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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코찔찔이들, 내 놀던 골목에서 만나다
이은정 / 만화『캄펑의 개구쟁이』(라트 저 | 박인하ㆍ홍윤표 역 | 꿈틀 | 2008)
2012년 08월 17일 (금) 11:56:27 평화뉴스 이은정 객원기자 pnnews@pn.or.kr

나는 고무줄놀이 선수였다. 수업 사이사이 그 짧은 10분 쉬는 시간에도 수업종이 울리면 쏜살같이 운동장에 뛰어나가 고무줄놀이를 했다. 땅콩만한 나 혼자 살아남게 되면, 으레 상대팀 아이들은 가장 키 큰 아이로 고무줄을 잡게 한다. 놀이가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갈수록 고무줄은 그 아이들의 머리꼭대기에 걸리게 되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내 오른발 복숭아뼈 안으로 고무줄을 붙이다 싶이 하면서 최고 높은 단계에서도 살아남아 아이들을 뜨악하게 만들었다.

비가 오면 우리가 왁스나 초칠을 해서 매끈하게 닦아 놓은 교실 마룻바닥에 앉아 공기놀이를 했다. 지금처럼 철가루 소리가 ‘쓰륵쓰륵’나고 적당히 무게 있는 공기는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대신에 크기가 비슷하고 매끌매끌한 공깃돌을 왕창 주워서 하는 ‘많은 공기’가 더 재미있었다. 가끔 이따 만큼 벌어진 공깃돌을 멋지게 싸악~ 주워 먹다가 마룻바닥에 까실하게 튀어나온 가시에 손을 찔리기도 했지만.

정 심심하면 머리카락 싸움을 했다. 머리카락을 딱 하나씩만 뜯어서 상대편 머리카락이랑 십자로 겨누어 힘을 주면, 먼저 끊어지는 아이가 지는 거였다. 이상하게 머리카락이 짧은 아이가 유리했다.

   
▲ 『캄펑의 개구쟁이』밀림에서 온 몸으로 자연과 함께 노는 말레이시아 개구쟁이들.

골목에는 언제나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러웠다.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기어이 나를 쫓으려는 언니들을 따라다녔는데, 끝까지 들러붙어 떼를 쓰는 내게 언니들은 할 수 없이 ‘애편달래’를 시켰다. 그 말이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이편도 저편도 아니어서 연속해서 놀 수 있는 역할이었다. ‘어미발 새끼발’ ‘오자미’ 놀이에서 어쩌다가 죽은 편을 살려내기도 해서 나는 언니들 노는데 무난히 끼여 놀 수 있었다.

‘오징어가생’ ‘소타기말타기’같이 험한 놀이는 옷이 뜯기거나 시비다툼 끝에 누군가 울면서 “니랑 다신 안놀아!” 하는 유치한 결별선언으로 끝나기 십상이었지만, 여럿이 섞여야 더 재미있는 우리들의 옛 놀이는 서먹한 관계를 금방 풀어내곤 했다.

   
▲ 『캄펑의 개구쟁이』(라트 저 | 박인하 역 | 꿈틀 | 2008)

구불구불 미로 같은 골목과 코찔찔이 아이들과 우리가 가지고 놀았던 돌멩이, 풀, 개울물...
「캄펑의 개구쟁이」를 보다보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유년의 추억들이 책장을 넘기는 내내 따스한 웃음을 짓게 한다. 「캄펑의 개구쟁이」는 ‘읽는 게’ 아니라 ‘보게’ 된다. 만화일 수도, 그림책일 수도 있는 애매한 구석이 외려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적도에 있어 항상 더운 나라, 무려 450년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나라, 이슬람이 공식 국교인 나라. 그렇게 낯설기만 한 나라 말레이시아는 「캄펑의 개구쟁이」라는 만화책으로 나에게 부쩍 친근하게 다가왔다.

   
▲ 『캄펑의 개구쟁이』 판탕(아이가 태어난지 45일째, 엄마의 회복기)기간이 끝나면 온마을 사람들이 모여 축하해 준다.

갓 태어난 아이를 맞이하는 의식, 이슬람교도들의 기도, 결혼잔치, 사내아이가 반드시 치러야 할 ‘할례의식’ 같은 말레이시아의 문화는 우리와 사뭇 다르지만, 가난 속에 깃든 따뜻한 나눔은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익살스러운 인물들과 소박하면서도 성실한 연필그림이 편안하고 친근하다.

아이들 읽히려고 산 책에 내가 더 빠져든 책, 「캄펑의 개구쟁이」.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는 책으로 강추!

   





[책 속의 길] 78
이은정 / 평화뉴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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