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구 여대생 살해' 오보, 사과 없이 뉴스만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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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언론대구시민연대> 논평 "MBC 뉴스 삭제, 면피 안돼...영남ㆍ조선, 선정적 보도"


'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과 관련한 언론의 '오보'에 대해 언론운동단체가 "사과"를 촉구했다. 특히『당시 화면 단독입수』라며 택시기사를 용의자로 확증하듯 보도한 MBC에 대해 "정중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7일 여대생 살해 사건의 언론보도에 대한 논평을 내고 "대구지방경찰청과 중부경찰서의 허술한 수사 뿐만 아니라, 특종경쟁에만 매몰돼 사건의 사실관계(fact)보다 경찰발표 속보 경쟁에 매몰된 일부 언론은 저널리스트로서 스스로의 존재감에 대해 진중하게 반성하고 국민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20대 남자 조모씨의 범행으로 결론난 '대구 여대생 살해' 사건은, 경찰이 여대생을 태운 30대 초반의 택시기사를 '용의자'로 5월 31일 긴급체포하면서 언론의 '오보'로 이어졌다. 당시 신문과 방송은 경찰의 발표대로 '살해 용의자, 택시기사 체포' 내용을 6월 1일자 신문에 보도했으나, 1일 새벽에 범인 조모씨가 검거되면서 택시기사는 누명을 벗고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의 어설픈 수사로 택시기사는 한때 '살인' 누명을 썼고, 경찰 발표를 받아 쓴 언론은 '오보'를 쏟아낸 꼴이 됐다.

2013년 6월 1일자 <중앙일보> 8면(종합) / <동아일보> 14면(종합)
2013년 6월 1일자 <중앙일보> 8면(종합) / <동아일보> 14면(종합)

특히, MBC는 이 과정에서 20대 남자의 범행과정이 담긴 CCTV를 확인하고도 범인을 택시기사로 확증하듯 보도하는 '오보'를 냈다. MBC는 6월 1일자 아침 <뉴스투데이> 첫 뉴스로『'대구 여대생 살해' 용의자 검거...당시 화면 단독입수』라는 자막과 함께 "모텔 CCTV에 등장하는 이 남성은 여대생을 태웠던 택시 운전기사로 확인됐다"는 요지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 이 화면은 경찰이 대구시 북구 모텔에서 확인한 CCTV 영상으로, 해당 영상 속 인물은 택시기사가 아니라 범행을 자백한 용의자 조모씨였다.

MBC <뉴스투데이>(6.1) '오늘의 주요뉴스' 화면...앵커는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어젯밤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사실을 밝혀줄 CCTV 화면을 MBC가 단독입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MBC <뉴스투데이>(6.1) '오늘의 주요뉴스' 화면...앵커는 "대구 여대생 납치 살해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어젯밤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용의자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데 사실을 밝혀줄 CCTV 화면을 MBC가 단독입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MBC는 이 같은 오보에도 불구하고 조씨가 검거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사과를 비롯한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현재 MBC 홈페이지에는 해당 뉴스가 삭제돼 볼 수 없으며, 6월 1일 <뉴스투데이> 방송편 '오늘의 주요뉴스'에  영상자료만 짧게 남아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논평을 통해 "MBC는 뉴스를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면피하려고 하지 말고 뉴스 제작과정에 오류가 있었음을 정중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또, MBC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 대해서도 "수사 초기, 경찰 시각에서만 뉴스를 편집,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려 불필요한 오해를 산 택시업계 뿐만 아니라 해당 택시 기사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겨레>와 <영남일보>는 각각 6월 5일자 1면과 사회면에 여대생을 태운 택시기사 인터뷰를 싣고, "경찰이 증거도 없이 6시간 수갑 채워"(한겨레), "경찰, 용의자 몰아붙이며 추궁/택시업계 이미지 실추돼 억울" 제목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2013년 6월 5일자 <한겨레> 1면 / <영남일보> 6면(사회)
2013년 6월 5일자 <한겨레> 1면 / <영남일보> 6면(사회)

이 사건과 관련한 일부 언론의 '선정적 보도' 문제도 지적됐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는 <조선일보> 『대구여대생 살인범 휴대폰 PC에 음란물 100여개』(6.5) 기사와 <영남일보>『"음란동영상 중독된 性 도착증 환자"』(6.5) 기사에 대해 "범죄자의 성폭행 행위 자체를 아주 상세히 기술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줄 뿐만 아니라, 제2, 제3의 모방범죄를 유도하고 있다", "범인 조모 씨를 '사이코패스', '성도착증 환자'라고 단정짓는다"고 비판하고, "선정적 뉴스 생산을 당장 중단하고, 기자협회와 인권위가 합의한 '성범죄 보도 권고 기준' 준수에 노력하라"고 주장했다.

2013년 6월 5일자 <영남일보> 8면(사회) / <조선일보> 6면(사회)
2013년 6월 5일자 <영남일보> 8면(사회) / <조선일보> 6면(사회)

지난 2012년 12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성폭력 범죄 보도 권고 기준'은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3항)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양태,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현장 검증 등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4항) ▶"언론은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한다"(7항)고 제시하고 있다.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

  언론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예방과 사회정책적 대책 마련 등 공익적 목적 달성을 위한 본연의 임무이다. 그러나 범죄 보도는 필연적으로 특정인의 인격권, 무죄추정원칙, 공정하게 재판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과 충돌하며 다양한 인권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특히 성폭력 범죄(이하 성범죄) 보도는 사건의 특성상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 등이 2차 피해를 볼 수 있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매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에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한 ‘인권보도준칙’(2011. 9. 23.)의 세부 기준으로 성범죄 보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언론인들이 준수해줄 것을 권고한다.

■ 총강
  성폭력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면서 상대방에게 신체적 위해와 함께 불쾌감이나 공포, 불안 등을 주는 모든 성적 범죄 행위를 말한다. 그동안 수많은 성범죄가 가부장적 사회 구조, 남성 중심적 성문화와 그릇된 성인식 등으로 인해 사적 영역의 문제로 여겨져 은폐되거나 본질이 왜곡되어 왔다. 언론은 이런 맥락을 고려해 다음과 같은 시각과 태도로 성범죄 보도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언론은 성범죄가 사회적, 경제적, 신체적으로 자신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반인권적 범죄 행위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2. 언론은 성범죄의 원인으로 개인의 정신질환이나 억제할 수 없는 성욕 등의 문제만 부각하지 말고 그 근본 원인이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한다.
3. 언론은 성범죄를 사회적 성역할에 관한 잘못된 통념에 기초해 피해자의 도덕 관념과 처신의 문제로 인해 빚어진 사건으로 보도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언론은 사회적 안전망 부재, 범죄 예방 체제 미비 등 성범죄를 유발하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한다.
5.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피해자와 그 가족의 인권을 존중해 보도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가해자와 그 가족의 경우에도 그들의 기본권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6. 언론은 성범죄를 보도할 때 지나친 공포감이나 범죄자에 대한 분노와 복수 감정만을 조성해 처벌 일변도의 단기적 대책에 함몰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7. 언론은 성범죄 보도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 가해자 가족 등이 겪는 극심한 혼란과 인권문제 등을 고려해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성폭력 사건이 아닐 경우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 실천 요강
1. 언론은 취재와 보도과정에서 성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의 2차 피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피해자의 신상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2.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 등을 보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범죄 유발의 책임이 있는 것처럼 인식되도록 하지 않는다.
3. 언론은 가해자 중심적 성 관념에 입각한 용어 사용이나 피해자와 시민에게 공포감과 불쾌감을 주고 불필요한 성적인 상상을 유발하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다.
4. 언론은 성범죄 사건의 이해와 상관없는 범죄의 수법과 과정, 양태, 그리고 수사과정에서의 현장 검증 등 수사 상황을 지나칠 정도로 상세히 보도하지 않는다.
5. 언론은 성범죄의 범행 동기를 개별적 성향-가해자의 포르노, 술, 약물 등 탐닉, 자제할 수 없는 성욕 등-에 집중함으로써 성폭력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강화하거나 가해자의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6. 언론은 성범죄 피의자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 정보를 관련 법률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
7. 언론은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라도 그 공개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해 자기 책임 하에 보도한다.
8. 언론은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을 취재, 보도하는 데 있어 미성년자의 인권에 미칠 영향을 세심히 고려해야 한다.
9. 언론은 사진과 영상 보도에서도 피해자 등이 2차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특히 삽화, 그래픽, 지도 제공이나 재연 등에 신중을 기한다.
10. 언론은 성범죄 예방을 위해 법률적 정보 등의 제공과 성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사항을 적극 보도한다.

2012년 12월 11일
한국기자협회 / 국가인권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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