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취수원 위 4대강 자전거길 조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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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고령보> 죽곡-매곡취수장 1.4km 구간..."식수 오염, 철거" / 대구시 "보호 장치"


대구시가 낙동강 취수원 위로 4대강 자전거길을 조성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식수 오염이 우려된다"며 "철거"를 촉구했다.

대구시건설본부는 지난 8월 22일부터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 상류 우안 죽곡-매곡취수장을 잇는 1.472km의 수상 구간 위에 4대강 자전거길 공사를 진행했다. 이 공사는 1,757km에 이르는 4대강 자전거길 전체 구간 중 한 부분으로 모두 73억원의 예산이 투입됐고 수자원공사가 전액 지급했다.

강정고령보 앞 죽곡-매곡취수장을 잇는 4대강 자전거길(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강정고령보 앞 죽곡-매곡취수장을 잇는 4대강 자전거길(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앞서 석 달 동안 건설본부는 죽곡취수장 강변 구간 위에 강관파일 218개를 박고, 그 위로 3.5m 넓이의 콘크리트길을 만들었으며 이미 공사 대부분이 진행돼 85%의 공정률을 달성한 상태다. 이에 따라, 건설본부는 오는 19일 완공을 목표로 펜스와 그물망, CCTV 설치 공사를 앞두고 있다.  

그러나, 두 취수장과 붙어있는 강정고령보가 낙동강 흐름을 막고 있어 여름철 '녹조'라도 일어나면 오염물질이 취수구로 유입될 위험성이 있고, 강정고령보 최대 수위보다 강관파일 높이가 낮아 폭우가 쏟아지면 자전거길은 강물에 잠길 수도 있다.

게다가, 죽곡취수장은 대구지역 산업단지들이 공업용수로, 매곡취수장은 대구시민들이 식수로 사용하고 있어 통제와 관리에 작은 틈만 생겨도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대구환경운동연합', '영남자연생태보존회', '녹색당 대구시당'을 포함한 12개 단체는 5일 오전 강정고령보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취수원은 관광지가 아니다"며 "대구시는 자전거길 건설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 취수원 위 4대강 자전거길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대구 취수원 위 4대강 자전거길 중단 촉구 기자회견'(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시민들이 먹는 물을 취수하는 취수장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일반인 출입까지 통제하는 구역인데 혈세까지 투입해 황당하게 자전거길을 놓고 있다"며 "페놀사태까지 겪은 대구시민 입장에서는 식수원 안전을 위협하는 이번 공사를 누구도 이해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자전거길이 필요하면 우회도로를 만들거나 대안을 만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의견수렴조차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공사를 진행했다"며 "대구시는 시민의 생명줄을 지키기 위해 공사를 중단하고 현재 건축물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왼쪽부터)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변홍철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왼쪽부터)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변홍철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2012.12.5)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자전거길보다 식수가 더 중요하다"며 "대구시가 취수원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면 공사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홍철 녹색당 공동정책위원장은 "공동 우물을 사용하던 조상들은 우물을 더럽히는 자를 멍석말이해 쫓아냈다"며 "식수를 위협하는 대구시는 당장 이 사업을 백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 회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기반을 훼손하는 이 현실이 슬프다"며 "먹는 물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들의 관심이 시급하다"고 촉구했고, 김종원 계명대 생물학과 교수는 "잘못된 정치지도자 때문에 벌어진 자연 참사"라며 "자연은 정부 소유물이 아니므로 대구시는 당장 취수원을 훼손하는 건축물을 드러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규철 대구시건설본부 계장이 4대강 자전거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2012.1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정규철 대구시건설본부 계장이 4대강 자전거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2012.12.5)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대구시건설본부는 "자전거길은 공업용 취수원 위로만 지나가고 보호 장치도 설치할 예정"이라며 "식수 오염이나 안전 위협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규철 건설본부 계장은 "의견수렴을 다 못한 점은 있지만 충분히 고려해 시공했다"며 "펜스와 망을 설치하면 오염물이 투입되는 것은 대부분 막는다"고 해명했다. 또, "물이 차면 자전거길을 전면 폐쇄하고 매일 CCTV로 현황을 감시할 것"이라며 "안전 문제도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앞서 11월 23일 대구시의회는 대구시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열고 취수원 내 4대강 자전거길 공사와 관련해 상수도사업본부를 질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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