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신문, 서울 따라쟁이에서 지역공동체 불쏘시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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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용 / 『SNS시대 지역신문 기자로 살아남기』(김주완 저 | 산지니 | 2012.12)


지역언론, 가깝지만 생소한 벽

"지금 지역언론 현주소를 묻는 게 좀 쌩뚱맞지 않나요? 특별한 이슈가 있는 것도 아니고...만나서 이야기나 들어봅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역언론에 대해 이야기할 사람들이 떠올라서 쪽지를 보냈더니 반응이 이렇다.
 
다행히 그 모임은 두 어 차례 더 열렸고, 현직기자를 비롯해 관심있는 분들이 참석해 생생한 이야기들이 오고갔다. 중요한 주제이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 대야 할지 막막하다는 의견도 들렸지만, 정기적으로 더 이야기를 해 나가기로 했다.

언론... 개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반면에 속속들이 생리를 아는 사람도 드물다. 뉴스/신문/기자/방송/광고/팟캐스트... 특히 지역언론 생태계는 가까우면서도 더 막막한 영역이다. 

평소 언론에 대해 관심이 많다. 대학시절 학보사 기자활동을 했고, 정치활동 하면서 기자를 접하는 일도 잦다. 특히, 지난 대선기간 중 선거대책위원회의 대변인을 맡으면서 지역신문의 편향적인 보도에 맞서 취재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출렁이는 선거기간에 결정한 일이지만,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여러 지인들과 지역언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았다.

이야기는, 언론은 근접하기 어려운 높은 벽이라는 것과 밉보여서 좋을 것 하나 없다는 말로 결론이 나기 일쑤였다. 누군가의 말처럼 민주주의 3대권력인 입법행정사법권에 요즘은 언론을 얹기도 한단다. 따지고 보면, 광고수익을 주수입으로 기자를 고용해 정보를 만들고 전달하는 게 언론이고,  그런 일을 하는 회사가 언론사일 뿐인데 말이다.

상식적인 운영으로 소통하는 신문사가 해답
 
 
 
이 책은 경남도민일보 편집국장이 지역언론 일선에서 겪는 문제들을 풀기 위해 실험하고 경험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취 재원에게 기자들이 술과 밥을 어느 선까지 해야 하는지, 명절에 언론사로 들어오는 선물들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등의 세세한 이야기에서 부터 새로운 지역언론 패러다임까지 제시되는데, 전반적인 주제는 “언론 가볍게 만들기”로 보인다. 

권력으로서의 계급장을 떼고도 합리적인 운영과 판단으로 충분히 언론사를 운영하고 언론서비스의 품질도 높일 수 있다는 확신. 독자들이 읽고 싶어 하는 뉴스를 찾아 공급하는 서비스정신, 그리고 1인미디어, 팟캐스트, SNS 등 다양해지는 언론환경에서 언론본연의 기능인 소통의 확대를 통해 지역언론이 전화위복 할 수 있다는 확신들이 내내 강조되고 있다. 
 
6,200여 명의 시민이 공동출자해 만든 경남도민일보는 ‘흑자를 내는 드문 지역언론’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한다. 돌려 생각하면 지역언론 대부분이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말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케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현실을 꼬집기도 한다. 다수의 언론사들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광고를 유치하기 위해 관공서와 기업을 상대로 취재활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상상해보길 바란다.

평범한 지역인물을 이야기하는 지역언론

잘 나가는 지역신문은 평범한 일상을 주제로 삼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엘리트나 특수집단의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동네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과 그 주인공인 주민들을 담는데 공을 들인다. 유럽 등의 선진국 지역언론의 성공사례도 여기에 공통점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경남도민일보는 중앙언론에서 되풀이되는 뉴스는 쏙 빼고, 국수가게 아주머니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망자의 일생이 들여다보이는 부고기사 등 사람에 초점이 맞춰진 기사가 줄을 잇는다. 책에 옮겨놓은 국수가게 아주머니 기사는 그야말로 감동적이었고,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한 번쯤 지나가는 길에 들러서 국수도 맛보고 사장님 얼굴도 보고싶다는 마음이 절로 생겼다. 지역인물스토리텔링에서 길을 찾는다는 필자의 말이 새삼 다가온다. 우리 이야기가 실리니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피드백과 제보가 늘어나게 마련이고, 그야말로 주인이 많은 신문이 된 셈이다. 

"꼭 동네 사랑방에서 나누는 동네사람들 수다 같아서 가게 문을 열면 신문부터 집어 들고 쭉 훑고 난 뒤, 일을 시작한다."

"전화통이 불이 나고 밀려드는 문자 알림에 무슨 일인가 했더만 인터뷰 기사가 1면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나왔다는 것이다.(...) 아는 체하는 분들의 관심이 너무 뜨겁고... 가게 위치를 묻는 전화며, 일부러 찾아온 손님까지(...)"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실행에 옮긴 게 있다. 묵혀 두었던 블로그를 다시 다듬어 글을 쓰게 된 것이다.
그간 휘발성 강한 SNS소통에 익숙해 온 터라, 차곡차곡 이웃과 지역에 대한 나의 생각과 행동을 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 너 개의 지역신문이 지역 전체의 이야기를 담을 수 없기도 하고, 신문이 담지 못하는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영역을 블로그활동을 통해 한 몫 거들고 싶었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동네사진 한 장이 지역컨텐츠를 풍부하게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중앙언론 따라쟁이에서 지역공동체의 불쏘시개로

가볍게 읽어 내려간 책에서 소중한 원칙을 발견했다. 지역언론은 지역공동체를 만들고 다독이고 소통하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 훌륭한 불쏘시개가 될 지역언론, 잘 커 가도록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겠다.

대구가 여러모로 닫혀 있고 침체되어 있다고 한다. 대구언론의 순기능이 작동되어 대구가 말랑말랑지는데 제 역할하길 기대해 본다. 다음 모임이 기다려진다.
 
 
 





[책 속의 길] 98
김철용 / 한키르기즈 친선교류협회 사무국장. 전 민주당 대구달서병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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