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학교폭력' 보도자료에 의문을 던진 언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MBC> 대구 '피해조사' 신뢰성, <매일신문> 경북 '상담' 연수 실효성..."문제 있다"


7월 말 더운 날씨만큼 우리 온 몸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불편한’ 뉴스가 있었습니다. ‘대구가 학교폭력 안전도시’라는 뉴스에 ‘진짜 그럴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의문을 해결해줬던 <대구MBC>, 경북도 교육청에서 기획한 ‘학교폭력 상담 연수’가 얼마나 황당하고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지 짚어준 <매일신문>.

언론에서 보도된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면 (1) 행정당국과 권력만 좋아하는 뉴스 (2) 시민들만 좋아하는 뉴스 (3) 행정당국과 권력은 싫어하고 시민들이 만족하는 뉴스 (4) 행정당국과 권력은 좋아하고 시민들이 불편해하는 뉴스 (5) 둘다 싫어하는 뉴스 등으로 나눌 수 있을텐데.

그 분류기준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관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신문지면 또는 방송으로 옮겨오느냐, 아니면 그 속에 숨겨진 행간을 찾기 위해 현장을 다시 확인하느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두 기사의 공통점은 교육청이 제공하는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그 <보도자료>에서 제시하는 화두에 의문을 가지고 직접 현장을 취재했다는 것입니다.

대구가 학교폭력 안전도시?

 <대구 학교폭력 ‘피해응답율’ 전국 최저> (뉴시스 7.23), <경북 320개교, ‘학교폭력없는 학교’>(뉴스1, 7.24), <대구 ‘학교폭력 도시’ 오명 벗는다> (세계일보 7.24), <대구 학교폭력 꾸준히 줄고 있다> (영남일보 7.24), <대구 학교폭력 전국 최저수준> (경북매일 7.25), <대구시 ‘학교폭력 온상’ 오명 벗어> (내일신문. 7.24), <경북도내 학교폭력 피해 지난해 대비 크게 낮아져> (뉴시스, 7.24), <경북도내 학교폭력 없는 '크린 학교' 지난해보다 두배이상 증가> (아시아뉴스통신 7.24)

(왼쪽부터) <영남일보> 7월 24일자 8면(사회) / <경북매일신문> 7월 25일자 1면 / <세계일보> 7월 24일자 12면(전국) / <내일신문> 7월 24일자 6면(종합)
(왼쪽부터) <영남일보> 7월 24일자 8면(사회) / <경북매일신문> 7월 25일자 1면 / <세계일보> 7월 24일자 12면(전국) / <내일신문> 7월 24일자 6면(종합)

대구경북권 교육감님들이 정말로 좋아하실 뉴스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4대 악(성폭력,가정폭력, 학교폭력, 불량식품)근절 정책에 맞춰, 자신들의 임기 중에  학교폭력 정도가 전국 최저 또는 그에 상응하는 데이터가 나왔으니 얼마나 행복해하실까요?

이게 진실이라면, 대구경북권 시민들 모두가 웃으면서 그 결과를 공유하고 주변에 자랑도 하겠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현실이 ‘정말 그렇구나’라고 믿는 분들이 과연 얼마나 있겠습니까? 학교현장에 계신 분들이나, 학부모들이 ‘진짜 그런가?’라고 의문을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데, 대부분 언론의 목소리는 교육청에서 제공한 <보도자료>를 그대로 복사해서 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문과 찜찜함은 7월 26일, 29일 <대구MBC 뉴스데스크> 집중 취재를 통해서 일정정도 해소되었습니다. 대구MBC는 26일 <학교폭력 전국 최저? - 왜곡된 조사 때문>, 29일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 높이기 실적에만 연연> 등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조사에 대한 근원적인 문제를 제기합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7월 26일 / 7월 29일
대구MBC <뉴스데스크> 2013년 7월 26일 / 7월 29일

학교폭력실태조사, 조사의 신뢰성에 문제 있었다.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번 씩, 초등학교 4학년 이상 초·중·고등학생 전수를 대상으로 학교 폭력을 당했는지를 물어보는 겁니다. 지난해 1차 조사에서는 비밀 보장을 위해 학생들의 가정에 우편물을 보내 조사를 했는데, 참여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2차부터는 온라인 조사로 대체해 참여율이 대폭 높아졌습니다." (대구MBC 뉴스데스크 7,26)

일단 조사 방법이 변했습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응답하기 위해 우편물 형태로 학교폭력 상황을 조사했지만 참여율이 낮다는 이유로 온란인 조사로 대체했는데, 그 온라인 조사가 엉성하게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컴퓨터실에 한 반이 들어가서 컴퓨터 화면으로 ‘학교폭력 가해, 피해 여부’를 클릭하게 되는데, 바로 옆에 뒤에 있는 친구들이 내 컴퓨터 화면을 모두 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솔직하게’응답할 수 없었다는 점이죠. 이런 형태의 조사방법은 ‘조사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감사원의 지적도 있었지만  대구 교육청은 ‘괜찮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합니다.

걱정입니다. 내년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교육감 선거에서 현 교육감님이 출마하셔서 위 신문기사들을 근거로 ‘대구교육청 학교폭력 예방 정책 성과가 이렇게 나타났다’며 언론도 그렇게 보도했다고 한다면, 유권자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요?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이리도 엉성하게 진행하고, 그 결과는 고스란히 ‘교육청 성과’로 포장된 것도 문제지만,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교폭력 상담 연수 또한 ‘엉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학교폭력 상담기법 연수...수백여명이 모여 달랑 3시간?

<매일신문>은 7월 26일 1면과 사설을 통해 경북도교육청의 ‘부실 연수’에 대해 따끔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경북지역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작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때 8.93%, 올해 1차 조사 때 2.48%로 모두 전국 평균(8.5%, 2.2%)보다 높았기에, 경북도교육청에서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담기법’연수”가 기획되었는데, 이것이 ‘보여주기식 연수’, ‘실효성 없는 연수’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매일신문> 2013년 7월 26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7월 26일자 1면

"경북도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상담기법을 전수한다며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도내 전 시`군별로 교사들을 모아놓고 '집합 연수'를 진행하는데, 31일 진행된 포항의 경우 오전에 중학교 교사 1천100여 명, 오후에 고교 교사 1천300여 명 전체 교사가 참가 대상이다"라며 다수의 인원을 한꺼번에 모아놓고 진행하는 교사 연수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연수 자체가 부실하다보니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코메디 같은 상황도 생긴다고 하는데요, "한 지역의 초교 교사 연수회에서는 3시간짜리 강의가 끝날 때쯤 쉬는 시간에 교사들에게 '포스트 잇' 한 장씩을 나눠주고 각자의 이름을 적어 제출토록 했다. 전날 교사들의 참석률이 저조하자, 출석부에 사인만 하고 돌아가거나, 대신 출석하는 경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합니다.

<매일신문> 2013년 7월 27일자 사설
<매일신문> 2013년 7월 27일자 사설

학교폭력실태조사나 교사대상 연수는 교육청 관점에서 본다며 ‘학교푝력예방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는 실적은 될 수 있으나,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실효성 없는 인원동원’정도로 생각되는 것 아닐까요?

정책성과를 홍보하겠다는 행정당국의 입장과 통계자료가 오류가 있었고 해당 정책이 실효성이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다면, 언론의 시각은 후자로 향해야 합니다. 신문윤리위원회 윤리강령 3조 보도준칙에도 <보도자료 검증>항목이 있는데요, “취재원이 제공하는 구두발표와 홍보성 보도자료는 사실의 검증을 통해 확인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제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쨌든 <대구MBC>와 <매일신문>으로 인해 대구교육청과 경북교육청은 학교폭력과 관련된 사업 실적을 ‘자랑’만 할 수 없는 불편한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두 언론사 취재기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평화뉴스 미디어창 241]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