가창면 용계체육공원 내 10월항쟁위령탑(가창면 용계리 128)에서 '10월항쟁 79주기,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75주기 합동위령제'를 연다.
시민연대는 위령제 전날인 오는 30일 오후 7시 대구역 광장에서 '10월항쟁 79주년 진실규명, 정신계승 대구경북시도민대회 및 전야예술제'를 연다.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와 추모시 낭송, 공연 등을 한다. 오는 2026년 80주기 사업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제안할 예정이다.
10월항쟁예술제 추진위원회는 같은 날부터 10월 11일까지(10월 6일 추석 당일 휴무) 북성로 등 도심 곳곳에서 '2025 시월항쟁전 – 시월이 온다'를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대구와 광주, 제주 등 전국 예술가 100여명이 전시에 참여했다. '시월이 온다'(프로토타운 북성로본부), '코발트', '푸른연대'(복합문화공간 오픈대구), '경계에 선 시월'(북성로기술예술융합소 모루), '그녀들의 10월'(향촌문화관), '보이스리스'(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 6개의 기획전시로 구성됐다.
▲'시월이 온다' 전시에서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이 10월항쟁과 관련한 사료들을 해석해 작품으로 표현했다. ▲ '코발트'는 경산코발트광산 민간인학살과 10월항쟁, 제주4.3항쟁, 광주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작품을 선보인다. ▲'푸른 연대' 전시는 대구지역 청년미술가들이 답사와 토론을 통해 10월항쟁을 배운 뒤 젊은 세대의 관점에서 항쟁 이야기를 선보인다. ▲'경계에 선 시월'은 서울과 울산 등 다른 도시에서 바라본 대구와 10월항쟁을 작품으로 건다. ▲'그녀들의 시월' 전시는 조각과 설치, 화화, 사진 등의 작품으로 10월항쟁과 도시의 서사를 나타냈으며, ▲'보이스리스'는 일제 강제징용이나 대구의 정치지형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이외에도 9월 30일 '저항적 예술행동을 중심으로', 10월 15일 '계엄으로 보는 한국민주주의 궤적' 학술행사(포럼), 10월 18일~19일 영천보현자연수련관에서 '제13회 10월문학제 – 영천아리랑', 11월 1일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 '시월의 약속, 대구 시월 평화 예술제' 등이 열린다.
임성종 '10월항쟁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정신계승을 위한 시민연대' 상임대표는 2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10월항쟁이 아직 대구의 역사로 제대로 자리잡지 못했고, 시민들에게 기억되지 못한 것 같다"면서 "행사들을 통해 항쟁이 시민들의 일상 속에 자리잡아 대구의 뿌리로 인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완전한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서는 특별법 제정과 함께, 국가가 희생자들을 추모할 수 있도록 국가기념일 제정도 필요하다"면서 "이런 부분들이 시민연대가 앞으로 추진해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