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ㆍ영남 'TK홀대' 여론몰이, 근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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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대구경북'은 없다』/ 세계일보『청와대 TK출신 약진』


“~했지만 ~아니다” 대화법이 유행입니다.
윤창중 전 대변인은 “신체접촉은 했지만, 성추행은 아니다”
경찰은 국정원 댓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정치활동은 했지만, 대선개입 아니다”
연예인들은 프로포폴 투약에 대해 “투약은 했지만, 상습은 아니다”
연예인 이준씨 현아와 열애설 해명에 “같이 놀았지만, 사귀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대화법이 처음으로 여론에 주목을 받은 것은 아이돌 그룹 클릭B 멤버 중  한명이 음주운전에 걸려 경찰조사를 받을 때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아니다”에서 유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보다 훨씬 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통과’에 대한 헌법재판소결정문, 즉 ‘절차는 잘못되었지만 통과된 법은 유효하다’에 대한 국민의 분노였습니다. 분노의 방식이 과격한 언어나 집회보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문 놀이로 승화시켰습니다.

예를들면 “위조지폐는 맞는데, 화폐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일합방은 절차상 문제가 있었지만, 무효는 아니다.", 대리시험으로 서울대 합격했지만, 그 합격은 유효하다." , “당선은 됐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길거리에 방뇨를 했지만 노상방뇨는 아니다. 이미 말라 버렸다." 등등.

<매일><영남> TK홀대 여론몰이 …대부분 '근거 부족'

약간 다른 맥락이지만, 최근 청와대 및 주요부처 인사를 바라보는 대구경북권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 더위와 습도에 지친 대구경북 시민들을 위로하기 위해 ‘~했지만, 아니다“놀이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신문윤리위원회가 최근 몇 개월간 발표한 ‘윤리강령을 위반한 언론보도’ 사례에 따르면 대구경북권 언론 중 <매일>, <영남>에 대한 제재조치가 눈에 띕니다.

신문윤리위원회는 <영남일보> 4월 9일 『TK출신 해수부 직원 씨말라…"현안 침몰위기"』, <매일신문> 5월 10일자 1면 『PK판 되어가는 새누리』 등에 대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실관계가 부족하다는 점을 들고 있습니다.

<영남일보> 2013년 4월 9일자 3면(종합)
<영남일보> 2013년 4월 9일자 3면(종합)
<매일신문> 2013년 5월 10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5월 10일자 1면

<영남일보> 보도에 대해선 해수부 본부 직원만 3,790명으로, 기사대로라면 부산 경남 호남 출신은 본부에서 3천명을 넘어서는 셈이 되지만 기사는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고, <매일신문> 1면 기사에 대해선 “매일신문이 ‘새누리당 권력구도가 PK로 이동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이는 1년 후에 있을 불확실한 미래를 예단한 것으로 이를 근거로 새누리당 권력구도가 PK로 이동하고 있다고 기술하는 것은 객관적인 보도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주장은 강한데, 그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죠. 즉 지역사회 여론을 대변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현장 취재가 불충분했다는 점인데요.

비슷한 경향의 기사는 또 눈에 띕니다. <매일신문>은 6월 14일 1면에 『청와대에 ‘대구경북’은 없다』를 편집합니다. 주요 내용은 “새정부 초기 인사에서 배재되다시피 한 TK출신 인사에 대한 홀대가 출범 100일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청와대에도 ‘대구경북’출신 인사는 없고, TK출신 친박성향 인사들이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몇 명 인사들이 어느 부서에 어떻게 위치하고 있는지는 길게 설명하고 있는데요.

<매일신문> 2013년 6월 14일자 1면
<매일신문> 2013년 6월 14일자 1면

신문윤리위원회로부터 지난 4,5월 비슷한 맥략의 기사에 대해 “주장에 대한 근거 부족”이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6월에도 그 관행은 깨지지 않고 있더군요.

기사작성론 등에 따르면, “특정 부서(관공서)인사를 분석할때는, 분석대상을 정하고, 그들의 파워정도(예를들어 권력핵심, 아니면 행정관료 등)를 정하고, 이를 감안해서 분석해서 종합적 데이터를 제시한다“고 배워왔는데, <매일신문>기사를 보면, 도대체 청와대 인사 분석대상이 어디까지인지, 그 구도가 어떤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매일신문>의 말이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아니면 몇몇 인사의 ‘~카더라’통신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포장하는지.
 
<세계일보> 박근혜 파워엘리트 분석…청와대 참모진 '지역 균형'

세계일보는 지난 5월 27~29일 <박근혜 정부 파워엘리트> 관련 다양한 사례를 분석한 실태를 보도하고 있는데요. (1) 병역대해부: 면제사유와 유형(27일), (2) 병역대해부 : 주요 병역기피 의혹사와 함께, 시리즈 세 번째에서 1급이상 고위직 간부의 출신지역과 학교를 해부한 자료가 있었습니다.

“‘태평 成大’ 청와대 5명 포함 25명 …TK출신 약진”이라는 기사에는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및 중앙부처 11급 이상 고위 공무원 369명의 추린지, 대학 등을 분석한 결과를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일보> 2013년 5월 29일자 4면(정치/박근혜정부 파워엘리트)
<세계일보> 2013년 5월 29일자 4면(정치/박근혜정부 파워엘리트)
<세계일보> 2013년 5월 29일자 4면(정치/박근혜정부 파워엘리트)
<세계일보> 2013년 5월 29일자 4면(정치/박근혜정부 파워엘리트)

해당 기사에는 청와대 비서관 이상 51명의 참모들의 출신지역과 출신대학도 분석하고 있던데요. “출신지역은 서울 12명(23%), 부산경남/대구경북/광주전라/대전충청 출신 인사가 각각 8명(15.6%), 강원과 경기 출신이 각가가 5명(9.5%), 2명(3.9%)였습니다. 부산경남/대구경북/광주전라/대전충청 권역 출신 청와대 고위직 인사는 거의 동일한 비율이었습니다.

<,매일신문> 이 주장한 것처럼 『청와대에 ‘대구경북’ 없다』가 아니라 “청와대 고위직 인사 중 15.6%가 대구경북 출신”이었던 거죠.

4,5,6월 3개월 동안 지역의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은 왜 이러는 걸까요.
폭풍처럼 몰아치는 정치일정과 무더위로 지쳐 힘든 이 지역 독자들에게 2009년 추억의 그 놀이 “000했지만 000은 아니다”를 다시 한번 환기 시키기 위함일까요?

박근혜 정부 인사와 관련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의 보도태도를 이 놀이에 적용해보면 “기사는 썼으나 사실 확인은 안했다!!??” 그리 즐겁지 않습니다. 그리고 더 피곤합니다!! 언론사 기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다른 뉴스를 찾아야 하는 독자의 삶이.






[평화뉴스 미디어창 235]
허미옥 /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 press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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