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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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맹 /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한 방사선은 없다"


  지난 11월 1일 한 시민이 서울 월계동 도로 맨홀 부근의 방사능 수치를 자신의 휴대용 측정기로 측정하였다.  결과는 놀랍게도 시간당 3000nSv(나노 시버트)였다.  그 뒤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자료에도 월계동 도로의 방사능 수치는 시간당 1400nSv였다.  일반적인 수치와 비교해 보면, 보통의 대기 중에서 측정하였을 때 시간당 방사선량은 148nSv이다.  서울의 경우 대체로 시간당 110nSv정도 측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2011년 11월 2일 12면(사회)
<한겨레> 2011년 11월 2일 12면(사회)

  대기 중에도 방사선이 측정되는 이유는 태양이나 외계에서 발생한 우주선, 지각에 존재하는 우라늄238이나 우라늄235 같은 물질에 의한 방사능, 우라늄 238의 연쇄붕괴에 의해 발생하는 라돈에 의한 방사능, 섭취 음식물에 의한 인체 내부 방사능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의 폭발이나 핵 실험, 의료 목적에 의한 방사능 등에 의해 피폭되기 때문이다.

  Sv는 우리 몸이 시간당 받는 방사선 에너지의 양을 말하는데 보통 1년을 기본 단위로 한다.  그래서 서울의 경우 시간당 110nSv이라고 할 때 1년 간의 피폭량은 1년=8760시간을 곱하여 약 0.96mSv(밀리 시버트)가 된다.(1mSv=1000000nSv)  일반적으로 허용 피폭량은, 외국의 경우 더 낮지만, 1년에 1mSv로 기준을 잡고 있고 실제적으로는 연간 총 2.2-2.4mSv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겨레> 2011년 11월 9일 11면(사회)
<한겨레> 2011년 11월 9일 11면(사회)
  그런데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공식적으로 발표한 시간당 1400nSv를 연단위로 환산하면 12.26mSv가 되는데, 위원회는 피폭량이 연 0.51-0.69mSv라고 발표하였다. 

이렇게 된 것은 현 피폭의 원인으로 지목된 아스팔트 위를 사람들이 하루에 1시간 지나는 것으로 계산하여 12.26을 24로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위원회는 허용 한계치 1을 하회하는 0.51은 안전하다고 지난 11월 8일 공식적으로 발표하였다. 

이것은 과연 옳은 논리적 판단인가?

  게다가 현장에서 채취한 아스팔트 시료에서 자연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폐기물인  세슘 137이 검출되었고 그 수치도 방사성 폐기물 기준인 그램당 10Bq(베크렐)의 2-3배를 초과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방사되는 양이 연 0.51-0.69mSv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옳은 판단일까?

  산술적으로 정리하자면 0.51-0.69라는 수치는 일상 공간에 존재하는 방사능에 덤으로 더해지는 양이지 그것 자체가 의미를 가지는 수치가 아니다.  일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양인 연 1-2.2mSv 위에다가 0.51-0.69의 무게가 더 얹어진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가 없다고?  또한 만약 아스팔트 도로 위에 하루 1시간 이상 노출되는 청소 노동자들이나 노점상들이 그 지점의 아스팔트 도로가 새로이 깔린 10년 전부터 일해 왔다면 그들이 받은 방사능 양은 도대체 얼마가 될 것인가?  방사선에 취약한 어린이나 임신부들은 또 어떤가?  중요한 것은 0.51이라는 수치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역학 조사를 통해 실질적인 피해 상황을 알아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 있다.  즉, 어떠한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안전한 피폭기준은 오직 0mSv라는 것이다.  우리 인체에 안전한 기준이 된 1mSv라는 것도 의학적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 기준은 의학자들이 아니라 물리학자들에 의해 정해진 기준인 것이다.  

  방사선의 인체피해에 관해서는 이제 의학적 연구가 충분히 진행되었고, 결론도 도출이 되어있다. 의학연구는 히로시마 원폭피해자, 나가사키 원폭피해자, 스리마일 핵사고 피해자, 체르노빌 핵사고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진행이 되었고, 히로시마 원폭피해자들의 경우에는 50년 이상의 추적조사에 의하여 충분한 기간 동안 관찰되었다.  그 결론은 다음의 그래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그래프는 미국과학아카데미(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서 제공하는 2006년의 <저농도방사능피폭의 생물학적 효과, Health Risks from Exposure to Low Levels of Ionizing Radiation: BEIR VII>라는 보고서에 수록된 그래프이다.

  이 그래프가 말하는 것은 저농도의 방사능도 위험하다 것이다.  즉, 그래프에서 x축은 방사선의 피폭량을 의미하고 y축은 그에 따른 암 발생 위험도를 의미하는데, 미국과학아카데미는 이 중에서 선형 무 역치모델(Linear No-Threshold)을 선택하고 있다.  즉 아주 작은 양이라도 그 양이 증가하는 만큼 암 발생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역치(閾値) : 자극에 대한 반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최소한도의 자극의 세기)

  예시로 점선으로 나타나는 그래프는 이른바 선형 유 역치모델(Linear Model with a Threshold)인데 방사능 피폭이 되더라도 어느 수준, 즉 역치(threshold) 이하에서는 암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심지어는 그래프에는 없지만, 적은 양의 방사선(가령 라돈 온천 같은)은 면역력을 높이는 등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을 하는 곳도 있다. 

  그러나 2006년의 BEIR VII이 결론 내리듯이 작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건강에 위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의과대학 학생 시절 치료 방사선과 교수님의 첫마디도 이것이었다.  “방사선에 역치(threshold)란 없다.  그러므로 흉부 엑스 레이 한 장도 함부로 찍어서는 안된다.”

  다시 말하자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한 방사선은 없다.  방사능 피폭과 암 발생과의 관계에 관해서는 이미 의학적 연구가 마무리 되었으며, “기준치 이하라도 위험하다”는 결론이 이미 내려져 있다.  방사능은 피폭량에 비례하여 암을 발생시키며, 이는 기준치 이하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방사능도 안전하지 않다.

  우리는 현재 한국의 핵 관련 정책과 그 이데올로기에 대해 많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한국원자력안전위원회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에 감포, 양북 양남면 등의 도로에서도 아주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방사능이 검출되었다.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은 전국적인 실태 조사와 주변 주민들에 대한 역학 조사일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거 없는 안심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것이다.  일본의 피폭이 지금 우리의 환경과 먹거리에 영향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기고] 노태맹
/ 의사. 대구경북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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