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 : 2019.10.21 월 20:35
> 뉴스 > 지역사회 | 새벽을 여는 사람들
   
인절미 가래떡..."이렇게 고될 줄 몰랐어요"
<새벽을 여는 사람들⑨> 30대 젊은 부부의 떡 가게..."주말에도 쉴 틈 없어"
2011년 03월 17일 (목) 07:09:53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pnnews@pn.or.kr

 

통통하게 불린 쌀을 맷돌기에 넣자 보드랍게 빻아진 쌀가루가 금세 빨간 고무대야에 수북이 쌓였다. 잘 빻아진 새하얀 쌀가루를 네모반듯한 철 틀에 넣고 찜기 위에 얹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김 서린 창문 사이로 달빛이 희미하게 스며든 16일 새벽, 30대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떡집을 찾았다.

새벽 5시쯤 남편 신종현(32)씨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아침 10시까지 주문받은 인절미를 만들어야 한다"며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전날 미리 불려놓은 쌀을 맷돌기에 넣고 빻은 뒤 물과 소금을 섞어 찜기 위에 올려놓았다. 신씨는 정확히 40분 뒤 알람이 울리도록 타이머의 시간을 맞춰놓은 뒤 다른 떡을 만들기 위해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아내 고효진(31)씨는 남편 신씨 옆에서 인절미 고물을 만들었다.

   
▲ 새벽 5시쯤 남편 신종현(32)씨가 전날 밤 불려놓은 쌀을 맷돌기에 넣어 곱게 빻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아침 6시쯤 찜기에 넣을 송편을 준비하고 있는 아내 고효진(31)씨와 맷돌기에 쌀을 넣어 빻고 있는 남편 신종현(32)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40분 뒤 아내 고씨가 조금씩 떼어낸 떡 반죽에 팥고물을 묻혀 인절미를 만들었다. 고씨는 전날 주문 받은 인절미와 이날 가게에서 판매할 인절미를 따로 포장해 매대에 진열했다. 신씨와 고씨 부부는 같은 방법으로 오전 9시까지 송편과 바람떡, 백설기와 가래떡, 절편을 만들었다.

"아침 먹을 겨를도, 아이 얼굴 볼 틈도 부족한 하루"

이른 새벽부터 바쁘게 일하는 탓에 신씨와 고씨 부부는 아침을 먹을 겨를도 없다. 신씨 부부는 뒷정리를 모두 마친 뒤 11시쯤 돼서야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그 뒤 오후에는 떡 고물과 다음날 쓸 재료들을 준비한 뒤 밤 9시쯤 가게 문을 닫는다. 매일 16시간가량 일하는 탓에 첫 돌이 갓 지난 아이의 얼굴을 보기도 힘들다. 집 근처 부모님 댁에 맡겨 놓은 아이를 밤 10시쯤 집에 데려온 뒤 잠들기 전 1시간가량 보는 게 고작이다.

게다가 행사와 등산을 비롯해 각종 모임이 많은 주말에는 일손이 더욱 바빠진다. 아내 고씨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쉬지 못해 잠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고씨는 남편 신씨에게 "떡집 일이 이렇게 고될 줄 몰랐다"며 "결혼 하지 말 걸 그랬다"고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매일 같은 공간에서 부부가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것만으로도 서로 위안이 되는 듯 해 보였다.

   
▲ 갓 만들어진 따끈따끈한 송편을 포장하고 있는 아내 고효진씨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결혼 전 실직한 남편...결혼 뒤 1년 기술 배워 창업

이처럼 일이 바쁜데다 몸이 고된 떡집을 젊은 부부가 운영하게 된 것은 남편 신씨의 실직 때문이다. 떡집을 개업하기 전 남편 신씨와 아내 고씨는 각각 자동자부품 회사와 광고회사에 근무했다. 그러나 결혼을 1년 앞둔 지난 2008년 남편 신씨는 갑작스런 회사의 부도로 졸지에 직장을 잃었다. "직장을 구하는 것 보다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신씨는 1년 동안 업종을 물색하던 중 친척의 조언으로 떡집 개업을 결심했다. 당시 직장이 없었던 신씨와 결혼한 고씨는 "힘들었지만 광고회사에 8년쯤 근무해 둘이서 먹고 살 만큼은 돈 벌이가 됐었다"고 말했다.

신씨는 떡집을 열기 위해 2009년부터 칠곡의 한 떡집에서 1년 동안 기술을 배웠다. 아내 고씨도 평일에 회사를 다니며 주말을 이용해 신씨와 함께 기술을 익혔다. 그 뒤 신씨 부부는 지난해 5월 은행에서 5천만원을 빌려 북구 복현소방서 인근 상가에 떡집을 열었다.

   
▲ 남편 신종현씨가 저울을 이용해 반죽에 넣을 소금을 정확히 계량하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첫 상인모임 때 박수 받기도... '맛있다' 소리 들을 때 뿌듯"

처음 개업했을 당시 젊은 부부가 떡집을 열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상인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아내 고씨는 "복현동 일대 떡집 가운데 우리 부부처럼 젊은 주인이 없다"며 "처음 떡집 상인모임에 나갔을 때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떡집을 시작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 신씨 부부는 떡에 대한 애착과 보람도 생겼다. 신씨는 "떡집을 열고난 뒤 지금껏 몰랐던 떡에 대해 알게 됐고, 맛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며 "더 좋은 떡을 만들기 위해 다가오는 주말 '제병관리사' 자격증 시험을 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동안 손님들 입맛에 맞는 떡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많이 했다"며 "손님들에게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 때가 가장 보람 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 아침 8시30분쯤 인근 대학에 등교하던 한 여학생이 떡을 사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 남편 신종현씨가 오전 9시쯤 기계에서 가래떡을 뽑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

오전 8시 40분쯤 되자 인근 대학에 등교하는 학생들과 출근길에 오른 회사원들이 하나 둘 씩 떡을 사기 위해 가게를 찾았다. 떡을 포장하던 아내 고씨와 가래떡 반죽을 만들던 남편 신씨의 손길이 분주해졌다. 오전 9시쯤 뽑은 가래떡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무렵, 신씨 부부는 한숨을 돌렸다.

이 글이 좋으시면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관련기사
·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춥니다"· 긴장의 연속, 눈 팔 틈 없는 도매시장의 새벽
· 여름 악취 겨울 연탄재, 묵묵히 거리에서...· "빨리 좀 도와주세요"...숨 가쁜 치유의 밤
· 장갑 세 겹에도 시린 손, 쉴 틈 없는 새벽 세차· 사건 없어도 쉴 틈 없는 지구대의 새벽
· 밤새 주워도 몇 푼...할머니의 고단한 새벽· 훈훈한 새벽 인심, 달성공원 '반짝시장'
평화뉴스 박광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본 신문에 게재된 기사, 링크에 대한 모든 법적권리와 책임은 기사작성자 평화뉴스 에게 있습니다.
* 제호 : 평화뉴스 * 편집.발행인 : 유지웅 * 창간.발행일 : 2004년 2월 28일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대구 아00010 * 정기간행물 등록 연월일 : 2007년 3월 14일
(우)41266 대구시 동구 국채보상로 155길 54 (상가동 202호) | 대표전화 053-421-6151 | 팩스 0505-421-61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지웅
Copyright 2008 평화뉴스. All rights reserved. 전자메일 pnnews@p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